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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 나가는 게 두렵다"…'묻지마 범죄' 왜?

대부분 사회에 적응 못한 정신질환·전과자…"범죄자 철저관리" vs "사회 변해야"

(서울=뉴스1) 정재민 기자, 김태헌 기자 | 2016-05-31 05:38 송고 | 2016-05-31 08:06 최종수정
30일 오전 서울 수락산 등산로에서 60대 여성을 살해했다고 주장한 피의자 김모씨(61)가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노원찰서로 조사받으러 들어오고 있다. 2016.5.30/뉴스1 © News1 최현규 기자
30일 오전 서울 수락산 등산로에서 60대 여성을 살해했다고 주장한 피의자 김모씨(61)가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노원찰서로 조사받으러 들어오고 있다. 2016.5.30/뉴스1 © News1 최현규 기자
5월2일 대전 대덕구 엘리베이터 안 여성 폭행사건, 5월17일 서울 강남역 노래방 살인사건, 5월25일 부산 동래구 행인 폭행사건, 5월30일 서울 수락산 등산로 살인사건까지…. 이들 사건은 가해자, 피해자 간 특정 원한 관계가 없고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자행된 범죄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강남역 살인사건에 대한 추모 열기가 채 가시기 전에 '수락산 여성 흉기 살해'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아직 이 사건에 대해 "묻지마 범죄로 단정하긴 무리가 있다"면서 "묻지마 범행으론 생각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 사건 역시 피해자와 피의자가 서로 전혀 모르는 사이였다는 점에서 '묻지마 살인'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실제 수락산 살인사건의 피의자 김모씨(61)가 경찰에 자수하고 '두 사람이 아는 사이가 아니었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되자 시민들의 불안은 극에 달한 모습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이제 정말 밖에 나가는 게 두렵다"  "범죄자들을 정말 어떻게 해야 한다" 등 불안함을 반영한 게시글들이 잇따랐다.

◇묻지마 범죄 해마다 늘어나…'정신질환' 가장 비중 높아

묻지마 범죄는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일어난 묻지마 범죄는 163건으로 매년 50건 이상 발생했다.

범죄 원인으로는 정신질환이 59건(36%)으로 가장 높았고, 마약·알코올 남용이 58건(36%), 현실불만이 39건(24%)으로 그 뒤를 이었다.

전문가들도 묻지마 범죄는 많은 경우 범죄자의 정신질환에서 비롯된다고 입을 모았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급변하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고 이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과 불만 등이 정신질환과 약물중독 등으로 이어진다"며 "축적된 분노를 불특정 다수에 대한 공격으로 분출하는 게 묻지마 범죄"라고 설명했다.

이어 "쌓인 분노가 만든 공격성이 밖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향하면 자살로 이어진다"며 "우리 사회의 자살률 증가와 묻지마 범죄는 한 가지 원인이 다른 방식으로 표출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묻지마 범죄는 정신질환자가 범행한 경우와 전과범이 저지른 경우, 경제적 어려움에 기인한 경우 등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며 "경제적 어려움에 빠지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정신질환자·출소자 관리가 잘 안 되는 상황에서 묻지마 범죄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4년 대검찰청이 2012~2013년 발생한 묻지마 범죄 109건을 분석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묻지마 범죄자의 82%(89명)가 무직(70명, 64%)이거나 일용노동자(19명, 17%)였다.

이들 대부분은 상습 폭력 전과자로 1회 이상 전과자는 78%(85명), 2회 이상은 66%(72명)이었다. 6회 이상도 35%(38명)에 달했다.

이처럼 대부분의 묻지마 범죄는 빈곤층이나 정신질환자 중 범죄전력이 있는 사람들에 의해 저질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묻지마 범죄 대응책…"실효성이 우선"vs"근본원인 해결"

전문가들은 묻지마 범죄를 줄이기 위한 대책으로 범죄 가능성이 있는 대상을 미리 인지·분류하고 철저히 관리할 것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강남역 노래방 살인사건처럼 편집형 정신분열증 환자들은 살인 등 극단적인 범행 이전에 사소한 폭력을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며 "그때 그들을 인지하고 치료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출소자들도 담당 보호관찰관 등 필요인력을 늘려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며 "인성교육을 통한 개선 등 주장은 좋은 이야기지만 공허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부분적 대책 마련도 필요하지만 결국 묻지마 범죄를 일으키는 사회가 변하지 않으면 이런 유형의 범죄는 계속될 것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오 교수는 "부분적 대책들은 계속 제시되고 있지만 구조적 원인이 그대로인 이상 몇 년간 묻지마 범죄는 증가할 것으로 본다"며 "결국 건강한 사회로 가기 위한 움직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사회적 불만이 있는 사람들을 치료할 수 있는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며 "나아가 경제적 불평등 자체를 완화하는 복지 정책 등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ddakb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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