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누가 방아쇠를 당겼나"…26년전 공기총 살해사건 진실공방

공범 확정돼 15년 복역한 A씨 "김씨가 쏴"…주범 지목된 김씨 "나는 목격자에 불과"

( 수원=뉴스1) 최대호 기자 | 2016-05-30 13:53 송고 | 2016-05-30 14:45 최종수정
26년 전 경기 이천시 한 방죽에서 발생한 공기총 살해 사건의 주범을 가리는 재판의 진실공방이 치열하다. 

수사기관에 의해 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김모씨(55)가 25년 동안의 일본 도피생활 끝에 지난해 국내 송환 돼 재판을 받고 있지만 현장에 함께 있었던 A씨(48)와 김씨 둘 중에 누가 방아쇠를 당긴 주범인지 여부가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이유에서다.
1997년 벌어진 '이태원 살인사건'처럼 범행현장에 있었던 두 범인이 서로 "상대방이 죽였다"며 직접적인 살인 혐의를 부인하는 상황이다. 

뉴스1 DB.© News1
뉴스1 DB.© News1

수원지법 형사12부(재판장 이승원)는 30일 오전 9시30분 살인 및 사체유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씨에 대한 4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는 당시 범행 현장에 김씨와 함께 있었던 A씨가 증인으로 나왔다.
검찰은 A씨의 신변보호를 이유로 비공개 심문을 요청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A씨는 이미 1990년 이 사건 공범으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심에서 징역 15년으로 감형 받아 복역을 마친 상태다.

비공개로 약 3시간 동안 진행된 A씨에 대한 증인심문에서 검찰과 김씨 변호인은 26년 전 수사 기록 등을 토대로 이 사건 진실규명을 위한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김씨 변호인에 따르면 증인으로 나선 A씨는 검찰과 변호인 측 심문에 "나는 공범일 뿐 총을 쏜 주범은 김씨"라고 주장했다.

이는 26년 전 A씨가 수사기관과 법정 등에서 진술한 것과 동일한 내용이다.

그러나 A씨는 범행 당사 구체적인 상황을 묻는 질문에는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당시 진술서에 그렇게 돼 있으면 그게 맞는 것 같다"는 등의 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범행에 사용된 공기총이 A씨 소유였던 것에 대해서는 "김씨가 구입해 생일선물로 준 것"이라고 했다.

앞서 이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과 검찰은 A씨의 진술을 토대로 김씨를 주범으로 지목했고 A씨는 공범으로 판단했다. 김씨가 일본으로 도피생활을 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김씨는 그러나 A씨와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다.

증인심문을 마친 김씨 변호인은 "범행을 주도한 것은 A씨이고 김씨 자신은 목격자에 불과하다는 것이 김씨의 일관된 진술"이라며 "실체적인 진실규명을 위해서는 편향되지 않은 증거사실들로서 공정하게 평가받을 기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26년 전 A씨 진술에 의존해 김씨를 주범으로 단정했고 김씨가 송환된 이후 수사과정에서도 A씨를 불러 조사하지 않았다"며 수사의 불공정성을 지적했다.

변호인은 "검찰이 수사과정에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하지 않았고 현장검증도 부실하게 진행했다"고도 주장했다.

김씨와 A씨 둘 중에 한 명은 분명한 살인자이지만 이후 재판에서도 누가 방아쇠를 당긴 주범인지에 대한 치열한 진실공방이 불가피해 보이는 대목이다.

뉴스1 그래픽.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뉴스1 그래픽.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한편 '이천 공기총 살인사건'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1990년 5월7일 이천시 장호원읍의 한 방죽에서 발생했다.

김씨와 A씨는 서울에서 훔친 콩코드 승용차를 폭력조직원이던 B씨(사망·당시 22세)에게 판매했으나 잔금 30만원을 받지 못한 채 B씨로부터 "차량 절도범으로 신고하겠다"는 협박을 받자 B씨를 유인해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머리 등에 공기총탄 6발을 맞아 숨진 B씨는 방죽 모래밭에 암매장된 채 발견됐다.

김씨는 같은해 8월 일본으로 도피했고 A씨는 비슷한 시기 또 다른 차량절도 범행에 나섰다가 경찰에 검거됐다.

A씨가 공기총 살인사건과 연관이 있음을 확인한 경찰은 A씨를 추궁했고 A씨는 '범행에는 가담했지만 총을 쏜 당사자는 김씨'라는 취지로 자백, 15년간 복역했다.

일본으로 도피한 김씨는 사건 발생 25년 만인 지난해 3월 불법체류 혐의로 일본 경찰에 의해 체포됐고 같은해 12월3일 국내로 송환됐다.

김씨는 송환 이틀 만에 구속됐고 보름 만에 이 사건 주범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씨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수사를 받지 못했다'는 취지로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sun0701@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