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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하마터면…"기장이 대형참사 막았다"

하네다공항 활주로 제동후 승객 비상탈출 결단…마지막으로 기체에서 퇴거

(서울=뉴스1) 심언기 기자 | 2016-05-29 14:42 송고 | 2016-05-30 11:13 최종수정
27일 오후 일본 도쿄 하네다(羽田) 국제공항에서 김포공항을 향해 떠나려던 대한항공 2708편 보잉777 여객기에서 화재로 추정되는 연기가 발생했다. 이에 소방차가 출동해 엔기가 피어오르는 왼쪽 엔진 부분에 소화핵을 뿌렸다. 기내에 탑승한 승객과 승무원은 비상 슬라이드를 이용해 모두 대피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종일 기자
27일 오후 일본 도쿄 하네다(羽田) 국제공항에서 김포공항을 향해 떠나려던 대한항공 2708편 보잉777 여객기에서 화재로 추정되는 연기가 발생했다. 이에 소방차가 출동해 엔기가 피어오르는 왼쪽 엔진 부분에 소화핵을 뿌렸다. 기내에 탑승한 승객과 승무원은 비상 슬라이드를 이용해 모두 대피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종일 기자

일본 정부가 하네다 공항 활주로를 달리다 엔진 화재로 멈춰선 대한항공 여객기에 대한 조사에 본격 착수했다. 우리 정부도 주무기관인 국토교통부에서 감독관을 급파해 사고 원인조사에 나섰다.

승객 302명과 승무원 17명 등 319명 전원이 긴급탈출에 성공하면서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긴급탈출 과정에서 일부 승객들이 찰과상을 입는 등 경미한 부상이 있었지만, 기장을 비롯한 승무원들의 침착한 대처가 참사를 막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 왼쪽 엔진 원인미상 화재 발생…日 국토교통성 조사 착수

일본 하네다 공항을 출발해 김포공항으로 향할 예정이던 대한항공 소속 KE2708편이 이륙 직전 엔진 화재로 멈춰섰다. 사고기에는 승객 302명과 승무원 17명 등 309명이 탑승, 자칫 대형참사로 번질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사고기가 이륙을 중단하고 멈춰선 이후 화재가 발생한 왼쪽 엔진쪽을 피해 오른쪽 슬라이드을 통해 승객 및 승무원들은 긴급탈출에 나섰다. 승객 10여 명이 찰과상 등 경미한 부상을 당했지만, 다행히 중상자나 사망자는 나오지 않고 대피에 성공했다.
엔진 화재는 긴급 출동한 소방관과 경찰 100여명에 의해 30여분 만에 진화됐으나, 주변 활주로까지 잠정 폐쇄되면서 하네다 공항 비행기 운항이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사고 발생 이후 일본 정부는 사고기 수습과 더불어 화재 원인 규명에 나섰다. 비행기 사고의 경우 통상 해당 국가에서 우선 조사에 착수하게 된다. 일본 국토교통성 운수안전위원회는 지난 27일 사고 발생 이후 사고기 기장 및 승무원들을 대상으로 1차 조사를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화재 엔진 밑 부분이 크게 손상됐고, 엔진 내부에서도 불탄 흔적이 발견됐다. 또한 고속으로 회전하는 터빈 중 엔진 뒷부분 터빈이 크게 손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손상된 터빈 일부는 엔진 덮개를 찢고 밖으로 튀어나온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기 탑승객 일부는 활주를 시작한 직후부터 큰 파열음이 들렸다는 증언이 나오기도 했으나, 대한항공 측은 "출발 전 점검에서는 이상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우리 정부의 주무기관인 국토교통부도 조사관을 급파해 일본 정부와 함께 사고원인 공동조사에 착수했다. 대한항공도 사고 발생 직후 사고대책반을 꾸려 자체조사에 나서는 한편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 조종사 기민한 대처로 대형참사 막아…안전 확인후 비상탈출 결단

대한항공 보잉777기는 지난 27일 낮 12시16분께 주기장을 나서 활주로로 향했다. 12시30분께 활주로 남단에서 이륙을 위해 활주하던 중 왼쪽 엔진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기장은 이를 즉시 공항 관제사에게 보고하는 동시에 이륙을 포기하고 즉각 제동에 나섰다.

일본 NHK와 마이니치신문 등에 따르면, 사고기는 500m를 지난 시점에서 엔진 이상을 감지한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파손된 엔진 잔해물은 600m 지점에 흩어져 있었고, 이후 700m가량 스키드마크가 남았다. 이륙을 위한 부력을 얻기 위해 급가속중이던 엔진 이상을 확인한 뒤 불과 수 초 사이에 신속한 판단을 마치고 제동에 돌입, 기체를 정지시켰다.

업계에선 무게 200톤이 넘는 육중한 보잉777항공기가 시속 200㎞가량 가속된 상황에서 불과 700m 만에 제동에 성공해 놀랍다는 반응이다. 김모 기장은 화재로 왼쪽 엔진을 잃어 비대칭 추력이 작용하는 상황에서 추가사고를 막기 위해 활주로 이탈을 막는데 사력을 다했고 사고기는 활주로를 벗어나지 않은 채 제동에 성공했다. 급제동 과정에서 흔히 발생하는 타이어 파열 및 이에 따른 추가 화재도 없었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사고기 기장은 총 비행시간이 1만408시간에 달하는 베테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모 기장은 B777-300기종도 3236시간 비행했다. 승객들의 비상탈출이 마무리된 후 기내 승객 잔류 여부를 추가로 점검한 뒤 가장 마지막으로 기체에서 퇴거했다.

대한항공 소속 한 조종사는 "대한항공 역사상 조종사에 의해 비상탈출이 이뤄진 것은 처음일 정도로 비상탈출은 매우 어려운 결심"이라며 "마지막 순간까지 비상탈출 결정을 내리지 못했던 세월호 선장 사례를 보면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승객 일부는 긴급탈출 과정에서 찰과상 등 경미한 부상을 입기도 했으나, 승무원들이 응급조치에 나서는 한편 담요와 입고 있던 재킷 등을 건네는 등 구조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탈출 과정에서 승무원들이 고압적으로 응대했다는 불만이 터져나온 것과 관련,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실제 긴급 상황에서는 큰 목소리로 탈출을 독려하지 않으면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승객들을 대피시킬 수 없다"고 지적했다.

27일 오후 일본 도쿄 하네다(羽田) 국제공항에서 김포공항을 향해 떠나려던 대한항공 2708편(보잉777) 여객기에서 화재로 추정되는 연기가 발생하자 기내에 탑승한 승객과 승무원은 비상 슬라이드를 이용해 모두 대피한 뒤 대기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종일 기자
27일 오후 일본 도쿄 하네다(羽田) 국제공항에서 김포공항을 향해 떠나려던 대한항공 2708편(보잉777) 여객기에서 화재로 추정되는 연기가 발생하자 기내에 탑승한 승객과 승무원은 비상 슬라이드를 이용해 모두 대피한 뒤 대기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종일 기자

◇ 엔진 화재책임 규명에 수 개월 소요…"보상책 고려중"

자칫 참사로까지 번질 수 있었던 사고에 대한 원인규명과 사후 철저한 대책마련은 당연한 수순이다. 엔진 화재의 원인으로 제기됐던 '버드 스트라이크' 가능성이 낮아진 가운데, 엔진 화재원인 규명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사고기는 보잉사의 B777-300 기종으로, 대한항공은 지난 1999년 도입한 이후 16년여 간 운행해왔다. 대한항공 측은 "엔진의 경우 4~5년마다 완전 분해해서 새로운 엔진을 단다"며 "화재가 발생한 해당 엔진은 지난 2014년 11월 교체된 신형 엔진"이라고 설명했다.

엔진에서 최초 화재가 시작됐지만 비교적 신형 엔진인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엔진 제조사인 미국 프랫앤휘트니, 관리책임을 맡은 대한항공, 외부적 요인에 따른 엔진 이상 등 화재의 정확한 원인 규명에는 최소 6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한편 사고기에 탑승했던 승객들은 사고수습 과정에서 대한항공 측의 대처에 강한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대한항공은 긴급탈출 과정에서 부상을 입은 승객들의 병원비 전액을 지원하는 한편, 보상책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eon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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