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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 Talk]'곡성', 감독 나홍진의 회의(懷疑)

(서울=뉴스1스타) 장아름 기자 | 2016-05-28 11:33 송고 | 2016-05-28 21:34 최종수정
# 스포일러 주의

영화 '곡성'에 대한 궁금증이 어느 정도 해소됐을까 싶지만, 영화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새로운 담론을 계속해서 생성해내고 있다. 나홍진 감독과 배우들이 인터뷰를 통해 영화에 대한 해석을 제시했지만 이는 일정 부분의 궁금증만 해소해줄 뿐, 완전한 답에 부합하지 못한 것 같다. 종구(곽도원 분)와 일광(황정민 분), 외지인(쿠니무라 준 분), 무명(천우희 분)에 대한 의견도 여전히 분분하다. 나홍진 감독의 인터뷰를 봐도 텍스트가 이를 속시원하게 설명해주는 것이 아니라 더욱 혼란스러워질 뿐이다. "보이는 대로가 맞다"는, 초반에 이야기했던 감독의 말이 어쩌면 이 작품에 접근하는 현명한 방식이었을지 모른다. 
나홍진 감독 인터뷰의 텍스트가 '곡성' 담론에 전혀 기여한 것이 없다고는 볼 수 없다. 인간에 대한 회의일 것 같았던 연출은 신에 대한 회의였다는 것을 깨닫게 하기도 했다. 눈 앞의 실체(신 혹은 악마)를 보고도 믿지 못하는 인간의 의심을 조롱하는 것만 같았지만, 이는 텍스트가 제시된 이후 신에 대한 물음으로 치환됐다. "왜 선한 인간은 피해자가 돼야 하느냐"이다. 나홍진 감독은 '곡성' 언론시사회 기자간담회 당시에도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의 입장에서 영화를 만들어보려 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피해자가 피해를 입는 이유는 현실적이고 논리적인 근거로는 설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나홍진 감독은 인간 세계를 넘어 종교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었다. 

영화 '곡성'이 현재 상영 중이다. © News1star / 영화 '곡성' 스틸
영화 '곡성'이 현재 상영 중이다. © News1star / 영화 '곡성' 스틸

'곡성'에서는 인간의 선(善)과 신의 선이 충돌한다. 한 명의 선한 인간이자 누구 보다 가정을 사랑했던 평범한 경찰 종구가 왜 가혹한 운명을 견뎌내야 하는지, 관객에게 그리고 신에게 물음을 던진다. '곡성'의 이러한 물음은 시작부터 등장하는 성경 구절과도 긴밀하게 맞닿아 있다. 영화는 "예수께서 이르시되 어찌하여 두려워하며 어찌하여 마음에 의심이 일어나느냐. 내 손과 발을 보고 나인 줄 알라. 또 나를 만져 보라. 영은 살과 뼈가 없으되 너희가 보는 바와 같이 나는 있느니라"라는 누가복음 24장 37절, 38절, 39절로 시작된다. 육신으로 부활한 예수가 자신의 부활을 믿지 못하는 인간들에게 한 말을 인용한 것이다. 

성경에서 말하는 선은 인간이 생각하는 선과 지극히 다르다. 신을 향한 믿음을 선 그 자체라고 이야기한다. 예수를 믿는 이들이 선하고, 그런 이들이 구원을 받아 천국에 갈 수 있다고 한다. 인간 기준에서 아무리 선한 사람일지라 하더라도, 예수를 믿지 않는다면 성경이 말하는 선에 이를 수 없다. 이에 대한 의구심은 지극히 인간적인 것이지만, "어찌하여 마음에 의심이 일어나느냐"는 예수의 말처럼, 신에 대한 의심은 성경에서 용인하지 않는 부분이다. 결국 영화는 그 믿음이 신이 말하는 선과 어떻게 긴밀히 연결되는지, 그 선이 도대체 뭐길래 아무 죄 없는 종구와 그의 가정이 불행을 겪어야 하는 것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곡성'에는 기독교인 나홍진 감독의 회의적인 시선이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피해자의 입장에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말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 깊이 각인되고 있는 까닭이다. 영화는 복잡하고도 기이한 장치들과 여럿 종교들로 관객들을 혼란에 빠뜨리지만, 외려 영화적인 흥미를 준다. 그 속에 분명한 것은 인간은 자신의 의지대로 세상을 살 수 없고, 신은 왜 그런 나약한 인간을 방관하는지 회의를 느끼게 한다는 점이다. 그런 혼돈 가운데 인간이 신에게 '당신은 선한 존재인가'에 대해 감히 묻는다면 그건 악일까. 왜 믿음 만이 선이라 하는가. 그래서 '곡성'이 더이상 실체가 불분명한 초현실적 영화가 아닌, 신에게 절실한 답을 간구하는 인간적인 영화로 다가오고 있다.



aluem_ch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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