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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륙직전 연기' 승객들 "대한항공 승무원이 더 흥분…뒤엉켜 대피"

대한항공 승객들, 하네다서 9시간 만에 김포 도착 '분통'

(서울=뉴스1) 이후민 기자, 김태헌 기자, 김혜지 기자, 김진 기자 | 2016-05-28 00:03 송고 | 2016-05-28 09:54 최종수정
일본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화재가 난 대한항공 여객기의 승객들이 27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으로 귀국하고 있다. 2016.5.27/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일본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화재가 난 대한항공 여객기의 승객들이 27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으로 귀국하고 있다. 2016.5.27/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일본발 대한항공 여객기 엔진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로 긴급 대피한 승객 253명이 27일 오후 11시쯤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사고 이후 공항에서 약 8시간 넘게 기다렸던 승객들은 저마다 지친 모습이 역력했다.

기다리다 지쳐 공항에서 이미 술을 마신 승객들도 있었다. 공항에 마중나온 가족 등 지인들과 만나 하소연을 하는 승객들도 눈에 띄었다.
승객들은 사고 당시 긴박한 상황을 생생하게 설명했다.

승객 이재호씨(38)는 "비행기가 이륙 직전이었던 것 같다. 속도가 매우 빨라졌다가 차 급브레이크 밟듯이 몇번 '쿵쿵' 하더니 멈춰섰다"며 "처음에는 승객들에게 곧 공지하겠으니 자리에 앉아 대기하라고 하더니 갑자기 비상구가 열리고 모두 내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대피 지시와 승객들의 대피가 순조롭지 못했다는 것이 승객들의 대체적인 평가였다.
이희영씨(53)는 "승객인 내가 연기를 인지할 정도였는데도 아주 빠르게 대응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며 "'이 정도면 안내방송하고 바로 승객을 대피시켜야 하는 것 아닌가' 하고 생각했는데 안 그랬다. 대피 지시는 시간이 좀 더 지나서야 있었다"고 말했다.

사고로 머리에 찰과상을 입은 김모씨(47)는 "비상 대피를 위한 슬라이드가 펴졌는데 급하다 보니 사람이 겹치고 겹쳐서 일부 승객은 비틀대다가 쓰러지기도 했다"며 "저도 빨리 나가다 겹쳐 있는 사람을 밟을 수도 있을 것 같아 피하려고 발을 빼다가 앞으로 고꾸라져 머리를 박았다. 대피 순서 없이 내렸다"고 말했다.

출장차 일본을 방문했던 우성필씨(43)는 "'일단 침착하고 자리에 대기하라, 기계 결함을 확인 중'이라는 방송이 나왔고 그 후 5~10분간 방송이 없더니 갑자기 승무원들이 출입구를 열고 가방 버리고 다 뛰어내리라고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고 말했다.

또 "승무원들은 비행기에서 내려서도 좀 우왕좌왕했다"며 "인원파악을 하겠다고 비가 오는데 바깥에서 2시간씩 승객들을 세워두기도 했다"고 말했다.

우씨는 "솔직히 황당했다"며 "공항에 들어왔을 때도 보상 등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설명해주지 않았고 연락처를 받거나 하는 것도 없었다. 과자나 물, 핫도그를 나눠줘서 저녁 대신 먹고 계속 기다렸다"고 말했다.

승객들은 한 목소리로 사고가 난 대한항공 비행기에 탑승하고 있던 승무원들이 매우 당황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또 공항에서 오랜 시간 기다린 승객들에 대해 제대로 대처해주지 못했고, 사고로 인한 보상 등에 대한 설명도 듣지 못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승객 김모씨(28)는 "이륙한다고 방송 나온 뒤 비행기에 속도가 붙었는데 왼편을 보니 갑자기 연기가 조금씩 올라오고 있었다"며 "그러더니 급브레이크를 밟았고, 연기가 커졌다. 특별히 소리가 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연기가 나고 멈추니 당연히 놀랐다. 방송은 나오지 않고 승무원들이 흥분한 채 다 일어나 육성으로 소리를 질렀다"며 "대처는 신속했지만 당황한 티가 역력했다. 급한 상황인 건 알겠지만 좀 더 침착하게 대처했어야 했는데 자기들이 더 흥분한 것 같아 아쉬웠다"고 지적했다.

또 "인원 파악 등을 한다고 활주로 근처 풀밭에서 1, 2시간이나 대기했고 터미널로 돌아와서도 보상책 이야기 등은 없었다"며 "승무원이 (보상 등을 위해) 일본 공항에서 연락처를 남겼냐고 묻던데 연락처를 남기라는 말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전체적으로 우왕좌왕하는게 마음에 안 들었고 승무원들의 각자 대처 방식이 달라보여 답답했다"며 "고참, 신참 모두 다 각자 떠들었다. 아예 출국을 취소한 사람도 꽤 됐다"고 덧붙였다.

박모씨(43)도 "(대체기 확정 등에 대해) 직접 당한 당사자인 우리에게는 설명이 충분하지 않았던 것 같다. 거의 8시간을 기다린 셈"이라고 말했다.

일본 여행을 다녀오며 다른 비행기로 귀국했다는 대학생 최락영씨(21)는 "여행차 일본을 다녀왔다"며 "원래 사고 비행기를 탈 뻔 했는데 면세점을 못 갈 상황이라 다른 비행기로 바꿔 탔다. 천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가슴을 쓸었다.

이날 대체 비행기는 예정보다 매우 늦은 시간에 하네다 공항을 출발해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이에 공항에서 기다리는 사람들도 초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일본으로 출장을 떠났던 남편을 기다리고 있다는 정모씨(43·여)는 "사고 직후 남편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며 "대체편으로 입국하는 것도 8시간이나 지연된다는 것 자체가 불만"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한항공이 이렇게 일처리를 하면 안 된다"며 "지연되는 것도 항공사에서 따로 연락준 것이 없었다. 직접 전화해서 어떻게 되는 건지 상황을 확인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스스로 여행사 사장이라고 밝힌 김모씨(39·여)는 "2박3일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원래 오기로 했던 손님 중 한명은 '일정도 늦어졌고 불안하다'며 취소했다"며 "예정에 없던 사고라 많이 당황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오후 12시40분쯤 일본 하네다 공항을 출발해 김포공항으로 향할 예정이던 KE2708편이 이륙 준비단계에서 왼쪽 엔진에 불꽃이 일면서 이륙을 중단했다.

당시 승객 302명과 기장과 승무원 17명 등 모두 319명이 탑승했으나 사고 이후 무사히 대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승객 가운데 일부는 대한항공의 대체편을 포기하면서 이날 귀국자는 당초 탑승객보다 일부 줄었다.


hm3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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