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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난민'에게 3%는?…'낙타 바늘, 난민 인정률'

세계 평균 32%에 한참 못미쳐…법무부 "신청 악용자 많다"
국민, '난민=테러범' 인식 강해…전문가 "인식개선 필요"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2016-05-28 08:00 송고 | 2016-05-29 08:55 최종수정
인천국제공항 송환대기실(공익법센터 '어필'제공) /뉴스1 DB
인천국제공항 송환대기실(공익법센터 '어필'제공) /뉴스1 DB

'다른 사람과의 만남 제약에 삼시 세 끼는 치킨버거와 콜라'

15년 동안 밀폐된 공간에서 군만두만 먹던 영화 '올드보이'의 주인공 이야기가 아니다.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난민 신청이 거부된 사람의 이야기다.

늘 텔레비전에서만 보던 난민은 이제 대한민국에서 어느 나라에도 속하지 못한 채 '유령'처럼 하루를 버티고 있다. 하지만 오늘도 우리와 함게 살아가고 있는 한 '인간'일 뿐이다.

◇'난민' 인정?..."낙타가 바늘구멍 통과"

'난민'은 '인종과 종교 또는 정치적, 사상적 차이로 인한 박해를 피해 외국이나 다른 지방으로 탈출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지난해 9월, 세살 배기 시리아 난민 아일란 쿠르디가 사체로 터키 해안에서 발견된 일은 난민 수용에 폐쇄적이던 유럽연합(EU)의 빗장을 푸는 결정적 계기였다.

죽음을 무릎쓰고 고국을 탈출하는 이유는 본국으로 송환될 경우 정치·사회적 박해로 목숨마저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고국을 떠난 이들이 '난민'으로 인정받는다면 우리 국민과 동등한 사회보장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난민 인정률은 채 4%가 되지 않는다.

법무부 산하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994년부터 올해 3월까지 난민신청자는 총 1만6979명이다. 이 가운데 약 3.4% 수준인 588명 만이 난민으로 인정받았다.

여기에 사회적 권리는 제한되지만, 체류와 취업활동이 인정되는 '인도적 체류허가자' 927명을 더하면, 한국에서는 총 1515명이 난민으로서 그 삶을 보호받고 있다.

인도적 체류허가자를 포함하더라도 우리나라 난민 인정률은 9%에 미치지 못한다. 이는 세계 평균 난민 인정률인 32%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지난 19일 거리에서 난민 보호를 외치던 에티오피아인 슈라펠 아세파씨는 "저와 형제들은 이곳에서 정부와 NGO 단체로부터 어떠한 생계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다"며 "형제들이 고국으로 송환돼 고문과 학대의 위험을 겪지 않도록 한국 정부가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에티오피아난민모임 회원들 모습. /뉴스1 DB
에티오피아난민모임 회원들 모습. /뉴스1 DB

◇편법 막기 위해 적법한 절차 필요 vs 제도 개선으로 난민 수용해야

정부는 문제를 인정하면서도 무작정 난민을 받아드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법무부는 "한국의 난민인정률이 낮다는 지적이 지속되고 있지만, 난민신청자의 상당수가 불법체류 상태 또는 외국인 근로자"라며 "입국 후 체류 기간이 만료되기 직전에 체류를 연장할 목적으로 난민으로 신청해 불인정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코트디부아르인 A씨는 취업자격으로 입국해 불법 체류하다 난민신청을 했고, 난민인정이 되지 않자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대법원에서 최종패소판결을 받았음에도 다시 난민을 신청하는 방식으로 14년간 체류하고 있다.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관계자도 "진짜 난민신청자가 적법한 절차를 거쳐 난민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난민 신청자 및 인정자를 위한 실질적인 처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장에서 난민들과 접촉하는 활동가들의 생각은 달랐다.

공익법센터 '어필'의 이일 변호사는 "실제로는 난민인정률이 3% 정도에 불과한 수준"이라며 "실무적으로 볼 때 난민으로 인정받아야 하는데 보호 못받는 사람이 너무 많다"고 주장했다.

국제난민지원단체인 '피난처'의 이호택 대표는 "난민 신청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이를 악용하는 사례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그러나 정말 난민으로서 인정받아야할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는 것도 현실인 만큼 제도적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막연한 공포와 편견에서 벗어나야

지난해 발생한 파리 테러 이후 난민을 잠재적 테러범으로 간주하는 인식이 사회에 팽배해 있다.

지난해 11월 국가정보원장은 테러 대응책 긴급 현안보고를 위해 국회 정보위 전체회의에 참석했다. 국정원장은 '시리아 난민 200명이 항공편으로 국내에 들어왔고, 135명은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았다' '우리 국민 10명이 인터넷을 통해 IS를 공개 지지한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시리아 난민이 들어왔다는 내용과 국내에 IS 지지자가 있다는 별개의 내용이었음에도, 여론은 난민의 입국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언론도 마치 시리아 난민 가운데 IS의 지지자가 있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잇는 기사를 내보냈다. 이는 테러에 대한 막연한 공포가 난민에 대한 혐오로까지 확장된 것을 보여줬다.

이런 현상에 대해 이일 변호사는 "오히려 난민들은 막연히 아직 실존하지도 않는 테러를 걱정하는 우리와 달리, 구체적으로 테러의 위험들에서 피해온 피해자들이다"며 난민을 잠재적 테러범으로 보는 시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들은 변함이 없는데, 어떨 때는 불쌍한 도움의 대상이 되었다가 하루아침에 잠재적인 위험인물로 여겨지거나 선전된다"며 난민들을 편견 없는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potg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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