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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껏 불 붙은 '반기문 대망론'…신기루 그칠까 결실 맺을까

국민들 기존 정치권 반감에 '신선함' 부각…충청 대망론 등으로 몸값 치솟아
관료 출신 한계, 혹독한 검증 등 숙제…전문가들 "예단은 일러" 한 목소리

(서울=뉴스1) 김영신 기자 | 2016-05-26 20:31 송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6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1회 제주포럼에서 기조연설을 마친뒤 퇴장 하고 있다. 2016.5.26/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6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1회 제주포럼에서 기조연설을 마친뒤 퇴장 하고 있다. 2016.5.26/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정치권에서 끊이지 않고 회자되던 '반기문 대망론'에 불이 붙었다. 주인공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이번 방한을 통해서다.
19대 대선을 1년반 정도 앞두고 어느 때보다 한껏 커진 이 대망론이 현실화할지, 아니면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지 관심이 쏠린다.

이제까지 수시로 '반기문 대망론'이 회자될 때마다 특유의 애매한 화법으로 피해갔던 반 총장은 전날(25일) 그 어느 때보다 가장 전향적인 발언을 내놨다.

그는 "임기 종료 후 한국민으로서 어떤 일을 해야할지 고민하고 결심하겠다" "제가 그런 말(대망론)을 안했는데 자생적으로 나오는 데 대해 자랑스럽고 고맙다" "10년 간 유엔 사무총장을 했으니 기대가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겠다" 등이라고 말했다.

물론 야권을 중심으로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대선 출마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을 한 것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반 총장은 26일 "언론의 과잉 해석"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시기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반 총장이 대망론에 적극적으로 부응하는 모양새라 차기 대선 지형이 출렁이고 있다.

20대 총선이 끝나고 정치권은 차기 대선 정국으로 갓 접어들었다.

야권에서는 총선 승리를 탄력삼아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전면에서 대선 경쟁을 벌이고 있고, 손학규 더민주 전 상임고문과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등도 잠룡으로서 레이스에 가세했다.

반면 여권은 대선주자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김무성 전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문수 전 경기지사 등이 총선 패배로 큰 생채기를 입으면서 뚜렷한 대표 선수가 없다.

총선 전에는 주로 친박(박근혜)계에서 반 총장을 띄워왔지만, 총선 후 당 대선주자군이 사실상 모두 몰락하면서 반 총장에 대한 러브콜은 계파에 한정되지 않고 커지고 있다. 반 전 총장을 영입해 판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반 총장의 몸값이 이처럼 연일 치솟는 가장 큰 이유로 '신선함'을 꼽는다. 기존 여야 정치권에 대해 일반 국민이 느끼는 극심한 반감이 반기문 대망론으로 드러난다는 분석이다.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꾸준히 1위를 기록하며 안정적인 20% 지지율을 보이는 점이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과거 대선에서도 비슷한 현상은 있었다. '안철수 신드롬', '문국현 현상'이 대표적이다. 기존 정치인이 아닌, 정치 경험이 없는 새로운 인물에 대한 국민의 욕구가 투영된 사례들이다.

반 총장의 경우에는 충청(충북 음성) 출신이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이제까지 역대 대통령은 여야의 전통 텃밭인 영·호남에서 배출된 만큼, 늘 캐스팅보트 역할만 해오던 충청에서 주자가 배출돼야 한다는 정치권 안팎의 논리가 투영된 셈이다.

한껏 팽배한 대망론 속에서 엇갈린 전망도 적지 않다.

우선 정치권 경험이 없는 정통 관료 출신이라는 점은 장점인 동시에 약점으로도 지적된다. 전례에서 볼 때 '비정치인' 출신 주자의 한계는 극명했다.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대표는 17대 대선에서 '바람'을 일으켜 창조한국당을 창당, 대선을 완주했으나 한자릿수대 득표에 그쳤다. 이후 총선 선거법 위반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한 후로는 종적을 감췄다.

안철수 대표(18대 대선 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는 '신드롬'까지 일으켰지만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와 상처 뿐인 단일화 협상 끝에 본선을 완주하지 못했다.

고건 전 국무총리 역시 유력한 대선 후보로 떠올랐지만 검증 등을 버티지 못하고 끝내 불출마를 선언했다.

반 총장의 대선 출마시 상대 당에서 제기될 각종 검증도 변수다.

"역대 최악의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외신 등의 혹평,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과의 관계 등을 놓고 다시 말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정치권에 발을 들이지 않았다면 불거지지 않을 새로운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울러 차차기 여권 주자로 분류되던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등에게 이번 총선 이후 차기 대선으로의 조기 등판론이 제기되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기존 정치권에 속한 이 잠룡들이 새누리당 차기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해 '50대 기수론'에 불이 붙는다면, 상대적으로 너무 일찍 뜬 반기문 대망론에 힘이 빠질 것이란 주장도 있다.

대다수의 정치 전문가들은 반기문 대망론을 유의미하게 평가하면서도 현실화 여부에는 신중함을 나타내고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미국에서의 '트럼프 열풍'처럼 국민이 기존 정치권에 희망을 걸지 못해 나타나는 현상이 반기문 대망론"이라며 "반 총장이 검증 과정을 어떻게 버티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충청 출신이라는 지역적 요인과 새누리당에서 야권 대항마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 속에서 반기문 대망론은 상당 기간 계속될 것"이라며 "선출직 경력이 없는 외교관 출신이라는 것 밖에 없어서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eriwh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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