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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 한계론' 깃발 꽂은 이주열 한은 총재, 이유는?

디지털 산업 등 경제구조 변화 반영 역부족
한은 "아직 걸음마 단계…선제적으로 개편"

(서울=뉴스1) 정연주 기자 | 2016-05-26 08:47 송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경제동향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6.5.25/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경제동향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6.5.25/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숙박 공유업체 에어비앤비는 전 세계적으로 인기몰이하고 있다.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숙소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등록된 대다수 숙소가 한국에선 현행법상 불법이다. 법적인 근거가 없는 생산행위는 국내총생산(GDP) 집계에서 제외한다.

한 나라의 성장률을 나타내는 GDP. 통화와 재정정책의 중요한 척도다. 최근 이를 새롭게 개편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빠르게 변하는 경제 현상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은행도 깊은 고민에 빠졌다.

25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경제동향간담회 모두발언에서 "GDP 0.1∼0.2%포인트 차이가 어느 정도의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GDP 신뢰성이 점차 하락하고 있다"고 화두를 던졌다.

GDP는 경제주체의 생산에 대한 부가가치를 의미한다. 경제의 규모와 성장 속도를 알 수 있는 대표적인 경제지표다.

한은과 대부분 연구기관은 올해 우리나라 GDP 성장률을 2%대로 전망한다. 지표의 상징성 때문에 3%대 성장이 무너지는 시점을 전후로 저성장 고착화 우려가 커졌고, 기관들이 전망을 하향 조정하면 어김없이 금리 인하 기대가 불거졌다. 한은 입장에선 GDP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셈이다.

현재 GDP에 논란이 이는 대표적인 이유는 집계 방식이 질보단 양에 치우쳐 있기 때문이다. 비중이 커진 서비스업은 부가가치 산정에서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일례로 온라인쇼핑은 소비자의 편의성을 증가시키지만, 시설투자 비중을 줄여 GDP가 하락하는 요인이다.

이 총재가 지난 2008년 프랑스 정부가 GDP의 한계를 논의하고자 조셉 스티글리치 교수(노벨경제학상 수상)를 주축으로 구성한 위원회를 언급한 것도 이런 고민을 반영한 것이다. 당시 위원회는 양보다 질적인 개념으로 통계를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가장 큰 과제로 꼽았다.

모바일 앱과 같은 새로운 산업생산의 부가가치가 상당수 반영이 안 된다는 점도 문제다. 에어비앤비도 질적인 면에서 기존 산업에 크게 뒤지지 않지만, 등록된 불법 숙박업체는 생산가치에서 빠진다. 나라별로 에어비앤비의 활성화 정도가 달라 관련 기준을 결정하는 데도 국제적인 합의가 필요하다.

이 총재의 이런 화두는 경제주체의 생산이 현재 나오는 숫자보단 높을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어서, 금리 인하 압박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      

◆한은 "GDP 통계 보완 작업, 아직 걸음마 수준"

어쨌든 GDP에 관한 논의는 현재 국제연합(UN) 통계국 산하 국제국민계정 실무그룹(ISWGNA)에서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한은도 지난 4월 유럽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해 GDP가 소득불균형을 반영하지 못하는 점에 대한 실무적인 의견을 나눴다.

내년에는 한은이 주최하는 국제 소득 및 부 학회(IARIW)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열린다. 가제는 '비욘드(beyond) GDP'다.

한은 내부적으론 개편 작업이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무엇보다 선행해야 할 국제적인 합의가 부족해서다. 통상 통계 개편 속도는 더딜 수밖에 없다. 한은은 GDP 통계 잣대인 SNA(국민경제 전체를 종합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모든 경제주체의 경제활동 결과 및 국민경제 전체의 자산과 부채 상황을 정리한 회계기준 및 체계)를 25년이 걸려 1993년 한 차례 개편했다. 그로부터 15년 후인 2008년에야 수정안을 내놨다.

한은 관계자는 "이주열 총재의 언급으로 내부적인 보완 작업에는 속도가 붙을 수 있지만, 아직 GDP에 대한 큰 의제를 제시한 정도"라며 "과거 후행적으로 개편했던 것과 달리 현재는 국제적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어 앞으로 통계를 선제로 보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j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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