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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터치]정치권의 구조조정 포퓰리즘

(서울=뉴스1) 최명용 기자 | 2016-05-24 16:58 송고 | 2016-05-24 17:53 최종수정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가 23일 경남 거제 대우조선소 노조사무실을 방문해 물을 마시고 있다. 2016.5.23/뉴스1 © News1 허경 기자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가 23일 경남 거제 대우조선소 노조사무실을 방문해 물을 마시고 있다. 2016.5.23/뉴스1 © News1 허경 기자

국회의원들이 거제를 찾았다. 새누리당과 더민주, 국민의당은 각각 대우조선해양과 부산상공회의소를 찾았다. 

여야 지도부는 모두 조선업 구조조정을 두고 대책 마련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여야는 저마다 '조선업 구조조정'에 대해 훈수를 두며 해결책을 내놓았다. 

여야가 내세운 조선업 구조조정의 키워드는 두가지로 요약된다. 대주주와 경영진의 책임, 그리고 노동조합 보호다.

◇느닷없는 대주주 책임론...환란후 세워온 원칙과 배치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는 "경영이 잘못되면 시장 원리에 의해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한다"며 "특히 소유주에게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말처럼 금융권 일각과 정치권에선 대주주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다. 대주주가 주식을 소각하고 직접 지원에 나서라는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대주주의 책임론은 또 다른 문제를 안고 있다.  

상법상 주식회사의 주주는 회사에 대해 인수한 주식의 가액을 한도로 출자의무를 부담할 뿐 이외의 어떤 의무도 부담하지 않는다.(331조) 이를 주주유한책임의 원칙이라고 하고 특히 회사채권자에 대해 주주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 

주식회사인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의 대주주는 '주주'로써 책임을 다하고 있다. 주주가 지는 책임은 주가 하락에 대한 손실이다.

주주가 임명한 경영진이 제대로 경영을 못했고 그에 따라 회사가 어려워지면 주가가 하락한다. 주주는 낸 투자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하는 손실을 떠안는데. 주주자본주의 사회에서 주주가 지는 책임이다. 이를 넘어서 대주주가 책임을 지고 회사 부실을 떠안으라는 것은 '상법'에 배치된다. 

계열사 리스크가 그룹 전체로 번지지 못하게 해야한다는 것은 1998년 환란후 법으로 세워온 원칙이다. 그것을 막기위해 계열사에 대한 부당지원은 물론 지급보증을 못하게 했다. 

예컨대 삼성전자가 삼성중공업에 자금을 지원해주고 채무 보증을 서라고 요구하는 것은 이같은 원칙에 맞지 않는다. 삼성전자의 주주입장에선 '배임 혐의'를 물을 수 있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역시 마찬가지다. 

◇노조원 듣기 좋은 말만...다른 업종도 요구하면? 

구조조정 업종의 일자리 상실과 관련, 정치권은 포퓰리즘을 더 진하게 풍긴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안타깝게 일자리를 잃는 근로자를 위한 대책을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며 "재취업을 위한 대책을 비롯해 근로자 고용 안정을 최선으로 생각하겠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은 당정회의를 가진 뒤엔 특별고용지원 업종으로 지정을 요구했다.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되면 사업주는 고용유지 지원금 등 금융지원을 받게 되고 실업자는 실업급여 기간과 지급액이 늘어난다. 재취업을 위한 프로그램도 받게 된다. 

안타깝게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을 지원해준다는 것은 박수칠 일이다. 하지만 '왜 조선업종만 지원하는가'란 질문에 대한 답은 옹색하다. 

건설업종도 있고 해운업도 있다. 수천퍼센트의 부채비율을 안고 있는 항공업도 있고 신규 라이선스를 받지 못해 일자리를 잃게 된 면세점 근로자들도 있다. 베트남으로 공장을 옮겨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게 된 전자업체 공장도 있다. 

이들 업종은 왜 특별고용 지원 대상에서 빠져 있을까. 왜 조선업종만 지원을 받아야 하는 것일까.

국민의 관심이 쏠리고 이목이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란 설명밖에 없다. 시끄럽게 굴면 더 주는 게 과연 옳은 정치일까. 

모든 업종에 대해 지원금을 줄 수 없다는 게 현실적 고민일 것이다. 관련 재원을 마련하기 힘들고, 모든 업종에 지원을 했다간 재정이 부족할 수 있다. 

◇현실적 대안들... 정치는 빠지고 전문가에게 

정치인들의 발언 중 그나마 현실적인 얘기는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의 발언이다. 안 대표는 "(기업 부실에) 책임질 사람은 책임지게 해야 한다"며 "구조조정은 적절한 전문가를 찾아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구조조정에 필요한 재원 마련과 사회적 안전망을 만드는 일, 산업구조 개혁을 통해 새 성장동력을 찾는 일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치가 끼어 들어서 문제를 제대로 해결했던 적이 몇번이나 있었을까. 정치적, 정무적 판단은 빼고 전문가가 구조조정을 하도록 힘을 실어주고 법적으로 뒷받침해주는게 맞다는 생각이다. 

최운열 더민주 당선자는 "해고하는 대신에 근로시간을 합리적으로 조정한다든지, 임금조정을 통해 난국을 헤쳐 나가는 방안을 검토하든지, 회사가 좋아지면 희생했던 부분을 보상받는 길을 노사가 협의하면 구조조정이 쉽지 않을까 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노조는 무조건 보호받아야만 하는 '절대 약자'가 아니다. 고통 분담에서 노조는 빠지란 법도 없다. 노조원들에게 듣기 좋은 말만 하고 사진을 찍었다고 구조조정이 막아지는 것도 아니다. 노조원들에게도 쓴소리를 하고 필요한 얘기를 하는 게 정치인이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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