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당신의 퇴사를 도와드립니다"…'퇴사학교' 대표 장수한씨

"2배 더 일하고 절반 이하 월급이지만 내 일, 내 것이라 행복"
"철저한 준비 없는 퇴사는 자살골…강의는 내가 할일이 무엇인지 찾는 과정"

(서울=뉴스1) 김태헌 기자 | 2016-05-24 07:00 송고 | 2016-05-24 11:44 최종수정
퇴사학교 대표 장수한씨(가운데). (퇴사학교 제공) © News1
퇴사학교 대표 장수한씨(가운데). (퇴사학교 제공) © News1

'퇴사학교' 설립자이자 대표 장수한씨(31)는 잘나가는 5년 차 '삼성맨'이었다. 지난해 4월 돌연 사표를 낸 지 1년여, 그는 지금이 더 행복하다.

처음엔 밀려오는 막막함과 불안감 때문에 마음고생도 많았다. 생각해 둔 창업과 실패를 경험했고 매달 들어오던 수입도 끊겼다. 막연한 미래 앞에서 장씨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퇴사보다는 회사, 직장인의 삶에 대해 담담히 쓰고 싶었다.
그는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퇴사의 추억'이라는 제목으로 총 27편의 글을 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음의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에 연재했다.  이 연재로 책 출간 지원 공모전 '카카오 브런치북 프로젝트' 대상을 받고 도서 '초일류 사원, 삼성을 떠나다'도 출간했다.

'퇴사학교'는 장씨가 자신처럼 퇴사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해 이달 선보인 오프라인강좌 플랫폼이다. 장씨가 퇴사 후 가장 두려웠던 건 보고 배울 수 있는 롤모델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학교를 만들었다.

퇴사를 두려워하는 이들의 힘이 되고 싶었다. 퇴사의 길을 먼저 걸었던 사람들을 찾아 강사로 초빙했다. 동반 퇴사한 뒤 1년간 세계일주를 한 부부, 맥주를 너무 좋아해 퇴사 후 수제맥주를 공부한 전문가, 1인 창업전문가 등이 퇴사학교의 강사다.
개설된 강의들은 10~30명을 대상으로 월 1~2회 진행된다. 수강생들은 인터넷 홈페이지(http://t-school.kr/)를 통해 원하는 과목을 수강 신청할 수 있다. 수업은 강사들이 자신의 퇴사 경험에 대해 이야기한 다음 수강생의 고민을 직접 듣고 조언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페이스북 페이지는 직장인 사이 게시글이 끊임없이 공유되면서 개설 2주 만에 '좋아요' 1만명을 넘어섰다. 매번 강의는 빈자리 없이 마감 릴레이다.

장 대표는 많은 직장인이 가슴에 사표 하나씩 묻고 사는 이유에 대해 "결국 오너십(주인의식)인 것 같다"고 말했다.

3개월 동안 매일 야근과 주말근무를 하며 프로젝트를 마친 그에게 찾아온 건 허무감이었다. 회사에 있으면 죽을 때까지 대리인 역할밖에 못 하겠다는 생각이 떠오르자 자연스레 퇴사를 결심했다.
현재까지 개설된 퇴사학교 수업목록. (퇴사학교 홈페이지 갈무리) © News1
현재까지 개설된 퇴사학교 수업목록. (퇴사학교 홈페이지 갈무리) © News1

장 대표는 이직이나 퇴사를 쉬쉬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바꾸고 싶다고 말한다. 그는 "어떤 직장인도 퇴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며 "엄청난 속도로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새로운 직종과 1인 기업이 끊임없이 생겨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차라리 대기업이나 정부 차원에서 퇴사를 공론화하고 당사자와 함께 퇴사 이후의 삶에 대해 고민하고 돕는 그런 분위기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건강한 퇴사'가 바로 그것이다.

장 대표는 퇴사학교에서 '퇴사학개론'이라는 기본강좌를 맡아 이날 두 번째 수업을 진행했다. 수업 중 퇴사한 지 한 달쯤 지났다는 30대 여성 수강생이 힘든 시간을 이겨낼 수 있던 비결을 그에게 물었다. 장 대표는 웃으며 "그런 건 없다"고 말했다.

그는 "퇴사학교의 교훈이 '철저히 준비되지 않았다면 절대 퇴사하지 마세요'다. 무작정 하는 퇴사는 정말 힘들다. '인생 자살골'이다. 왜 내가 퇴사해야 하는지, 퇴사 이후의 삶은 어떨지, 평생 가장 큰 고통과 불안을 겪으면서까지 내가 하고 싶은 '그 일'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결정하는 것, 그게 퇴사학교에서 해야 할 일이다"고 말했다.

6월 중으로 퇴사학교 수강생 전체를 대상으로 '입학식'도 진행할 예정이다. 퇴사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커뮤니티와 동료를 만들고 그 안에서 서로 도움을 받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는 퇴사학교에 대해 "퇴사학교는 퇴사하라는 곳이 아닌 내가 누군지 알고, 내가 무슨 일을 하고자 하는지 생각하는 학교"라면서 "내가 누군지를 알고 어떤 가치를 추구하고 내가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알아가길 바란다"고 말을 맺었다.


ddakbom@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