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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격자가 제왕절개 해도 문제 없어…'있으나 마나' 한 법

[개들의 지옥 '강아지공장'] ③ 오히려 큰소리치는 업주들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2016-05-22 09:00 송고
임신한 번식견이 뜬장 안에 앉아 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News1
임신한 번식견이 뜬장 안에 앉아 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News1

경기 남양주시의 한적한 도로변에 세워진 폐차는 개들의 생지옥이었다. 작은 개들이 위험하게 도로를 오가는 걸 이상하게 여긴 제보자의 신고가 없었더라면 폐차 안 강아지공장(퍼피밀)에선 지금까지 끔찍한 번식행위가 이어지고 있을 게 분명하다.  

"도로를 돌아다니는 게 위험해 보여 일단 한 마리를 탑차에 집어넣으려고 했더니 발버둥을 치며 들어가지 않으려고 했어요. 추운 날씨에 이대로 두면 안 될 것 같아 알렸습니다."
지난 겨울 현장을 급습한 동물보호단체 케어(대표 박소연)의 구조팀은 화물차 안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코를 찌르는 악취를 풍기는 오물더미, 금방이라도 손이 얼어붙을 듯한 냉기. 그 안에 놓인 뜬장에서 깡마른 번식견들이 애처롭게 구조팀을 쳐다봤다.

업주는 뻔뻔했다. 개를 내주지 않겠다고 했다. 데려가려면 돈을 내놓으라며 큰소리쳤다. 실랑이 끝에 구조팀이 불법 번식장이라는 점을 알리며 신고하겠다고 하자 마지못해 개들을 내줬다.

동물보호단체들에 따르면 강아지공장을 운영하는 업주들은 모두 이 업주와 같은 반응을 보인다. 개들에게 끔찍한 일을 자행했으면서도 되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큰소리치기 일쑤다.
지난해 11월 경기 남양주시의 또 다른 불법 번식장을 급습한 동물자유연대(대표 조희경)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견사 안 뜬장에 갇힌 수십 마리의 번식견들. 언제 치웠는지 가늠조차 가지 않을 정도로 쌓여 있는 배설물들. 한 눈에 봐도 개들의 상태는 심각해 보였다.

구조팀은 해당 불법 번식장 업주에게 번식견들을 내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업주는 당당했다. 자신의 소유물인 만큼 단 한 마리도 내줄 수 없다고 했다. 더 나아가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으름장까지 놓았다. 구조팀은 결국 마리당 5만원을 주고 77마리를 데려와야 했다.
     
배설물이 쌓인 뜬장에 갇혀 있는 번식견. © News1
배설물이 쌓인 뜬장에 갇혀 있는 번식견. © News1

강아지공장 업주들이 이렇게 당당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심지어 농림축산식품부에 신고하지 않은 불법 업체의 업주들조차도 큰소리를 치는 이유. 바로 처벌 수위가 너무 약하기 때문이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동물보호법으로 이 업주들을 처벌할 방법이 없다. 딱 하나, 60일이 안 된 개를 판매할 때만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다"면서 "실제로 업주들은 생후 30~40일 된 새끼를 판매하지만 증거를 확보해 처벌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 대표는 "지난달 급습한 전남 화순군의 강아지공장 업주도 직접 제왕절개 수술을 하는 등 끔찍한 일을 19년간 해왔지만 마취제 사용으로 인해 마약관리법 위반 혐의만 적용받았다"고 했다.

현행법상 강아지공장 업주들을 처벌할 방법은 거의 없다. 업주들은 최대한 많은 새끼를 생산하기 위해 발정유도제를 주입하고 제왕절개를 끊임없이 반복하지만 법적으로 그 어떤 문제도 없다. 심지어 수의사 자격증이 없는 업주가 직접 제왕절개 수술로 새끼를 꺼내는 행위조차 위법이 아니다.

현행 수의사법 10조에 따르면 수의사가 아니면 동물을 진료할 수 없다. 이를 어길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하지만 수의사법 시행령 12조 3항에 따르면 자기가 사육하는 동물에 대한 진료행위 또는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비업무로 수행하는 무상 진료행위는 처벌받지 않는다.

비전문가인 강아지공장 업주들이 배를 갈라 새끼를 꺼낸 뒤 내장을 마구잡이로 밀어 넣고 봉합하는 제왕절개 수술을 반복해도 법은 오히려 이 행위를 보호하는 셈이다.     

뜬장에 힘없이 앉아 있는 번식견. © News1
뜬장에 힘없이 앉아 있는 번식견. © News1

불법 번식장이 넘쳐나는 데도 이유가 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현재 국내엔 크고 작은 번식장이 3000곳이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농식품부에 신고된 번식장은 93곳뿐이다. 발각돼도 과태료 100만원만 납부하면 그만이다. 단지 강아지 몇마리만 내다 팔아도 업주에겐 이득이란 얘기다.  

농식품부도 이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과태료 100만원은 너무 적은 수준이다. 벌금을 올리는 게 맞다"고 했다.

문제는 불법 번식장뿐만이 아니다. 최근 한 방송에 소개돼 시청자들을 분노시킨 전남 화순군의 번식장은 농식품부에 등록돼 지방자치단체의 관리를 받는 합법 업체였다. 하지만 그곳도 지옥이긴 마찬가지였다.

지자체 관리를 받는 번식장에서도 동물학대가 자행되는 데는 공무원들의 잘못된 인식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자체 축산업 담당 공무원들은 하나같이 '이 정도면 괜찮지 않나'라고 말하더라"면서 "돼지, 소, 닭 등의 동물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이 봤을 땐 개도 똑같은 가축이다. 그들 눈엔 그 정도 관리 수준이면 양호한 셈"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지자체 담당 공무원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면서 "개 번식업은 물론 축산업도 이런 식으로 가선 안 된다고 얘기하고 있다. 계속 이야기해가며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ssunh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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