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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보정리뷰]횟집수조 같은 교실에서 탈출한 청소년극 '고등어'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2016-05-22 15:20 송고 | 2018-05-13 13:31 최종수정
연극 '고등어' (사진제공 국립극단)
연극 '고등어' (사진제공 국립극단)

왜 하필 제목이 고등어일까. 교복을 입은 청소년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흔한 생선 고등어와 겹쳐진다. 이 작품은 죽은 고등어가 아니라 살아서 파닥대는 고등어 같은 청소년을 잘 그려냈다. 이것이 공연을 본 관객들이 극장을 떠나면서 대사 '파닥파닥'을 중얼거리는 이유이다.

연극 '고등어'는 작가 배소현(30)이 겪은 자전적 이야기다. 극 중 인물 지호는 작가의 과거 모습으로 평범한 15살 여중생이다. 그는 반항적인 경주를 몰래 동경하던 중에 '친구 하자'는 쪽지를 충동적으로 보낸다. 이들은 전혀 어울려 보이지 않지만 둘도 없는 친구가 돼 경남 통영으로 여행을 떠난다.

작가의 15년 전 체험임에도 현재 중학생의 생각과 모습이 고스란히 살아 있다. 서울 금호여중과 경기 성남숭신여중 연극반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도왔다. 평소에 자주 쓰는 말 "어쩔/ 아놔ㅋ/ 졸려/ 언제 끝나/ 대박" 등이 대본에 실렸다. 또 학생들이 연습을 참관하면서 냉정하게 내린 평가가 공연에 세밀하게 반영됐다.

청소년극이라서 일반 연극보다 완성도가 떨어질 것이라는 선입견은 공연 시작 5분쯤 지나면 가볍게 깨진다. 연출 이래은과 5명의 배우가 여중생의 섬세한 감정을 무대 언어로 잘 살려냈다. 발로 고인 물을 밟을 때 들리는 의성어 '찰박찰박'이 배우의 몸동작으로 표현되는 장면에서는 대학로 다른 연극들보다도 예술적 완성도가 뛰어나기도 했다.

통영과 제주도 사이의 185번 해구에서 잡힌 고등어떼가 갑판 위로 쏟아지는 장면은 이 연극의 압권이다. 탁구공 등 크기가 다른 플라스틱 공으로 은유 된 고등어떼가 무대 바닥에 쏟아지는 소리에 일부 관객은 탄성을 지르기도 했다.

이 갑판 장면은 출연진이 얼마나 잘 단합됐는지를 살짝 드러내기도 했다. 배우들은 자기 연기를 하면서도 무대에 여기저기 흩어진 공을 발끝으로 살짝 밀쳐내 빈 곳을 확보했다. 이 공간은 이어서 연기하는 배우의 동선 중 하나였다. 고등어떼가 가득 찬 갑판 위를 달려가는 연기에서 배우가 공을 잘못 밟아서 넘어지지 않게끔 순발력 있게 서로를 배려한 것이다.

지호와 경주는 통영 여행을 마지막으로 더는 만나지 못한다. 연극에서 담아내지 않은 이후의 삶이 궁금해지는 것은 이 작품이 관객에게 던지는 선물 같은 질문이다. 답에 대한 힌트가 공연 안에 있다. 지호와 경주를 안전하게 뭍에 내려준 갑판장의 대사에서다.

갑판장은 "(고등어는) 끝까지 살아 볼라꼬 몸부림에 부림을 치다, 그 몸부림이 즈들 몸이 된 아들인기라, 싸고 흔다다 캐서 사람들이 몰라서 카제 야들, 적어도 진짜로 죽을 만큼 살다가 죽는 아들이다"고 했다. 돈도 없고 힘도 없으면서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헬조선의 어른들에게도 추천할만한 작품이다.

▲29일까지. 서울 용산구 서계동 국립극단 소극장 판. 가격 1만~3만원. 문의 1644-2003. 다음은 연극' 고등어' 주요 장면이다.

연극 '고등어' (사진제공 국립극단)
연극 '고등어' (사진제공 국립극단)


연극 '고등어' (사진제공 국립극단)
연극 '고등어' (사진제공 국립극단)
연극 '고등어' (사진제공 국립극단)
연극 '고등어' (사진제공 국립극단)


연극 '고등어' (사진제공 국립극단)
연극 '고등어' (사진제공 국립극단)


연극 '고등어' (사진제공 국립극단)
연극 '고등어' (사진제공 국립극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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