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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뉴스]"묻지마 살인 아니라 여성혐오 살인이다"

(서울=뉴스1) 황덕현 기자, 정수영 기자, 최은지 기자 | 2016-05-19 19:10 송고 | 2016-05-19 21:42 최종수정
© News1
 



19일 오전 강남역 10번 출구에는 알록달록한 포스트잇이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시민들은 직장으로, 학원으로 향하는 걸음을 멈추고 유심히 글귀를 살피는가 하면 직접 쓴 포스트잇을 붙이기도 했다.

벽에는 '여자들만 살인범을 무시했을까요? 그 살인범이 죽일 수 있는 대상이 여자일 뿐입니다. 여자들은 왜 일찍 다녀야하나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같은 나이의 여자로서 너무 마음이 아프고 눈물이 나네요. 이 사회의 여성으로서 산다는 것이 너무나 고되고 이런 참혹한 결과까지 낳았다는 것 자체가 대한민국의 암담함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등의 글귀가 붙었다.

이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조은희 서초구청장 등 정치권 인사들이 현장을 방문하고 애도를 표했다.

지난 17일 오전 1시7분쯤 서울 서초구의 한 노래방 건물의 남녀 공용 화장실에서 직장인 A씨(23·여)가 왼쪽 흉부 등에 칼로 수차례 찔린 채 발견됐다.

A씨는 당일 남자친구 등 지인들과 인근 음식점에서 술을 마셨고, 흉기에 찔린 채 쓰러진 A씨를 남자친구가 발견하고 신고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경찰은 같은날 오전 10시쯤 현장 인근에서 A씨를 살해한 혐의(살인)로 김모씨(34)를 긴급 체포했다.

인근 음식점 종업원인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화장실에 미리 숨어 있다가 들어오는 피해자를 상대로 범행을 저질렀다"면서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사회생활에서 여성들에게 무시당해 범행했다"고 밝혔다.

때문에 이 사건을 '여성혐오 살인'으로 봐야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그러나 사건 다음날인 18일 경찰은 김씨가 2008년부터 최근까지 정신분열증으로 치료를 받았다는 김씨의 어머니 진술과 진단서와 진료 기록을 확인했다.

이어 사건 발생 이틀째인 오늘 오전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행동과학팀 형사 등 프로파일러들이 김시에 대해 심리면담을 실시했다.

김씨가 검거 당시 밝힌 범행 동기에 대해 "경찰은 그 동기가 납득되지 않았고, 수사결과 정신분열증이 심각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앞으로 좀 더 정신의학 전문가의 진단을 통해 밝혀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범행 동기를 정신질환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피의자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을 여성 혐오 범죄로 봐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배은경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만약에 진짜 조현병 증상때문에 생긴 거라고 보면 오히려 여성혐오가 작동한 무의식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며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인 사고를 했을 때 보인 공격성이라는 것이 여성을 향하게 되는 그 무의식적 구조를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성수 성신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불특정인을 대상으로 하는 '묻지마 폭력'이면 잠재적 대상 범위가 한국인 전체가 되니까 '내 문제'로 여겨질 가능성이 낮아진다"면서 "그런데 여성, 외국인, 성소수자, 무슬림…이런 식의 특정 집단을 향한 범죄가 빈발하면 그 집단 구성원들에게 당장 '내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js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