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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공사 퇴직자가 비정규직 미화원에 성추행·폭언" 논란

공공비정규직노조 "용역회사 간부로 옮겨 술접대 요구·인사 협박"

(서울=뉴스1) 류보람 기자 | 2016-05-10 17:42 송고 | 2016-05-10 18:07 최종수정
서울 강서구 방화동 김포국제공항 청사. (자료사진) © News1
서울 강서구 방화동 김포국제공항 청사. (자료사진) © News1

한국공항공사 퇴직자가 김포공항 미화용역회사 관리인으로 일하면서 비정규직 미화원들에게 수년간 폭언과 성추행을 해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0일 공공비정규직노동조합에 따르면 한국공항공사에 20년 넘게 재직하며 재무회계팀장을 지냈던 A씨는 정년퇴직을 2년 앞두고 2012년부터 김포공항 미화원 용역업체 G사 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A씨는 김포공항 국제선과 국내선 청사에서 일하는 미화원 150여명에 대한 관리 업무를 맡게 됐다.  조합 소속 미화원들은 A씨가 자신의 지위를 빌미로 3년 이상 폭언을 하거나 성희롱·추행을 했다고 증언했다.

이들에 따르면 A씨는 회식자리에서 여성 미화원의 신체부위를 만지거나 술 접대를 요구하는 등 성추행을 해왔다. "휴일에 단둘이 밥을 먹자"거나 "아들이 둘인데 부부관계를 두 번만 했느냐"는 등의 성희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성 미화원 대신 남성 미화원을 성추행해 러닝셔츠가 찢어지는 등의 사례도 있었다고 조합원들은 증언했다. 미화원의 근속과 근무지 배치 등에 관한 권한을 이용해 욕설과 폭언을 일삼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들은 "잠시 화장을 고치려 하거나 웃지 않는다는 이유로 A씨가 '아주 쉬고 싶으냐'며 해고 협박을 하고, 동료와 잠시 앉아 있거나 커피를 마셨다는 이유로 시말서 작성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배가 고프다"며 금품을 요구해 응하지 않는 경우 화물청사 등 교통이나 근무환경이 상대적으로 험한 곳에 배치하는 등의 '갑질'을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근무 중 사고를 당했지만 산업재해 처리 요구를 거부하고 사직서 제출을 종용했다는 미화원의 주장도 있었다. 미화원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해 도움을 요청하자 탈퇴를 강요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노조에 따르면 김포공항 내 비정규직 미화원 1200여명 중 A씨가 일하는 업체 소속 미화원은 150여명이다. 이들은 A씨의 횡포를 참다못해 지난 3월 노동조합에 가입해 도움을 요청했지만 A씨의 강요로 30여명이 탈퇴했다고 밝혔다.

한 미화원은 "A씨가 미화원들을 자신의 사무실로 불러 탈퇴를 강요했다. A씨가 딸의 취직자리를 소개해줬는데 노조활동을 계속하면 딸을 해고하게 하겠다는 말에 이길 수가 없었다"고 토로했다. 용역회사 직원들 역시 A씨의 비행을 알면서도 공항공사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재계약 등에 불이익이 생길까 문제를 공론화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포공항 미화위탁관리용역 계약은 올해 기준 공항공사 서울지역본부와 3년 단위로 체결되며, 공사기준에 따른 평가결과로 재계약 여부가 결정된다.

미화원들은 지난 2일 김포공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항공사를 상대로 문제 해결을 촉구한 바 있다. G사 측에는 A씨의 직급을 강등할 것을 요구했다. 이후 G사는 A씨의 직무를 정지했다가 지난 6일 결국 A씨를 해고했다.

문제가 알려진 지 일주일 이상이 지났지만 재계약·현장관리자 임면권 등을 가진 공항공사는 실태조사 착수 등 구체적인 조치나 입장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 공항공사 관계자는 "공사가 아닌 용역업체 차원에서 언급되고 있는 일이고 현재 사실 확인이 이루어진 단계도 아니다"라며 뚜렷한 언질을 피했다.

A씨 본인은 미화원들의 주장에 대해 전면 부인하며 증언을 한 미화원들을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고발하는 등 법적 조처를 불사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pade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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