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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내 외국인 학생들…"학점경쟁, 그룹문화 신기해"

원어 수업·한국어 교육 기회 부족 등 아쉬움도

(서울=뉴스1) 김현정 기자 | 2016-05-08 07:00 송고
아짜렐로 엔리코(AZZARELLO ENRICO)가 지난달 29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대 서울캠퍼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김봉철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 제공)© News1

#한국생활 7년차 아짜렐로 엔리코(AZZARELLO ENRICO, 이하 리코)는 한국학에 관심이 많은 이탈리아인이다. 처음 한국에 온 것은 2010년.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3주간 한국을 혼자 여행한 것을 인연으로 이곳에 정착했다. 로마 대학 동양학과를 다니던 그는 편입을 결심,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학부 4학년에 재학 중이다.

박성훈이란 한국 이름을 스스로 지을 만큼 한국에 대한 애착이 크지만 한국대학 생활에 대해선 아쉬움이 많다. 학점 경쟁에 치열한 대학 생활도 생소하고 무엇보다 한국인끼리만 어울리는 그룹 문화는 적응이 힘들다. 
'외국인 유학생 10만명 시대'가 성큼 다가온 이 시점에서 국제학부에 재학 중인 외국인 학생 3인을 만나 그 소회를 들어봤다.

한국외대 캠퍼스에서 만난 아짜렐로 엔리코(Azzarello Enrico, 이하 리코), 스펜서 스타인박(Spencer Steinbach, 이하 스펜서), 아타칸 알렘달(Atakan Alemdar, 이하 아티)는 국제학부에 재학 중인 외국인학생이다.

리코(24)는 이탈리아인, 스펜서(19)는 미국인, 아티(22)는 터키인으로 국적은 달랐지만 공통적으로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았다. 한국어로 충분히 의사소통이 가능할 만큼 언어 장벽도 이들에겐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한국생활에 잘 적응한 이들이지만 외국인학생으로서 겪는 어려움은 여전히 남아있는 듯 했다. 

◇이탈리아 "학점 경쟁 문화 생소" vs 미국 "우리나라도 비슷"

좋은 학점을 받기 위해 경쟁하는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모습이 리코는 생소하다고 했다.

그는 "이탈리아의 경우 취업할 때 학점을 보지 않고 졸업서만 확인하기 때문에 아무리 학점이 높아도 소용없다"며 "한국 학생들은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열심히 공부해야 하지만, 이탈리아는 고등학교 졸업장만 있으면 모두 원하는 대학에 갈수 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는 대학에 들어가기는 쉽지만 졸업이 매우 힘들다. 중간고사 없이 쓰기시험과 교수와의 인터뷰 시험으로 1년 동안 공부한 내용을 평가한다. 교수는 1년간 배운 내용에서 자유롭게 질문하고, 대답하지 못하면 불합격해 그 수업을 다시 수강해야 한다.

반면 스펜서는 학점 경쟁이 치열한 국내 대학은 미국 대학과 비슷한 점이 많다고 했다.

그는 "미국 대학에 다녀본 적은 없지만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국 학생들과 비슷한 것 같다"며 "취업할 때 학점을 보는 것은 아니지만 대학원에 가거나 장학금을 받기 위해 점수를 잘 받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스펜서는 "고등학교 때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 SAT(Scholastic Aptitude Test, 미국의 대학입학 자격시험)를 보는데 수능만큼은 아니지만 중요하다"며 "공부를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은 한국과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외국인학생으로서 아쉬운 점도…한국어 배울 기회 많았으면

이들은 오리엔테이션, 새내기배움터(새터) 등 외국인학생에게 신입생 대상의 행사 참여 안내가 없었다고 했다.

'박성훈'이라는 이름을 스스로 지을 만큼 한국에 대한 관심이 남다른 스펜서도 처음 입학당시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겪었다.

스펜서는 "미국에서는 입학하기 전에 누가 대학에서 같은 과, 전공인지 모르고 혼자 다니는 사람도 많다"며 "하지만 처음 이곳에 입학했을 때 이미 같은 과 친구들끼리 친해져있었고, 미국인으로서 한국 유머도 잘 이해가 가지 않아 어울리기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한국인끼리만 뭉치는 '그룹문화'로 인해 소외감을 느낀 적도 많았다고 했다.

아티는 "다른 대학에 다니는 외국인 친구들도 있는데, 좋은 대학일수록 학생들의 경쟁이 심해서 외국 학생들에게는 시선도 주지 않는다"며 "외국인과 함께 팀을 하면 점수를 잘 못 받거나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해 외국인들과 팀플하기를 꺼려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수업 선택이나 수강신청 절차 등 교육 환경에서 외국인 학생을 위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국학에 관심이 많다는 리코는 "수강신청 할 때 원어 수업이라고 적혀 있지만 막상 수업에 가보면 교수님이 한국어로 수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며 "배우고 싶은 과목이 있어도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이 없어 선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아티도 "수강신청을 하려면 한국어를 알아야 하는데 다행히 선배들이 많이 도와줬다"며 "강의계획서에 수업 소개도 영어로 된 설명이 부족해 계속 전화로 확인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외국인유학생이 점점 늘어나는 만큼 한국 대학생활의 적응을 돕기 위한 언어적,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리코는 "한국어를 아예 모르는 친구가 있는데, 학점을 채우기 위해 수업을 계속 들어야 해서 한국어를 배울 시간이 없다고 했다"며 "대학 수업 중에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수업도 있지만 수준이 매우 높아 기초적인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수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티는 "외국인을 위해 학사일정, 오리엔테이션 등 신청 공지를 더 자세히 안내해줬으면 좋겠다"며 "학교 홈페이지 등에는 한국어는 있는데 영어 설명은 충분치 않아 불편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한국외대 국제학부 외국인학생 3인이 인터뷰를 마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아타칸 알렘달(Atakan Alemdar), 스펜서 스타인박(Spencer Steinbach), 아짜렐로 엔리코(Azzarello Enrico).(김봉철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 제공)© News1
한국외대 국제학부 외국인학생 3인이 인터뷰를 마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아타칸 알렘달(Atakan Alemdar), 스펜서 스타인박(Spencer Steinbach), 아짜렐로 엔리코(Azzarello Enrico).(김봉철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 제공)© News1

한편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의 통계월보에 따르면 국내 외국인유학생은 지난 3월 기준 10만6138명이다. 역대 최초로 10만5000명을 넘었던 지난 2월(10만5193명)보다 945명이 증가했다.

6년 전 손에 꼽을 만큼 외국인학생이 적었다던 외대 국제학부도 현재는 다른 학부에 비해 외국인학생 비율이 높은 편에 속한다. 올해 3월 기준 국제학부 재학생 239명 중 외국인 학생만 62명이다. 


hjkim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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