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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60% 속도로 암 치료…삼성서울병원의 뉴비전

부작용 없이 종양만 골라 죽이는 '양성자 치료기 2기' 가동
소아암·희귀암 환자 치료 효과 높여…맞춤형 치료 가능해져

(서울=뉴스1) 음상준 기자 | 2016-04-28 08:00 송고
삼성서울병원 양성자치료센터 모습./© News1
수소 원자 핵을 구성하는 양성자를 빛의 60%에 달하는 속도로 가속시킨 뒤 환자 몸에 쏘아 암 조직을 파괴하는 최신 암(癌) 치료법을 삼성서울병원이 도입했다.

기존 방사선 치료와 달리 브래그 피크(Bragg Peak)로 불리는 특성 덕분에 양성자가 암에 도달할 때까지 다른 정상 조직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브래그 피크는 양성자 빔이 몸속 정상 조직을 투과해 암 조직에 도달하는 순간 막대한 방사선 에너지를 쏟아부어 암세포를 죽이고 그 이후로는 급격히 사라지는 것을 말한다.

삼성서울병원은 이런 방식으로 암 환자를 치료하는 양성자 치료기를 도입해 가동하는 내용의 '암 치료 뉴비전'을 28일 발표했다.

◇2008년 암병원 개원 이어 양성자 치료기로 2단계 완성

삼성서울병원은 지난 2008년 아시아 최대 규모로 암병원을 설립한 지 8년 만에 후유증 없이 암 종양을 골라 죽이는 '양성자 치료기'를 도입해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장비 구입과 가동 시설을 만드는 데만 1000억원가량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간 의료기관이 양성자 치료기를 국내에 도입한 것은 삼성서울병원이 처음이다. 

양성자 치료는 폐암과 간암, 뇌종양, 두경부암 등 방사선 치료가 필요한 모든 암 질환에 부작용을 줄이고 치료 효과를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소아암 환자도 새로운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완치 후 생존 기간이 긴 만큼 방사선에 노출된 다른 부위에서 암이 생길 가능성을 최대한 줄이기 때문이다.

희귀암 환자들도 높은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예컨대 희귀암 중 하나인 척색종은 중추신경에 근접해 있어 수술이 어렵고 기존 방사선 치료에 강한 저항성을 가진다. 이런 환자가 양성자 치료를 이용하면 70~80% 이상의 치료 효과를 본다.

암이 재발한 환자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부작용을 우려해 적극적인 치료가 어려웠는데 앞으로는 완치를 목표로 치료할 수 있게 된다.

남석진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장은 "양성자 치료기는 환자를 상대로 치료 후 삶까지 고려해 디자인했다"며 "환자 고통을 최대한 덜어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오정 삼성서울병원장./© News1
권오정 삼성서울병원장은 "양성자 치료기는 암을 대하는 방식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환자 치료뿐만 아니라 그 이후 삶까지 입체적이고 포괄적 방식으로 접근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환자 맞춤형 치료…정상 부위 놔두고 암만 골라 죽여

삼성서울병원 양성자치료센터가 보유한 장비는 양성자 치료기 중 가장 앞선 모델로 평가받는다. 환자 상태에 따른 맞춤 치료를 제공한다.

병원이 보유한 양성자 치료기는 일본 아이자와병원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초고속 라인스캐닝 방식의 치료법을 채택했다.

라인스캐닝 방식은 양성자 빔을 종양이 생긴 부위에 선을 쌓듯 쏘는 방식이다. 점을 찍는 방식인 스팟 스캐닝에 비해 정교한 치료가 가능하다.

암 모양에 따라 양성자 빔을 수십 개로 나눠 방사선량을 달리해 쏠 수 있는 세기조절 기능 IMPT(Intensity Modulated Proton Therapy)도 탑재했다. 몸속 암 위치를 3차원 영상 정보를 통해 정확하게 찾아내도록 돕는 장비인 콘빔CT((Cone Beam CT))도 장착했다.

CT(컴퓨터단층촬영)를 찍어 종양 위치를 최초로 파악한 뒤, 암 환자가 누운 위치나 자세에 따라 암이 같은 자리에 있는지 콘빔CT로 확인하는 방식이다. 환자 숨결에 의해 암 위치가 미세하게 틀어지는 만큼 이 문제를 해결하는 호흡동조 시스템을 갖췄다.

치료 전에 4차원 특수 CT를 찍어 숨 쉴 때 암과 장기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도 파악한다. 실제 치료에 들어가면 실시간으로 호흡 상태를 모니터링해 일정한 호흡 주기에서만 양성자를 쏜다. 

누워 있는 환자 위치를 0.1㎜ 단위로 자동으로 교정하는 로봇 치료대(Robotic Couch)도 가동한다.  최두호 병원 양성자치료센터장은 "양성자 치료기의 핵심은 환자 특성을 고려한 치료"라며 "정확한 분석이 있어야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도 6.5의 지진에도 견뎌…양성자 치료기 2기 가동

삼성서울병원 양성자치료센터는 본관 정문 건너편 지상 6층에 지하 4층, 연면적 1만4443㎡(4,369평) 규모의 별도 건물로 설계했다.
삼성서울병원 양성자치료센터 전경./© News1
높이 10m에 무게 170톤에 달하는 양성자 치료기 2기를 포함해 치료 공간 전체를 2.3m 두께의 순수 강화 콘크리트벽으로 차폐벽을 세웠다.

내진설계 기준에 따라 강도 6.5 지진에도 견디게끔 지어졌다. 폭우나 갑작스러운 정전 같은 재해에도 대비하는 시스템을 가동한다. 센터 내부에 진료실과 치료실, CT 모의치료실, 마취회복실, MRI(자기공명영상) 검사실 등을 따로 만들었다.

양성자 치료는 평일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이뤄진다. 모의 치료를 거쳐 치료 계획을 설계한 후 본격적인 양성자 치료는 평균 20회가량 이뤄진다.

한 번 치료를 받을 때마다 평균 30~60분 정도 걸린다. 치료 대상은 여러 진료과 의사들이 함께 참여하는 다학제 진료 회의에서 결정한다. 방사선종양학과 의료진은 지난 1994년 8월 첫 치료를 시작했고 지난해에만 5만명의 신규 환자를 진료할 정도로 임상 경험이 풍부하다.

병원 측은 양성자 치료기 이외에도 선형가속기 4대, 세기조절방사선치료 전용인 토모테라피(Tomotherapy) 2대, 방사선 수술이 가능한 노발리스(Novalis)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자기공명영상 모의치료기를 도입했다. 방사선 치료 계획을 세우는 컴퓨터단층촬영(CT) 모의치료기 3대도 운용 중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선형가속기를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임도훈 병원 방사선종양학과장은 "양성자 치료기 도입을 통해 국제적인 암 치료 허브로 거듭나겠다"며 "진료뿐 아니라 연구 분야에서도 성과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s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