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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도 꿈과 끼 평가"…교육부 방침에 현장은 '글쎄'

비평준화 일반고·자공고 대상 자기주도학습 전형 확대
"또 하나의 입시부담" "사교육 확대될 것" 우려도

(서울=뉴스1) 이진호 기자 | 2016-04-27 06:00 송고 | 2016-04-27 08:57 최종수정
교육부 청사(자료사진)./뉴스1 DB © News1
교육부 청사(자료사진)./뉴스1 DB © News1

정부가 발표한 고교 자기주도학습 전형 확대에 현장 의견이 분분하다. 소질과 적성을 고려하는 방향은 환영하지만 대학입시를 앞둔 학생에게 부담을 더한다는 지적과 함께 사교육 증가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27일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 25일 교육부가 시·도 부교육감회의를 열어 발표한 '고교 맞춤형교육 활성화계획'중 선발제도 개선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개선안은 중학교 자유학기제 전면 실시에 맞춰 고교 선발제도를 바꾸는 데 초점을 맞췄다. 소질과 적성 위주로 학생 선발을 하는 자기주도학습 전형을 실시하는 게 핵심이다. 꿈과 끼를 키우는 자유학기제의 연장이다.

자기주도학습 전형은 자기주도학습 능력과 인성, 창의성을 중심으로 학생을 선발한다. 현재 117개 고교에서 시행하고 있지만 대부분 외국어고·과학고와 같은 특수목적고등학교이거나 자율형 사립고다. 

교육부는 비평준화지역 일반고와 자율형 공립고 중 희망학교를 중심으로 자기주도학습 전형을 확대 도입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내신 산출 시 창의적 체험활동과 봉사활동 등 비교과영역과 교과영역을 균형적으로 반영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 "또 하나의 입시 더하나"

하지만 현장에서는 우려가 나온다. 대입을 목전에 둔 고교에 이런 제도 변화가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을 더하는 게 아니냐는 것. 전형 준비를 위한 사교육에 대한 걱정도 있다.  

한국교총은 지난 25일 입장문을 내고 "고교교육이 입시에 종속된 상황에서 사회적 구조변화를 수반하지 않으면 정책효과가 나타나지 않거나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학교와 달리 대입을 목전에 둔 고등학교의 입시제도 변화는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김동석 한국교총 대변인은 "이른바 학종(학생부종합전형) 전성시대에서 일반고 등의 학습능력 강화는 다양한 교육콘텐츠 확보로부터 시작된다"면서 "이러한 노력이 선발(과정 개선)보다 우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교 입시제도 변화보다는 학교 안에서 충실한 교육프로그램이 선행될 때 학습효과가 더 클 거란 이야기다.

그는 이어 "학부모 입장에서는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장 교사들의 반응도 별반 다르지 않다.

김혜남 문일고 교사는 "소질과 적성을 고려하는 취지는 좋지만 이 또한 학습 역량이 먼저 뒷받침돼야 한다"면서 "전형 도입으로 인해 학생들이 학업능력 개발(교과 공부)보다 소질과 적성개발만 집중하는 등 양극화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새로운 전형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한눈을 팔 수도 있다'고 되짚은 그는 "중학교 때 기초 (학습) 역량을 탄탄히 쌓아야 하는 만큼 대입 시각에서 보면 조금 느슨한 방향이 아닐까 싶다"고 상기시켰다.

초등학교 교사 A씨도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학교와 교사들이 감당하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는 게 문제"라고 내다봤다. 전형 도입을 위해서는 새로운 평가 인원 확충 등 학교 차원의 준비 과정도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자료사진)/뉴스1 DB © News1
(자료사진)/뉴스1 DB © News1

◇ 사교육 공습 우려, 교육부 "의견수렴해 부작용 최소화"

새로운 전형 도입으로 인한 사교육 성행도 우려된다.

중2 자녀를 둔 심모씨(49)는 "중학교 현장에서는 아직 전형을 준비할 역량이 미흡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결국 빈틈은 사교육이 메꿀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대입 학생부종합전형, 자사고 면접 등 새로운 학생 선발제도가 도입될 때마다 사교육계는 관련 프로그램을 내놨다. 이 과정에서 학부모들의 부담은 가중됐다. 이번에도 자기주도학습전형 준비 프로그램이 나올 것으로 보이는 만큼 또다시 부모 경제력에 따라 고교입시도 갈릴 거라는 우려다.

심씨는 "고등학교에서도 자기주도학습을 명확히 평가할 준비가 안 됐다고 본다"며 "이럴 경우 사교육 컨설팅을 받거나 정보력이 강한 일부 학생에게만 유리한 전형이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교육부는 의견수렴을 통해 최대한 부작용을 막겠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자유학기제가 중학교에 정착되는 만큼 고교입시도 그에 맞춰 변화시키겠다는 큰 틀 차원"이라고 설명하며 "자기소개서 표절 방지와 입학담당관 자격기준 마련 등 사교육이 개입할 여지를 최대한 막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자기주도학습 전형은 1단계에서 내신성적으로 학생들을 추린다. 2단계 면접에서는 자기소개서, 학생생활기록부, 교사추천서 3가지로 학생을 평가해 최종합격자를 선발한다.

그는 "현장의 우려는 잘 알고 있다"면서 "(본격적인 제도 시행까지)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적합한 방안을 완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jhlee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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