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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의혹 커지는데…옥시 '모럴 해저드' 논란

증거인멸 의혹에 피해자 개별 합의까지…檢, 의혹들 '정조준'

(서울=뉴스1) 김수완 기자 | 2016-04-21 15:22 송고
영국인 법정변호사  키르시넨두 무커지 씨가 가습기살균제 참사 발생 4주기를 맞아 지난해 9월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누하동 환경운동연합 카페 회화나무에서 열린 옥시레킷벤키저 영국본사 상대 국제소송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News1 박정호 기자
영국인 법정변호사  키르시넨두 무커지 씨가 가습기살균제 참사 발생 4주기를 맞아 지난해 9월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누하동 환경운동연합 카페 회화나무에서 열린 옥시레킷벤키저 영국본사 상대 국제소송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News1 박정호 기자

'가습기 살균제' 논란과 관련해 영국계 다국적기업 옥시레킷벤키저의 '모럴 해저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 회사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각종 증거인멸 의혹이 불거진 상태이며 소송을 낸 피해자들에게 접근해 '더 이상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몰래 개별 합의를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21일 법원 등에 따르면 현재 옥시 측을 상대로 개별적으로 소송을 낸 피해자들은 대부분 조정으로 소송 절차를 마무리했다. 반면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국내 회사들의 경우 계속 소송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 시민단체 환경보건시민센터 등에 따르면 옥시 측은 조정으로 절차를 마무리하는 대가로 '합의 조건에 대한 비공개'와 민·형사 책임은 더 이상 묻지 않는다'는 두 가지 조건을 내걸고 있다. 오랜 분쟁에 지친 피해자들은 이런 조건에도 불구하고 합의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검찰 조사 결과 옥시 제품과 피해자들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확인되면서 옥시 측의 이런 태도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을 전담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부장검사)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낸 회사로 옥시 측을 지목하고 있다.
그 동안 피해자들을 상대로 가습기 살균제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확인하는 데 집중해온 검찰은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 롯데마트 '와이즐렉 가습기살균제', '홈플러스 가습기청정제', '세퓨 가습기 살균제' 등 4개 제품에서 폐 손상 유발 물질이 포함됐다고 결론을 내렸다.

현재 검찰이 파악한 전체 피해자수는 사망자 94명 등 총 221명이며 이 중 옥시 제품의 피해자는 사망자 70명을 포함해 177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 관계자는 "옥시 측이 앞에서는 '우리 회사에는 피해자들의 사망에 대한 책임이 없다'고 하면서 뒤에서는 피해자들에게 돈을 쥐어주고 사건을 무마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가습기 피해자들은 국내에서 집단 민사소송을 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오는 24일 열릴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총회에서 집단 소송을 논의하고 소송인단을 꾸릴 계획이다.

옥시 측이 개별적으로 피해자들을 설득하고 있는 만큼 옥시 측에 피해자들도 공동으로 대응하겠다는 생각이다.

또 옥시 본사가 위치한 영국에도 소송을 낸다. 피해자모임은 지난해 9월 크리쉬넨두 무커지(Krishnendu Mukherjee)를 변호사로 선임해 사망자 6명, 환자 5명이 영국에서 직접 민사소송을 내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영국에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인정되고 있어 피해자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배상액수는 천문학적 규모로 올라갈 수 있다.

피해자들은 영국 외에 덴마크 현지에서 소송을 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번 검찰 수사에서 '제품과 피해자들의 사망 사이에 있다'는 결론이 내려진 '세퓨 가습기 살균제'의 주 원료 PGH의 제조원은 덴마크 회사 '케톡스'다.

검찰은 세퓨 제품의 피해자를 사망자 14명을 포함해 27명으로 집계했으며 다른 제품과 비교하면 판매량 대비 사망자가 많은 편이다. 검찰 관계자는 "세퓨의 경우 PGH를 사용했는데 PGH의 독성이 PHMG의 독성보다 더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7일 피해자들과 가진 면담에서 주한 덴마크 대사는 한국의 피해 상황을 잘 알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피해자들이 케톡스 사를 상대로 덴마크에서 소송을 낼 경우 변호사 등을 지원하겠다는 입장 역시 밝혔다.

한편 옥시에 대해서는 현재 각종 증거인멸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다.

검찰은 옥시 측이 살균제의 유해성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 다수가 파기한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옥시 홈페이지에 피해자들이 올린 글이 다수 사라진 정황도 확인했다.

특히 옥시 제품에 주로 사용된 화학물질로 사망의 직접적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PHMG와 관련된 유해성 경고 자료 역시 대거 폐기된 정황까지 발견했다. 검찰은 옥시가 PHMG를 SK케미칼 등으로부터 납품받으면서 함께 받은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폐기한 정황을 발견했다. 이 자료는 제품의 유해성과 관련된 내용을 담은 자료로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반드시 첨부해야 하는 자료다.

그런데 샤시 쉐커라파카 당시 옥시 대표는 국정감사에서 "이 제품을 제조하던 당시 회사는 해당 PHMG 농도를 이용했을 때 진정 안전하다고 믿었다"며 회사 측으로서는 유해성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국정감사 당시 철저한 진상조사와 보상 역시 약속했지만 2016년 현재까지도 옥시 측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검찰은 관련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지난 19일 인사를 담당하고 있는 김모 상무를 참고인으로 불러 옥시측 회사 구성, 보고 체계 등을 조사했다. 또 21일에는 민원을 담당했던 전직 직원 2명을 참고인으로 소환해 피해자들의 피해 접수가 언제부터 있었는지, 피해를 접수하고도 회사 측이 이를 묵살했는지 등을 살펴봤다.

이밖에 검찰은 옥시 제품에 유해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던 서울대, 호서대 등 교수 역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들 교수는 옥시로부터 거액의 돈을 받고 보고서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abilityk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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