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뚱아저씨의 동행]보살펴준 은혜 잊지 않는 검둥개 '럭키'

(서울=뉴스1) 라이프팀 | 2016-04-22 09:00 송고
편집자주 국내에서 한해 10만 마리 가까운 동물들이 버려진다. 동물보호법은 지방자치단체가 유기동물의 보호·관리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단순히 유기동물을 '관리' 또는 '보관'하는 차원에 그치고 있다. 특히 지자체의 유기동물보호소는 10일이란 보호기간이 정해져 있어 기간이 지나고 나면 동물들은 안락사로 생을 마감한다.
동물보호단체 팅커벨프로젝트 황동열 대표가 매주 금요일 '뚱아저씨의 동행'을 연재한다. 거리에서 만난 동물들과의 첫 만남부터 새로운 가족과의 인연 등 다양한 사연을 전한다. 이를 통해 버려진 동물들이 입양을 통해 다시 '반려(伴侶)'의 지위를 되찾는 감동의 순간을 함께 한다.
럭키. © News1
럭키. © News1

뚱아저씨네 집에는 럭키라는 이름의 검둥개가 있습니다. 4년 전 동작대교 밑에서 구조한 유기견이었지요. 럭키는 그 다리 밑에서 혼자 3년간 노숙 생활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노숙자와 공사장 인부들이 잡아먹으려 했고, 그것을 피해서 생존하기 위한 경계심이 보통 강한 개가 아니었어요.

그런 럭키가 유일하게 믿고 의지하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근처 아파트에 살고 계시는 홍여사님이라는 분입니다. 홍여사님은 럭키를 동작대교 밑에서 우연히 발견한 후 너무 딱하고 안쓰러운 마음에 그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먹이를 챙겨주셨답니다.

외출을 할 때는 저녁에 먹을 것까지 가방에 챙겨가 돌아오는 길에 먹이를 주고, 심지어 여행 갈 때도 이웃 분에게 부탁해 하루도 빠짐없이 럭키를 챙겨주셨죠.

그러다보니 그 경계심 강한 럭키도 홍여사님에게는 마음을 열고 의지했답니다. 그렇게 생활하던 럭키였지만 다리 밑을 산책하는 사람들 중에는 개를 싫어하는 이들도 있었어요. 그런 분들이 검둥개가 목줄도 안하고 돌아다니니 무섭다고 한강시민공원관리사업소에 민원을 넣어 보호소로 보내라고 한거에요.

우리나라의 유기견 보호소는 말이 보호소지 실제로는 안락사 대기소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게다가 럭키같이 주인에게 버려진지 오래되고 경계심이 강한 믹스견들은 입양이 안됩니다. 거의 99% 이상 안락사가 되지요. 아파트에 사는 홍여사님은 야생성이 강한 럭키를 집에 데리고 올 수가 없었어요. 럭키 같은 개는 사실 실내에서 살기가 힘들거든요.

홍여사님은 오직 자신만을 따르는 럭키를 보호소로 보내 안락사시킨다고 생각하니 잠을 이룰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인터넷을 통해 "동작대교 다리 밑 개를 구해주세요"라고 도움을 청했답니다. 

①동작대교 다리 밑에 버려져 혼자 외톨이로 살던 럭키 ②럭키를 구하기 위해 이동장을 사전에 미리 설치하는 모습 ③뚱아저씨네 온 뒤 처음에는 사료는 물론 그렇게 좋아하던 햄버거 빵도 잘 안먹더군요 ④홍여사님만 오시면 뽀뽀 세례. 옆에 있는 흰개는 흰순이.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News1
①동작대교 다리 밑에 버려져 혼자 외톨이로 살던 럭키 ②럭키를 구하기 위해 이동장을 사전에 미리 설치하는 모습 ③뚱아저씨네 온 뒤 처음에는 사료는 물론 그렇게 좋아하던 햄버거 빵도 잘 안먹더군요 ④홍여사님만 오시면 뽀뽀 세례. 옆에 있는 흰개는 흰순이.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News1

119 구조대가 두 번씩이나 출동했지만 럭키를 잡지 못했어요. 얼마나 경계심이 강하고 빠른지 마취총을 쐈는데도 싹싹 피하고 그물덫으로도 도저히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 럭키였지만 홍여사님의 정성스런 마음이 닿아 결국 이동장에 넣어 구조할 수 있었답니다. 그렇게 3년 동안이나 동작대교 밑에서 생활하던 럭키는 뚱아저씨네 집으로 오게됐습니다. 

럭키는 뚱아저씨집에 와서 흰돌이, 흰순이와 함께 살았답니다. 흰돌이와 흰순이는 외톨이였던 럭키를 반갑게 맞아주었어요. 하지만 럭키는 홍여사님외 어떤 사람도, 어떤 개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제가 살고 있는 곳은 서울시 광진구 자양동인데 동작구 흑석동에 사는 홍여사님이 럭키 걱정에 매일 먼거리를 찾아오셨어요. 럭키는 하루종일 구석진 창고에 웅크리고 있다가 홍여사님만 오면 마치 엄마가 온듯 반겼어요. 정말 그 모습은 눈물없인 볼 수 없을 정도였답니다. "엄마…엄마…나를 여기 두고 가지마세요. 저랑 함께 가요…" 이런 모습이었어요.

그런 럭키도 어느 덧 시간이 지나 이제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자기 몸에 손도 못대게 해서 몇 번 물리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럭키가 "아…이 곳은 안심이 되는 곳이구나. 이 사람은 믿을만하구나"라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홍여사님에 대한 마음은 한결 같았어요. 시간이 한참 흘러 4년이나 지난 지금도 럭키의 마음은 변치 않고 있답니다. 다만 예전처럼 불안해하지는 않아요. 지금은 "엄마, 나 살려주시고 여기 좋은 곳에 있게 해줘서 고마워요" 이런 마음인 것 같습니다.

럭키야 행복하니? 홍여사님 옆에서 마냥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는 럭키. © News1
럭키야 행복하니? 홍여사님 옆에서 마냥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는 럭키. © News1

럭키를 구조하면서 제가 한 약속이 있어요. "내가 여기 너 데리고 꼭 다시 와줄게. 여기서 네가 많이 고생했지만 나중에 우리집에서 잘 살게 되면 그때는 그 고생했던 것도 잊지 못할 좋은 추억이 될거야."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하루는 럭키를 데리고 집이 있는 잠실대교 북단에서 동작대교 남단까지 왕복 25km를 걸어갔다 왔습니다. 럭키는 혼자서 목줄도 없이 다녔을 때 발길질하고 돌팔매질하는 사람들 때문이지 특히 남자들을 무척 심하게 경계했어요. 동작대교까지 걸어가는데 사람을 만나면 계속 내 뒤로 숨더라구요.

그래서 "럭키야. 이제 뒤에 숨지 않아도 돼. 내가 너의 든든한 보호자가 되어줄게"라고 말해줬습니다. 제 마음이 통했는지 이후부터 럭키가 사람이 오더라도 피하지 않고 당당하게 걷더라구요.

럭키가 동작대교에 오기를 학수고대하던 홍여사님이 마중을 나왔어요. 홍여사님의 소원은 럭키에게 리드줄을 매고 산책을 시켜보는 것이었답니다. 홍여사님을 그렇게 믿고 의지했던 럭키였지만 다리 밑에서 생활 할 때는 목줄과 리드줄을 하고 다른 반려견들처럼 산책을 하는 것은 상상조차 못했었거든요.  

여러분 어떤가요? 마치 한 편의 동화 같은 이야기죠? 저는 그때 럭키가 동작대교 밑에서 오랜만에 홍여사님을 만났던 그 장면을 잊을 수가 없답니다. 개는 절대 배신하지 않고 은혜를 잊지 않는다는 얘기를 정말 실감했어요.

럭키와 홍여사님이 서로 신뢰하며 눈을 맞추는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정말 감동적이지 않나요? ^^

◇뚱아저씨는?
황동열 팅커벨프로젝트 대표. 한 때 온라인에서 꽤 유명한 헬스트레이너로 일하다 우연히 동물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후 유기견 구조활동과 선진적인 동물 문화 전파를 위해 일하고 있다. 현재 흰돌이, 흰순이, 순심이, 럭키, 레오 등 유기견 5마리를 입양해 함께 생활하고 있다.

황동열 팅커벨프로젝트 대표와 순심이. © News1



wooklee@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