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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통 큰 박현주 회장의 아쉬운 화법

(서울=뉴스1) 강현창 기자 | 2016-04-18 17:40 송고 | 2016-04-18 18:35 최종수정
© News1
증권업계의 기린아에서 초대형 증권사의 수장 자리까지 오른 박현주 미래에셋금융 회장. 2조원이 넘는 통 큰 베팅으로 업계 1등 회사를 사들였다. 그러나 지난 17일은 여러모로 아쉬운 날이었다.

한쪽에 대화를 요구하는 직원들이 모여 집회를 열었다. 미래에셋대우(옛 대우증권)의 직원 1200명이 서울 중구 수하동 미래에셋센터원빌딩 앞에 모였다. 총파업을 결의하는 출정식이다. 증권가에서 열린 집회 중 최대 규모다.

이들은 "박현주 회장과 대화 창구를 마련하고 싶다"는 피켓을 들었다. 노조 측은 "인수하기 전엔 노조와 대화를 하겠다던 박 회장이 이젠 숨기만 한다"며 "집회를 예고하자 회사는 본부장과 지점장들을 동원해 행사를 막기에만 급급할 뿐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다른 쪽에선 시너지를 꾀하자며 임원들이 모여 골프를 쳤다. 박현주 회장과 최현만 미래에셋생명 수석부회장, 변재상 미래에셋증권 사장, 홍성국 미래에셋대우 사장, 이삼규 미래에셋대우 수석부사장 등 290명의 미래에셋 계열사 임원들이 모두 모인 행사다. 새 식구인 옛 대우증권 임원들을 환영하는 자리다.

취지는 이해하지만, 아쉬움은 남는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대우의 임원들과는 골프를 칠지언정 직원들과는 소통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박 회장은 최근 '노조와 대화를 할 용의가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생각이 없다, 언론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다소 격한 발언을 쏟아 냈었다. '미래에셋대우의 회장을 직접 맡겠다'는 계획을 이미 밝혔으면서도 '미래에셋대우 본사는 방문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갈 필요가 없다"고 말해, 노조 측과 날을 세웠다.

박 회장의 발언은 부적절했다. 미래에셋대우의 직원들은 패잔병이 아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증권업계를 대표한 대형 증권회사다. 박 회장 자신도 이를 높이 사 2조원이 넘는 통근 베팅을 했다. 노조와 밀당(밀고 당기기)이 조금 더 필요하다고 해도, 발언의 수준은 '박현주'라는 이름 석 자의 격에도, 정치적 수사(修辭)도 없는 그저 짜증일 뿐이었다.

대우증권 출신의 한 리서치 센터장은 "이번 노사 갈등은 박 회장이 대형회사의 수장에 걸맞은 인물인지를 가늠해 볼 기회"라고 꼬집었다.


kh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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