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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톡]"모어 댄 무어"...달라진 반도체 게임

사물인터넷, 자율주행차 반도체 새 장르로 부상
집적도 경쟁 한계점 도달...초전력효율 새로운 게임체인저로 부상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2016-04-18 06:00 송고 | 2016-05-01 16:10 최종수정
14나노  핀펫 공정으로 만들어진 삼성전자 엑시노스 7 옥타 반도체 칩. 휴대폰의 두뇌에 해당하는 AP칩셋이다. © News1
14나노  핀펫 공정으로 만들어진 삼성전자 엑시노스 7 옥타 반도체 칩. 휴대폰의 두뇌에 해당하는 AP칩셋이다. © News1

반도체 산업의 로드맵이 바뀌고 있다. 반도체 업계를 지배해온 '무어의 법칙(Moore's Law)'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반도체 산업을 지탱해온 PC산업은 시장이 정체됐다. PC와 스마트폰 등 모바일기기만 바라보던 반도체업계는 사물인터넷(IoT)과 자율주행차, 빅데이터 등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 있다. 이를위해 '미세화'에만 집중했던 패러다임을 벗어던졌다.

오는 6월 미국 호놀룰루에서 열리는 세계3대 반도체 학회중 하나인 'VLSI 기술 심포지엄'에서 발표될 논문 570개 중 350개가 반도체의 신시장인 사물인터넷과 자율주행차 등을 위한 기술을 주제로 할 정도다. 나머지 220개만이 10나노(nm)와 그이후의 차세대 공정 기술을 다루고 있다. 반도체 집적도를 늘리는 데만 죽기 살기로 매달려 온 반도체업계는 패러다임 대전환기를 맞았다.

반도체 업계의 화두는 '무어의 법칙'을 충실히 이행해온 그동안의 궤적을 탈피하는 것이다. 인텔과 IBM, 글로벌 파운드리 등 세계 대표적 반도체업체들은 '미세화'를 넘어선 반도체 비즈니스를 고심하고 있다. 오는 6월 심포지엄의 논의 주제를 'More Moore, More than Moore, Mo(o)re Slowly'로 잡은 것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무어의 법칙'을 세운 세계 1위 종합반도체 기업 '인텔'조차 '무어의 법칙'에서 벗어났다. '무어의 법칙'이란 1년 반~2년마다 반도체의 집적도가 2배로 늘어난다는 것을 말한다.

그간 반도체 업계는 2년마다 공정을 미세화해왔다. 그러나 기술개발은 한계를 노출하고 있고, 회로 선폭을 5나노 수준까지 줄일 수 있다 해도 투자 대비 수익을 담보하기 힘들다. 삼성전자의 경우 세계 최초로 18나노 D램 개발에 성공했지만, 기존 노광장비(ArF) 성능 한계로 멀티패터닝 기술을 쓰다 보니 추가 공정이 발생해 원가가 높아지는 문제점을 노출했다.

인텔은 최근 분기보고서에서 앞으로 공정 주기를 2년에서 3년으로 늘릴 것이라고 슬그머니 밝혔다. 이에 따라 2014년 도입한 14나노 공정 수명도 3년으로 연장된다. 14나노에서 파생 제품을 만들어내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잘 팔리는 성공 제품을 최대한 오래 팔겠다는 의미다. 인텔은 이른바 '틱-톡' 전략으로 2년에 한 번씩 제품 성능을 크게 높였고 이를 통해 신규 PC 수요도 창출해 왔다.  

삼성전자도 14나노 핀펫(FinFET) 성공 이후 14나노 파생 공정에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10나노 공정의 성공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14나노 핀펫의 기능을 높이고, 생산 원가를 낮추는 방향으로 파생공정을 상용화하며 사이클을 연장하고 있다.

실제로 14LPH (14nm Low Power High performance, 기존 14nm 대비 성능 향상된 14나노 파생공정)와 기존 14nm 대비 생산 원가를 낮춘 저가 공정 등 파생공정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이처럼 업계는 이미 집적도 경쟁에서 벗어나 살 길을 찾고 있다.

반도체 전문가들은 반도체 산업이 회로 집적도를 높이는 것에서 전력 소비를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한다. 기존 PC나 스마트폰은 전력효율보다는 동작을 빨리 하게 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반면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 시장은 저전력을 구현하는 것이 핵심이다. 반도체 칩을 작게 만들어야 했던 이유는 회로선폭을 줄여 동작 속도를 빠르게 하기 위함이었지만, 새로운 시장은 동작속도보다는 최소전력으로 오래 기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저전력이 필수인 IoT 반도체 시장은 2020년 2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위해 초저전압 회로를 이용한 신기술 개발에 한창이다. 인텔은 IoT를 위해 쿼크( Quark) 프로세서(14나노)를 개발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수입국인 중국이 자국산 반도체를 생산하려고 나선 점도 신시장을 개척해야만 하는 이유다. 중국이 자국산 반도체를 생산해 PC와 스마트폰에 채용한다면, 그만큼 기존 반도체 업계의 먹거리는 줄어든다.

중국의 기술수준이 우리에 비해 3~4년 정도 느리다고 해도 중국이 만드는 저가형 반도체는 위협적이다. 3~4년 안에 멀리 도망가야 하는 반도체업계는 중국이 잠식해갈 PC와 모바일 시장 외에 더 큰 시장을 만들어 내야 생존할 수 있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우리 반도체 산업이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고 선두를 유지하려면 포화된 PC와 모바일 기기 시장에서 사물인터넷, 자율주행차 등으로 시장을 넓혀 추격을 따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see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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