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 경제 >

[기자의눈]'무제한 대출'을 쉽게 말하는 국책 산업은행

(서울=뉴스1) 전보규 기자 | 2016-04-11 18:17 송고 | 2016-04-11 18:46 최종수정
© News1
© News1
산업은행이 지능형 로봇 등 미래성장동력 산업에 여신을 무제한 제공하고 조선업 등에 대해서는 여신을 까다롭게 관리하기로 했다.

그동안 조선업 등 자금공급이 집중된 산업 대신 미래성장산업 지원을 늘려 산업 구조 변화에 대한 기업의 선제 대응을 유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산은 내부적으로는 특정 산업 편중 현상을 완화해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도 있다.

그러나 국책은행이 성공 가능성을 가늠하기 힘든 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인지는 의문이다.

세기의 대결로 불린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로 최근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는 했지만, 지능형 로봇 산업의 성공 가능성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성공한다면 미래 먹거리가 될 수도 있지만, 여신이 부실화될 가능성은 그만큼 크다.

기술력과 장래성은 있지만 실패 가능성도 높은 곳에,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해 높은 이익을 얻는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은 전형적인 벤처캐피털(VC)의 영역이다.

미래 성장 산업 육성이 산은이 설정하고 있는 역할 중 하나란 것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한 지원이 이뤄질 수도 있다. 그러나 무제한 지원은 상식을 크게 벗어날 뿐 아니라 국책은행이 해야 할 일과도 거리가 멀다.

일부에서는 현실적으로 관련 기업 모두에 무제한으로 여신을 제공하기는 힘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만약 그렇다면 산은은 타이틀만 그럴싸하게 포장한 정책을 홍보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 것이다.

산업 전반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조선과 철강 부문에 대한 자금줄을 죄는 것도 마찬가지다. 조선과 철강은 업황부진이 이어지고 있고 예전만큼 고성장을 보여주기에는 힘든 상황이다. 구조조정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조선과 철강이 재기불능 상태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고용 효과와 국내 경기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점을 생각하면 관련 기업의 정상화를 위한 지원을 늘리고 사양화 또는 구조조정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방향이 경기상황에 대응한 대내외 수요회복 지원이란 산은의 또 다른 역할에 더 가깝다.


jbk8801@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