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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로봇 연인과 '불금' 보내는 세상 올까

문학이 말하는 로봇 연인들, 과학이 말하는 인공지능의 가능성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2016-03-18 17:50 송고
"로봇은 상처받지 않았다고 생각하나요?"
"로봇이 상처를 받나요?"
"견딜 수 없어서 떠난 겁니다."
뮤즈에게는 연인의 감정을 절실하고 섬세하게 느끼는 능력이 있다고 했다. 심장 같은 건 없지만, 온몸의 회로로 그것을 느낀다고 소장은 설명했다.
"또 잊어버리지 않으니까…망각의 능력이 없다는 거죠?"(한은형의 단편소설 '연인형 로봇' 중에서) 
이세돌 9단과 구글의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인 알파고의 대국이 화제가 되면서 인공지능을 장착한 로봇이 과연 인간의 어떤 역할까지 할 수 있을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의사결정을 하는 로봇, 헬스케어 일을 하는 로봇, 기사를 쓰는 로봇….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 믿어졌던 분야의 일들을 로봇이 대체하는 것은 이제 소설 속 일이 아니라 현실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애인 역할을 하는 인공지능 로봇은 어떨까. 상대의 마음 상태를 읽고 위로의 말을 던지고, 좋아하는 음식을 요리해주고, 그리고 상대가 싫증내면 재프로그래밍되어 전혀 다른 로봇이 될 수 있다. 이런 미래가 온다면 '불타는 금요일'에 '인간' 애인이 없다고 외로워할 필요가 없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SF소설 '파운데이션'© News1


◇문학과 대중문화 속 인공지능 연인들

문학예술분야에서는 인공지능 로봇이 연인으로 등장하는 작품들이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배명훈 소설가는 "기계가 인간성을 획득하고 인간과 사랑을 나누는 이야기는 셀 수 없이 많다. 하지만 그럼에도 계속 창작되어 왔다. 어떤 지점이 기계를 인간으로 만드는가 하는 근원적인 질문이 계속 해결되지 않고 남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SF소설가 필립 K. 딕의 1968년 소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에서는 인간과 사랑에 빠지는 인조인간이 나온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1982년 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원작인 작품이다.  2014년 개봉영화인 '그녀'(Her)는 감독인 스파이크 존스가 2000년대 초반 인공지능프로그램과 인스턴트 메시징을 가능하게 해준 한 웹사이트에 대한 기사를 읽은 후 착안해 쓴 시나리오를 영화화했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도 인공지능 연인 주제를 다루고 있다. 출판사 황금가지의 김준혁 주간은 "파운데이션 6권에서 주인공을 도와주는 여자가 로봇임이 밝혀지고 7권부터는 그가 로봇으로서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내용이 나온다"고 설명하면서 "사람의 몸이라는 것도 '자연계의 로봇'이라고 볼 수 있기에 연인 로봇도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이밖에도 다수의 SF소설은 로봇의 사랑하는 감정이 계산에 의해 만들어질 수 있다고도 본다"고 덧붙였다.

과학전문 출판사인 사이언스 북스의 노의성 주간은 "영화 '그녀'(Her)가 지금까지의 대중문화 작품 중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지는 것을 가장 설득력있게 그려냈다고 본다"면서 "OS(운영체제)시스템을 사 컴퓨터에 설치한 후 인공지능의 목소리인 사만다와 사랑에 빠진다. 육체성 없이도 음성만으로 관계를 형성하고 사랑하는 게 가능하게 그려졌다"고 설명했다. 

노 주간은 "OS시스템은 네트워크로 연결돼 여러 사람의 데이터를 모아 스스로 관계를 만들어낸다. 이같은 네트워크 과학과 클라우드 컴퓨팅에 인공지능이 결합되면 연인 로봇을 만들어내는 것이 허황된 이야기가 아니게 된다"고 말했다.
OS시스템과 사랑에 빠진 남자를 그린 영화 '그녀'(Her)© News1

◇"인간은 기계와 달리 내면 가져" vs "마음이란 전두엽에 모인 정보 패턴일뿐"

그렇다면 과학자들은 인간과 구별이 힘들 정도의 인공지능을 기계가 가질 수 있다고 볼까. 과학계에선 기계가 성취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것이 있다고 보는 측과 결국 기계가 결국 인간의 마음이나 감정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보는 입장이 맞서왔다.   

버클리대 존 서얼 교수는 '기계는 인간과 다르다'고 생각하는 대표적인 학자로 사고 테스트인 '중국인 방'(Chinese room) 실험을 통과하는 기계가 없을 것으로 보았다. 중국인 방 실험이란 인간과 같은 마음과 의식을 가진 컴퓨터 프로그램이 가능하다는 주장에 대한 반박을 위해 사용되는 실험이다. 

실험은 중국어를 모르는 사람이 방에 들어가 한자로 가득찬 종이를 받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는 처음에는 한자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영어나 한글로 적힌 간략한 설명과 지시에 기초해 점점 한자의 생김새를 통해 다양한 일을 할수 있게 된다. 서얼 교수는 그럼에도 여전히 그는 중국어를 모르며 이해하지 못하는 기호들을 형식적인 규칙에 따라 처리하고 있을 뿐이라고 보았다.  서얼 교수는 인공지능 역시 비슷한 문제를 지니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기계와 인간의 본질적인 차이로 서얼 교수는 인간의 '내면 세계'를 들었다.

하지만 인간의 '내면세계' 또는 '마음'이 무엇인지 규명하고 그것의 존재를 어떻게 증명하는가의 문제에 봉착하면서 이견이 도출된다.  

위스콘신대 줄리오 토노니 교수는 마음이란 신경회로망 계층들을 지나 가장 ‘높은 층’ 전두엽으로 모아져 가는 시공간적 정보 패턴의 형태라고 주장한다. 그렇기에 ‘아래 층’ 뇌영역들이 망가져도 자아와 마음은 유지되지만, 정보가 계층적으로 모아질 수 없거나, ‘높은 층’ 영역들이 파괴되면 우리는 의식과 마음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만약 딥러닝(데이터 분류를 통한 예측)이 가능한 인공두뇌가 만들어진다면? 토노니 교수는 진화적으로 한정된 인간의 계층보다 더 많은 계층들로 설계될 수 있어 기계가 인간보다  더 고차원적인 패턴, 즉 깊은 마음을 갖고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영국 수학자 앨런 튜링은 '기계가 생각하는지 어떻게 알아낼 수 있는가' '도대체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다는 걸 어떻게 알고 있는 걸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튜링은 누가 사람이고 누가 기계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모든 질문을 해본 후 사람과 기계를 구별할 수 없다면, 그 둘은 행동적으로 동일하다고 본다. 그리고 우리가 다른이들의 내면의 존재성에 대한 직접적인 증명 없이도 그들이 생각할 수 있다고 믿어주는 것처럼 기계 역시 내면적 생각과 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믿어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15일(현지시간) IBM 왓슨 AI 부서가 독일 하노버 디지털 비즈니스 박람회(CEBIT)에서 선보인 로봇. © AFP=뉴스1
15일(현지시간) IBM 왓슨 AI 부서가 독일 하노버 디지털 비즈니스 박람회(CEBIT)에서 선보인 로봇. © AFP=뉴스1


◇육체성 가진 인공지능 로봇도 가능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기계가 인간의 육체성까지 획득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레 나온다. 이렇게 되면 인공지능 연인은 목소리나 이미지가 아닌 '육체'로서 존재할 수 있어 실제 연인과 구별이 불가능해진다.  

노의성 사이언스북스 주간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의 결합이 현단계 인공지능 기술 발전을 촉발했다"며 "여기에 DNA이용한 전자칩기술 등으로 생체기술이 결합되면 인공지능은 극단적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SF독자는 "인공지능의 완전함이 오히려 사람과의 불완전한 관계와 비교되면서 강점을 가질 수 있다. 갈등없이 편하게 연애하고 싶은 사람들은 오히려 로봇 연인을 선호하게 될 것"이라며 인공지능 연인의 미래를 내다봤다.


ungaung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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