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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안내]'마오쩌뚱'을 '모택동'으로 읽고 쓸 권리

김병기 전북대 중어중문과 교수, '북경인가, 베이징인가?'펴내
미군정시절 채택한 한글전용과 중국인명 등 원음주의 표기 비판

(전주=뉴스1) 김대홍 기자 | 2016-03-12 14:58 송고
전북대 중어중문과 김병기 교수가 펴낸 '북경인가, 베이징인가?'의 표지. © News1 김대홍 기자
전북대 중어중문과 김병기 교수가 펴낸 '북경인가, 베이징인가?'의 표지. © News1 김대홍 기자


‘꽃향기가/하도 매워/시내 찾아/달을 핥는/사슴/한 쌍: 花香醉鹿讀半月’

일본의 하이쿠(徘句)와 비슷한 형식의 이 시는 1984년 작고한 김일로(본명 김종기) 시인의 ‘송산하(頌山河)’라는 시집에 실려 있는 시다.

한 편의 시가 한글과 한시로 구성돼 있어 세계 어디에도 없는 독특한 우리만의 표현 방식이다.

최근 ‘북경인가, 베이징인가?’(어문학사, 368쪽, 1만6000원)라는 책을 펴낸 김병기 전북대 중어중문학과 교수는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소리글자인 한글과 세계에서 가장 발달한 뜻글자인 한자의 장점만 따서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우리만이 누릴 자격이 있는 복”이라고 말한다.

그는 한글전용의 어문정책 아래 한문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대부분의 우리나라 사람들이 김일로 시인의 한문 시구를 이해할 수 없으니 안타까운 일이라고 덧붙인다.

저자는 ‘한글전용’정책과 중국의 지명과 인명에 대한 ‘원음주의’ 표기를 정면으로 비판한다.

‘한글전용’이라는 어문정책에 대해 저자는 광복 후, 한글을 되찾은 기쁨에 들뜬 한글 전용론자들이 우리의 전통문화를 미국문화로 대체하고자 하는 의도를 가지고 있던 미 군정의 비호아래 ‘엉겁결’에 택한 잘못된 어문 정책으로 규정하고 있다.

같은 시기에 미국과 소련의 강력한 영향과 사주아래 진행된 일본, 중국, 북한의 어문개혁 운동과 우리의 ‘한글전용’정책 채택 과정을 비교해 그 문제점을 비판한 것도 눈길을 끈다.
김병기 전북대학교 중어중문과 교수
김병기 전북대학교 중어중문과 교수

원음주의 표기 또한 많은 문제점이 노출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싼샤는 취탕샤, 우샤, 시링샤로 나뉘는데, 취탕샤의 문턱에 웅장하게 버티고 서 있는 쿠이먼은 어느 시인이나 감동했다는 곳이다’라는 원음주의 표기에 맞춘 문장을 제시하고 이를 ‘삼협은 구당협, 무협, 서릉협으로 나뉘는데 구당협의 문턱에 웅장하게 버티고 서있는 기문(夔門)은 어느 시인이나 감동했다는 곳이다’와 비교했을 때 어느 문장이 쉽게 이해되느냐고 저자는 반문한다.

원음주의 표기는 ‘모택동’을 ‘마오쩌둥’으로 등소평을 ‘떵샤오핑’으로 원음에 가깝도록 표기하자는 것이다. 저자는 그 뿌리를 한글전용법 제정의 핵심 역할을 한 최현배가 “문자는 현시적이고 평판적으로 사용하면 그만”이라는 주장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말한다.

즉 말의 어원이나 뜻을 알려고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통하면 된다는 것인데, 저자는 이에 대해 ‘국민이 깊은 생각은 할 필요 없이 단순, 무지한 채로 그냥 살아가자’는 이야기와 다를 바 없는 것이라고 반박한다.

김병기 교수는 “우리는 과거 2000여 년 동안 한자를 사용해 역사와 문화를 기록해 왔기에 한자는 결코 중국만의 문자가 아니”라며 “우리는 한자를 당당하게 우리의 문자로 인정하고 아끼며 편리하게 사용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우리는 외국의 지명, 특히 중국의 지명이나 인명을 굳이 ‘원음주의’표기 원칙을 들어 현지 원음으로 읽어야 할 이유가 없이 우리의 한자 독음으로 읽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결국 ‘모택동’을 ‘마오쩌뚱’이 아니라 ‘모택동’으로 읽고 ‘등소평’을 ‘떵샤오핑’이 아니라, ‘등소평’으로 읽으며 ‘북경’을 ‘베이징’이 아니라, ‘북경’으로 읽을 때 가장 읽기도 쉽고 의사전달도 잘 된다는 것이 저자의 일관된 생각이다.


95mink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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