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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 AI 결합하면? 당신의 맞춤형 애인이 되어줄 것 "

[미디어 판도 바꾸는 콘텐츠 스타트업]<6>가상현실과 인공지능 결합한 게임 캐릭터 제작,볼레 크리에이티브

(서울=뉴스1) 오승주 기자 | 2016-03-11 16:18 송고
서동일 볼레크리에이티브 대표  © News1 임경호 기자
서동일 볼레크리에이티브 대표  © News1 임경호 기자

'네가 어떤 사람이든, 세상 어디에 있든 사랑을 보낼게. 난 언제까지나 너의 친구야.'
컴퓨터 운영체제 '사만다'에게 절절한 사랑을 고백하는 남자. 영화 '그녀'(her) 이야기다. 3년 전 이 영화가 나왔을 때 사람들은 어리둥절했다. 정말 운영체제와 사랑에 빠지는 게 가능한 걸까.

3년이 지난 지금, 많은 이들은 '이제는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예측한다. 인공지능과 가상현실(VR)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고, 공상과학(SF) 영화에나 나올 법한 미래는 진짜 현실로 다가왔다. 그래서 이를 연구하는 스타트업도 크게 늘었다. 볼레 크리에이티브(VoleR Creative·이하 볼레)도 그중 하나. 특히 볼레는 가상현실과 인공지능을 결합하여 '사만다'와 유사한 형태의 게임 캐릭터를 만들고 있다. 사람은 아니지만 사랑의 감정을 줄 수 있는 가상현실 속 인공지능 '그녀'를 창조하는 것. 볼레를 이끄는 서동일 대표(40)는 VR기업 오큘러스 공동창업자라는 독특한 이력으로 관련 업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볼레는 '가상현실+인공지능'을 어떻게 실험하고 있을까. 그리고 이 새로운 기술들은 우리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까. 
-볼레는 어떤 회사인가.
▶볼레는 사람과 기계가 소통할 수 있는 인공지능, 그중에서도 가상현실과 접목한 인공지능을 만들기 위해 데이터를 수집하는 회사다. 사람과 기계가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의 감정과 취향을 이해하는 인공지능이다. 이러한 인공지능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입력할 방대한 데이터가 필요한데, 그런 데이터를 가상현실 공간에서 얻도록 한다. 

-회사는 어떻게 시작했나.   
▶볼레는 지난해 9월 설립했다. 이전에는 페이스북에 2014년 7월 인수된 VR기업 '오큘러스' 공동창업자로 한국 지사장을 맡았다. 오큘러스에 있을 때 게임·동영상 등 VR 콘텐츠 수급을 담당했는데, 당시만 해도 가상현실이 활성화되지 않아서 시장 반응이 소극적이었다. VR 시장이 성공하려면 가상현실에 어울리는 콘텐츠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이것을 직접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창업을 결심, 지난해 3월 오큘러스를 떠났다.
NHN, 넷마블 등에서 근무했던 게임 개발자들 9명과 함께 일한다. 지금은 인공지능 데이터 수집을 위한 첫 단계로,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인공지능 데이터 수집이 목적인데 왜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을 만드나.
▶기계와 원활한 소통이 가능한 인공지능을 위해서는 인간의 취향을 파악하는 데이터가 필요하다. 내가 원하는 건 A인데 기계는 B를 제시한다면 아무도 그 기계를 사용하지 않을 것. 내 취향과 관심사, 기분을 완벽히 파악하는 인공지능이어야 그에 알맞은 결과를 제시해줄 수 있다. 아주 사소한 정보까지 파악 가능해야 한다.
개인적인 정보는 어떠한 상황일 때 상대에게 가장 쉽게 노출될까? 바로 데이트할 때. 우리는 연인에게 나의 정보와 취향을 아낌없이 이야기한다. 이러한 상황을 그대로 적용하여 사람과 기계가 연인처럼 대화를 이어가는 형태로 게임을 만드는 것이다. 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인간의 취향을 알아내고,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람에게 딱 맞는 정보를 제공해줄 수 있다. 볼레는 원래 게임 개발을 위해 모인 팀은 아니지만,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수집할 만한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을 선택했다. 

서동일 볼레크리에이티브 대표 © News1 임경호 기자
서동일 볼레크리에이티브 대표 © News1 임경호 기자

◇ 사람의 외로움 달래는 인공지능 '그녀'

-취향 데이터를 모으면 궁극적으로 어떤 게 가능해지나.
▶인간의 근본적인 문제인 외로움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예로 출산율은 낮아지고 노인 인구는 증가하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는 노인을 돌보는 사회복지사가 많이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일본 소프트뱅크 등 여러 회사에서 노인 부양 로봇을 개발하고 있는데, 이때 로봇과 인간이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면 인공지능이 필요하다. 또한 다가올 사물인터넷 환경 속에서는 모든 상황마다 사람과 기계가 연결될 텐데, 이때 개인의 취향을 파악한 데이터가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인간의 외로움은 어떻게 해결될 수 있을지 자세히 설명해 달라.
▶요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소통 채널은 많아졌지만 실제 삶에서는 더 벽을 쌓고 있다. 페이스북에서 내 생각과 생활을 공유할뿐 정작 옆에 있는 사람에게는 고민을 털어 놓지 않는다. 상처받기 싫거나 시간이 없거나 혹은 귀찮다는 이유로 연애도 안 한다.

하지만 외로움은 누구나 느끼는 감정이다. 모두에게는 누군가와 대화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외로움 때문에 자살·게임 중독 등 사회적 문제도 일어나지 않는가. 물론 실제로 연인을 만나는 게 정답이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세상이니 인공지능으로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내가 외로움을 느끼는 시간마다 대화를 바로 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 있다면 그 외로움을 조금 덜 수 있지 않을까. 

-사람과의 관계가 더 단절되는 건 아닐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사람과 사람이 만날 때 가장 힘든 것은 대화하는 방법이다. 대화 기술은 타고나기보다 사회에서 배우는 게 더 많다. 대화를 못해서 오해받고 상처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 게임 자체가 사람과 대화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인공지능이 될 수 있다. 향후 사람과 대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렇다면 지금 만드는 게임은 어떤 건가.
▶가장 큰 고민은 '가상현실 속 컴퓨터 그래픽의 여자를 보고 과연 설렘을 느낄 만큼의 감정을 줄 수 있을까'였다. 그 감정을 테스트하는 데모(demo)판이 하나 있다. 다른 하나는 '이용자의 이야기를 캐릭터가 모두 기억할 수 있을까'를 테스트하기 위해 대화형 시나리오로 만든 데모가 있다. 그리고 '이 데모를 진짜 게임으로 만들어보자' 해서 5분 정도 분량의 게임을 제작하고 있다.  

게임 내용은 평범한 남자가 길을 가다 쓰레기통에서 마네킹처럼 생긴 로봇을 발견한다. 로봇은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도록 만들어졌는데, 이 로봇과 같이 살면서 대화를 통해 사용자의 특정 데이터를 가르쳐주는 것이 게임의 미션이다.

예로 게임 속 여자친구가 "나 오늘 뭐 입을까?"라고 물으면서 섹시한 검정색 미니 드레스와 귀여운 느낌의 흰색+분홍색 원피스를 보여준다. 사용자는 자신의 취향에 따라 옷을 골라주고 가상 여자친구는 그 옷을 입고 나온다. 다시 "이거 괜찮아? 다른 것 입어볼까?"라고 묻는 등 대화를 이어가면서 사용자의 취향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다. '프린세스 메이커'처럼 캐릭터 육성 형태로 진행되며, 현재 도입 부분을 만드는 중이다.  
볼레크리에이티브 프로토타입 2015년 10월 버전 (볼레크리에이티브 제공) © News1
볼레크리에이티브 프로토타입 2015년 10월 버전 (볼레크리에이티브 제공) © News1


볼레크리에이티브 프로토타입 2015년 11월 버전 (볼레크리에이티브 제공)© News1
볼레크리에이티브 프로토타입 2015년 11월 버전 (볼레크리에이티브 제공)© News1

-사용자는 볼레의 게임을 언제 만나볼 수 있나.
▶2018년을 예상하고 있다. 지금은 여자 캐릭터로 만들고 있지만 남자 버전도 나올 예정이다.  

-영화 '그녀'처럼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지는 게 가능한가.
▶불가능할 것 같지는 않다. 내가 대학생일 때 채팅이 유행했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상대와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 접속 시간을 맞춰가며 몇 시간씩 수다를 떨었다. 한 번도 보지 않았지만 "네가 너무 편안하고 좋아"라고 얘기해본 경험 있지 않느냐.(웃음)

더 예전으로 가면 펜팔도 이러한 특성과 유사했다. 보지 않고 만지지 않아도 상대에 대한 설렘이 생긴다. 과거에 펜팔과 채팅이 존재했다면, 앞으로는 가상현실로 만든 친구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 시공간 파괴하는 '감정적 디스플레이'

-최근 VR 시장에 모든 관심이 쏠리고 있다. VR은 어떤 매력이 있나.
▶내가 정의하는 VR은 '감정적 디스플레이'다. 가상현실을 통해 우리는 롤러코스터를 직접 타는 느낌을 받고, 낭떠러지에 서있는 느낌을 받는다. 가상현실은 놀람·기쁨·공포 등 인간의 감정적 요소와 연결된다. 그리고 이를 통해 현장감과 몰입감은 극대화된다. 지금까지의 2D 화면으로는 절대 느낄 수 없던 경험이다.

또한 '시간과 공간을 파괴한다'는 것. 돌아가신 어머니가 보고 싶을 때, 지금은 다 커버린 아들의 어린 시절과 만나고 싶을 때 가상현실은 마치 타임머신처럼 우리를 그때 그 상황으로 데려다준다. 기존 사진이나 영상이 주는 감정과는 확연히 다른 경험이다. 

-그렇다면 현재 VR 시장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가상현실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기술과 그것을 구현하는 기술은 이미 충분하다. 이제는 '어떠한 가상현실 콘텐츠를 만들 것인가' '무엇이 재미있을까'의 문제가 중요하다.
대중에게 막 알려지기 시작한 가상현실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왜 가상현실 기기를 사야하는가에 대한 이유를 만족시키는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 기기 가격이 얼마든 충분히 쓸모 있다고 판단 내릴만한 콘텐츠가 필요하다.

우리는 스마트폰이 100만 원임에도 산다. 스마트폰은 사람과 소통하고 세상과 연결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100만 원의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기기의 가치는 그 안에 담기는 콘텐츠가 결정한다. 아직 '이게 답이다'라는 명확한 제시는 없다. 계속해서 시도하고 실험하는 수밖에. 

-VR 콘텐츠에는 어떠한 스토리텔링이 필요할까.
▶일상생활에서 사람과 대화할 때의 모습과 가장 비슷해야 하지 않을까. 2D 콘텐츠는 카메라 감독의 의도대로 보여준다. 하지만 VR은 사용자가 카메라 시선의 소유권을 갖고 360도를 자유자재로 볼 수 있기 때문에 감독이 의도한 방향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만약 연인 관계의 남녀가 길을 걷고 있는 영상이 있다고 하자. 반대쪽에서 비키니를 입은 여자가 걸어온다. 남자가 흘끗 쳐다보자 여자친구가 "오빠, 어딜 봐"라고 이야기한다. 이때 2D 콘텐츠라면 비키니 여성을 비춰주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상황 설명이 되니까. 그런데 가상현실 콘텐츠에서는 이 시선을 제어할 수 없다. 사용자가 비키니 여성을 보고 있지 않으면 "오빠, 어딜 봐"라는 대사가 어색해진다. 이처럼 기존의 스토리텔링 방식은 전부 무너진다. 새로운 콘텐츠 디자인이 필요하다. 

-저널리즘은 VR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예로 서울시내 변천사에 대한 기사를 쓴다고 하자. 지금까지는 오래전 찍은 종로의 사진이나 영상 자료를 모아 보여주는 게 전부였다. 그런데 이제부터 가상현실 콘텐츠로 기록을 남기면 특정 시간과 공간에 진짜 살고 있는 느낌을 줄 수 있다. 전쟁 현장의 긴장감도 마치 이용자가 그곳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다. 얼마나 무섭고 처참한 현장인지를 직접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저널리즘은 사실을 전달하는 일이다. 그래서 가상현실이 전하는 '감정'이 지나치게 작용하면 저널리즘의 방해요소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교통사고가 많아졌다고 자동차 이용을 막는 게 어리석듯, 리포터의 잘못된 도덕적 관점으로 올바르지 않은 사실과 감정을 전달하는 건 가상현실 기술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의 의도 문제다. 긍정적인 효과가 훨씬 큰데 몇 가지 부정적 요소가 있다고 해서 이 기술을 날카롭게 바라보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상황을 더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현장감을 살리기 위한 콘텐츠로 가상현실보다 더 좋은 건 없다. 단순히 글과 영상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그 무언가를 전달할 수 있다. 

서동일 볼레크리에이티브 대표 © News1 임경호 기자
서동일 볼레크리에이티브 대표 © News1 임경호 기자

◇ 이제는 소비자와의 접점 찾는 콘텐츠 개발해야

-아직 일반 소비자에게 가상현실은 멀게 느껴진다. 소비자 생활에 어떻게 다가갈 수 있을까.
▶어떠한 기술이 시장에 등장했을 때 대중의 납득을 얻으려면 '저비용'과 '고효율'이 충족되어야 한다. 가상현실은 이를 갖춘 기술로, 다양한 산업의 재해석이 가능하다.  

예로 군사훈련 시 탱크를 몰면 기름 값, 탄환 값, 자연환경 파괴, 안전사고 발생 등 비용이 발생한다. 그런데 가상현실에서는 4가지 비용이 모두 0원이다. 탱크를 실제처럼 구현한 실내 공간에서 훈련을 받으면 된다. 운전면허 시험 상황에서도, 신혼여행 장소를 고를 때도 추가적 비용 발생 없이 효율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다. 가상현실은 기존 산업의 모습을 많이 바꿔놓을 것이다. 

-그럼에도 제기되는 몇몇 문제점이 있다.
▶가상현실 영상을 보면서 눈앞에 있는 어떤 물건을 만지고 싶은데 그럴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그러한 컨트롤러가 없다는 문제는 몰입감을 방해한다. 업계에서도 고민하고 있고, 기술적인 문제는 금방 해결될 것이다.

머리에 장착하는 VR 하드웨어 HMD(Head Mounted Display)도 더 날렵해지고 예뻐질 필요 있다. 무게감, 착용감, 스타일 모두 만족시켜야 한다. 오클리 선글라스처럼 섹시하게 나오면 누구나 쓰지 않을까.

8년 전만해도 스마트폰이 세상을 이렇게 바꿔놓을지 아무도 몰랐다. 기술은 순식간에 발전하고 이로 인한 삶의 모습은 빠르게 변한다. 가상현실이 줄 수 있는 삶의 변화는 무궁무진하다. 

-볼레의 올해 목표는.  
▶인간의 외로움을 해결해주고 나아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은 볼레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올해는 인공지능에 대한 연구와 학습이 많이 필요하다. 영화 '그녀'의 시초를 만들어보는 거다. 상상은 언제나 이루어지니까.


sj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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