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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vs AI] '중국보다 뒤처진 한국 AI' 따라잡기라도해야

전문가들 소프트웨어 교육 없고, 인공지능 분야 관심 안둬
미국 10년간 3조원·EU 1조3천억원 투자에 정부 이제서야 대책 마련

(서울=뉴스1) 사건팀 | 2016-03-10 13:09 송고 | 2016-03-10 13:46 최종수정
구글 딥마인드 개발자 아자황(바둑 아마추어 6단)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이세돌 9단과 구글 인공지능(AI) 알파고와의 첫번째 대결에서 알파고를 대신해 첫 수를 두고 있다. 이세돌은 이날 알파고와의 1국에서 불계패했다.(구글 제공) 2015.3.9/뉴스1
구글 딥마인드 개발자 아자황(바둑 아마추어 6단)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이세돌 9단과 구글 인공지능(AI) 알파고와의 첫번째 대결에서 알파고를 대신해 첫 수를 두고 있다. 이세돌은 이날 알파고와의 1국에서 불계패했다.(구글 제공) 2015.3.9/뉴스1

'세기의 대결'이라 일컬어지며 전 세계인이 주목한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AI) 알파고와의 대국이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인간의 패배로 끝났다.
AI가 바둑만큼은 절대 넘볼 수 없을 거라는 사람들의 굳은 믿음이 깨진 것이다. '정보통신 강국'이라고 불리는 대한민국의 인공지능분야가 아직 후진국 수준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감안하면, 국가적 대비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0일 서정연 서강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소프트웨어 분야는 'All or Nothing'"이라며 "인공지능 분야에 포함된 수많은 하위 분야를 한 단어로 말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서 교수에 따르면 미국의 워드프로세서 프로그램은 모두 마이크로소프트사의 프로그램을 쓰지 다른 프로그램은 존립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를 국내 상황에 적용하면 카카오톡이 휴대전화 메신저 시장을 잠식한 것과 같은 이치다.

서 교수는 국내 소프트웨어 교육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 것과 '상명하복'의 군대문화가 기업에도 만연한 것이 기술 발전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밝혔다.
서 교수는 "구글 같은 경우 영국에 있는 조그만 회사를 사서 투자했다"며 "구글 자체가 3~4명의 프로그래머가 모여 열심히 기획 회의를 해서 보고서를 내면 아낌없이 지원하니 당연히 좋은 소프트웨어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초중등 교육과정을 통틀어 소프트웨어 교육을 하지 않는다"며 "코딩이 뭔지 아는 사람도 거의 없다고 본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곧 교육과정에 소프트웨어 관련 교육을 할 것이라는 정부 발표가 있었다"며 "늦었지만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밝혔다.

조성배 연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도 "연구자나 교수 수준에서 가장 잘하는 분야가 있기는 하지만 연구 인력의 양이나 질적인 측면에서 뒤처지는 것이 사실이다"고 말했다.

이번 알파고 연구팀에 대해서는 지식을 실제로 구현해 대용량 데이터로 만들고 컴퓨팅의 힘을 충분히 활용하는 등 삼박자를 고르게 발전시켜 이뤄낸 결과라며 높게 평가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관심도 적었지만, 선택과 집중의 문화라 당장 기술을 발전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현재는 새로운 기술을 만드는 시도를 하기보다 빨리 따라가야 할 단계"라고 설명했다.

장병탁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사람을 닮은 컴퓨터를 만드는 인공지능은 인지 과학 또는 수학적인 연구 등 기초단계에 대한 투자가 필수다"며 "하지만 소프트웨어 인재를 하대하는 문화까지 사회 곳곳에 만연하니 발전을 기대하는 것이 오히려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의 말을 정리하면 한국은 기초 단계 연구에서의 투자 부족과 산업에서의 인공지능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해 AI 후진국으로 내려앉은 것이다.

장 교수의 생각은 기초과학 분야에 대한 투자 저조로 해마다 반복되는 이웃 나라 일본의 노벨상 수상자를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기만 하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

실제로 현장에서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연구자의 생각은 어떨까.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AI 분야를 연구하는 박사과정의 대학원생 A씨는 "국내 인공지능 분야 수준은 대학과 기업, 연구기관 등 모두 미국보다 떨어지고 심지어는 중국에도 뒤처진다"고 말했다.

A씨는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은 기존에 없는 새로운 연구를 하는 곳이지만, 그동안 딥러닝과 인공지능과 같은 미래지향적 연구를 등한시해온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공지능 분야의 절대 강자인 미국은 2013년 브레인 이니셔티브를 발표하며 10년간 30억 달러(약 3조원)를 뇌 연구와 인공지능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유럽연합(EU)도 10년 동안 10억 유로(약 1조3000억원)를 투자해 휴먼브레인 프로젝트(HBP)를 시작했고, 일본도 명문 도쿄대 입학시험을 통과하는 인공지능 로봇 '도로보쿤'을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미래창조과학부는 이제서야 민간이 주도하는 '지능정보기술연구소'를 설립한다는 계획을 밝히고, 이곳이 지능정보기술연구의 구심점이 되도록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미래부는 "한국의 기술력을 단기간에 세계 최고 수준으로 향상시키겠다"며 "나아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역량을 총결집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 인공지능 전문가는 이에 대해 "정부는 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모습만 보이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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