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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포털, 수사기관에 회원정보 제공은 적법"(종합)

사용자 승소 부분 파기환송…네이버, 신원정보 제공행위 손해배상 책임 없어
"포털 등 실질적 심사의무 없어…혐의사실 누설·사생활 침해 가능성 더 커"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 2016-03-10 11:10 송고 | 2016-03-10 17:36 최종수정
서울 서초구 대법원. 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인터넷 포털사이트가 수사기관의 요청을 받고 사용자 정보를 제공한 것은 적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포털 등이 수사기관에 통신자료를 제공함으로써 정보주체에게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는지 여부에 관한 첫 대법원 판결이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10일 네이버 사용자인 차모씨(36)가 NHN(주)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NHN의 상고를 받아들여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전기통신사업자가 수사기관에 통신자료를 제공한 것이 위법하다고 하기 위해서는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제공 요청이 있을 때 전기통신사업자가 개별 사안의 구체적 내용을 살펴 제공 여부 등을 실질적으로 심사할 의무가 있다고 인정돼야 한다"면서 "일반적으로 전기통신사업자에게 그러한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포털 등 전기통신사업자에 의해 개별 사안의 구체적 내용에 대한 심사가 행해질 경우 그 과정에서 혐의사실의 누설이나 그 밖에 별도의 사생활 침해 등을 야기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전기통신사업법은 통신자료에 대해 수사기관의 서면요청만으로도 전기통신사업자가 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면서 "이는 수사상 신속과 다른 범죄의 예방 등을 위해 법원의 허가나 영장 없이도 수사기관의 자료제공요청서에 의해 통신자료를 제공해 수사에 협조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기통신사업자의 통신자료 제공으로 범죄에 대한 신속한 대처 등 중요한 공익을 달성할 수 있는 데 비해 통신자료가 제공됨으로써 제한되는 사익은 해당 이용자의 인적사항에 한정된다"고 지적했다.

또 "포털 등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실질적 심사의무를 인정해  통신자료 제공으로 인한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은 국가나 해당 수사기관이 부담해야 할 책임을 사인(私人)에게 전가시키는 것과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차씨는 2010년 3월 초 인터넷 검색을 하다 네티즌들 사이에 일명 '회피연아' 사건으로 알려져 있는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었던 유인촌씨(65)와 김연아(26) 선수의 편집 사진이 게시돼 있는 것을 보고, 자신이 소속돼 있는 인터넷 카페의 유머게시판에 게시물을 퍼 옮겼다.

유씨는 그해 3월 5일 '회피연아' 영상을 인터넷에 게시한 사람들을 서울종로경찰서에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종로경찰서장은 피고소인들의 신원을 확보하기 위해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통신자료 제공요청서'를 통해 차씨 등의 인적사항을 요청했고, 네이버는 이를 받아들여 경찰에 차씨 등의 인적사항을 제공했다. 

차씨는 네이버가 수사기관의 요청에 아무런 판단없이 기계적으로 회원의 개인정보를 제공해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이 침해돼 손해를 입었다며 NHN(주)을 상대로 2000만100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네이버가 이용약관에서 개인정보 보호의무를 규정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네이버에게 수사기관의 개인정보 제공요청에 대한 실체적 심사의무가 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네이버가 보유하고 있는 개인정보와 같은 전자정보에도 영장주의 원칙이 배제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수사기관의 개인정보 제공 요청에 대해 네이버가 사법기관에 준하는 엄격한 심사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이용자 정보를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개인정보를 제공할지 어느 범위까지 개인정보를 제공할 것인지에 관해 충분히 심사할 의무가 있다"며 1심을 깨고 차씨에게 5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이나 형사소송법은 현재 또는 과거에 이루어진 전기통신의 내용이나 외형적 정보에 대해서는 법원의 허가나 법관의 영장에 의해서만 이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정하고 있지만 전기통신사업법은 수사기관의 서면요청만으로도 전기통신사업자가 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juris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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