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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학대예방 사각지대에 놓인 미취학 연령 아동들(상)

학대 피해 20%가 미취학연령 아동, 후유증은 더 심각

(대구ㆍ경북=뉴스1) 정지훈 기자 | 2016-03-03 11:50 송고 | 2016-03-03 15:14 최종수정
편집자주 최근 친부모에 의한 아동학대 사건이 잇따르자 정부가 아동학대 예방과 현황 파악을 위해 장기 결석학생과 미취학 아동에 대한 일제조사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미취학 연령대인 만 6세 미만 아동은 여전히 학대범죄 예방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높다. 미취학 아동 학대 사례를 통해 교육당국가 벌이는 전수조사의 허점을 살펴보고 대안이 없는지 알아본다.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정부가 지난해 말 발생한 '인천 11세 여아 학대 사건' 이후 장기결석 아동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서면서 그동안 감춰졌던 친부모에 의한 아동 학대 사건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다.
친모가 7세 딸을 살해한 뒤 경기 광주의 야산에 유기한 사건과 목사인 아버지가 딸을 7시간 동안 때려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 7세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냉동실에 4년 동안 보관한 엽기적인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숨진 아이들은 모두 미취학 아동에 대한 전수조사 과정에서 발견됐다.

뒤늦게나마 미취학 아동과 장기결석 아동에 대한 학대와 아동의 안전 확인이 강화되고 있다.

하지만 취학 전 아동에 대한 학대 발견과 예방 조치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흡한 점이 많다.
최근 대구·경북지역에서도 유·소아 자녀를 학대하거나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지난달 21일 경북 칠곡에서 5명의 자녀를 좁은 원룸에서 키우며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며 밥을 굶기고 회초리로 때린 20대 부부가 경찰에 붙잡혔다.

남편 이모씨(22)와 아내 박모씨(22)는 각각 재혼 전 2명씩의 아이들을 키우다 합쳤고, 생활고와 육아 등으로 받은 스트레스를 아이들에게 푼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4일 정모씨(26·여)는 '울고 보챈다'는 이유로 생후 4개월 된 자신의 아들을 창밖으로 던져 숨지게 해 경찰에 구속됐다.

이들의 범행은 사건 발생 직후 가족의 신고로 확인됐거나 주변 이웃들의 인터넷 제보로 드러났다.
경북 칠곡 계모사건의 친부 김모(38)씨가 공판을 마친 후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칠곡계모사건은 경북 칠곡군에서 조선족 계모에게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한 A양이 복통을 호소한 뒤 병원에 실려와 그대로 숨진 일로 세상에 알려진 아동학대사건 이다. 2014.6.9/뉴스1
경북 칠곡 계모사건의 친부 김모(38)씨가 공판을 마친 후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칠곡계모사건은 경북 칠곡군에서 조선족 계모에게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한 A양이 복통을 호소한 뒤 병원에 실려와 그대로 숨진 일로 세상에 알려진 아동학대사건 이다. 2014.6.9/뉴스1

사실상 가정에서 부모에 의해 자행되는 학대 범죄는 현재로서는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는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제공한 2014년 아동학대 현황보고서 등 자료에서도 확인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아동학대 신고 1만7791건(대구 641건, 경북 1159건)을 분석한 결과 신고자는 교사, 복지공무원 등 신고 의무자가 34%, 비신고의무자가 66%로 나타났다.

일반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나 경찰, 부모, 이웃 등 비신고의무자에 의한 신고접수 비중이 2배 가까이 높다.

피해아동은 취학연령인 만 7~15세가 전체 피해아동의 60.1%를 차지했다.

보고서는 "피해자 중 학령기 아동과 청소년의 비중이 높은 것은 교사를 포함한 아동학대 신고의무자가 상대적으로 아동의 건강이나 위생상태를 면밀히 관찰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 발견 가능성이 높지만, 유·소아의 경우 자기방어 능력이 거의 없을 뿐 아니라 의사표현을 전혀 할 수 없어 학대 사실이 외부로 노출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취학 아동 조사를 담당하고 있는 대구시교육청 한 관계자는 "유·소아 학대의 경우 의사표현력이 떨어지고 일을 당해도 알 수가 없어 사실상 더 큰 문제라고 볼 수 있다"며 "(누리과정 교육이) 법에 따른 의무교육이 아니기 때문에 (장기결석을 해도) 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어서 현재의 제도로는 제재나 어떤 일이 벌어진다고 해도 구체적으로 알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취학 전 연령대인 유·소아의 학대 피해가 잘 드러나지 않는 반면 후유증은 취학연령 아동에 비해 훨씬 더 크다는 것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칠곡경북대병원 소아정신건강의학과 정운선 교수는 "영·유아기는 뇌 발달에 매우 중요한 시기인데, 이 기간 부모로부터 학대를 받게 되면 사회성, 관계맺기, 자신감, 사람에 대한 믿음을 형성하기가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부모로부터의 학대는 아이들이 자신이 학대받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고, 또래집단의 피해자로 남거나 가해자가 되면서 따돌림을 당하고 피해자가 되는 악순환이 반복돼 결국 사회관계를 맺지 못하게 된다"고 했다.

그는 "뇌는 20대 초반까지 성장하기 때문에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발견해 구조하고 치료를 시작하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며 "학대 사실을 하루라도 빨리 발견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구경북해바라기센터 김지은 부소장은 "가정에서의 성폭력의 경우 가해자가 주로 친부나 의붓아버지, 형제"라며 "피해아동은 가해자가 누구보다 신뢰하고 함께 거주하는 가족이라는 점과 일반적인 성폭력 후유증으로 더욱 심각한 상처와 후유증으로 오랜 시간 살아가게 한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경제적인 이유, 보호시스템 부족 등으로 가해자가 완화된 처분을 받는 경우가 있고, 비가해부모가 사건 인지 후 가해자가 가족이라는 이유로 신고하지 않거나 오히려 비밀을 강요하는 등 불충분하게 대응하는 경우 더 심각하고 복잡한 복합성 외상후 스트레스 증상을 보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daegu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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