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필리버스터? 바지에 특수주머니 차고 43시간 기록도

(서울=뉴스1) 최종일 기자 | 2016-02-25 16:36 송고 | 2016-02-26 09:41 최종수정
스트롬 서먼드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 2002년 © AFP=News1
스트롬 서먼드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 2002년 © AFP=News1


테러방지법 본회의 처리 저지를 위한 야당의 '필리버스터'(filibuster·무제한 토론)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필리버스터는 합법적 의사진행방해로, 의회 운영 절차의 한 형태이다. 소수의견을 중시하는 민주주의 이념이 담겨있다. 민주주의 역사가 한국보다 긴 미국에서는 필리버스터를 둘러싸고 다양한 기록이 있다.
필리버스터를 허용하는 미국 상원에서는 의원 5분의 3이 반대하지 않는 한 의견을 무제한으로 개진할 수 있다. 최장 기록은 24시간 18분이다. 기록의 주인공은 스트롬 서먼드 의원(민주당·사우스캐롤라이나)이다. 시민권법(civil rights bill)을 저지시키기 위함이었다. 1957년 8월 28일 오후 8시 54분부터 다음날 오후 9시 12분까지 하루하고도 18분 더 계속됐다.

서먼드는 미국 독립선언문과 권리장전,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의 퇴임사 등 역사적 자료를 끊임없이 읽었다. 장시간 용변을 보지 않고 의견을 개진하긴 쉽지 않기 때문에 서먼드는 단상에 오르기 전에 목욕을 하면서 땀을 최대한 많이 뺐다. 편법도 동원됐다. 동료의원이 의회의사록 삽입을 위해 잠시 자리를 비워달라고 요청했을 때 서먼드는 화장실을 썼다.

당시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 기사를 보면 새벽에 의회 건물에는 3명만 있었다. 서먼드의 아내와 워싱턴 상원의원, 그리고 코를 골고 있던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한 남성이다. 서먼드의 필사 저지에도 불구하고 진행 방해가 성공하지는 못했다. 몇명의 의원들이 필리버스터에 함께 했지만 이후에 법안은 통과됐다. 서먼드는 당시 54세였다.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의 본회의 의결을 막기 위한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 중 故 김대중 전 대통령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은수미 의원은 10시간 18분 발언으로 국회의 필리버스터 국내 최장 기록을 경신했다. 2016.2.24/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의 본회의 의결을 막기 위한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 중 故 김대중 전 대통령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은수미 의원은 10시간 18분 발언으로 국회의 필리버스터 국내 최장 기록을 경신했다. 2016.2.24/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미국 정치사에서는 이 기록을 뛰어넘는 것도 있다. 주(州) 의회에서다. 1977년 텍사스 주 상원의원 빌 메이어는 무려 43시간 동안 단상을 지켰다. 그는 5월 2일 오후 3시 20분부터 5월 4일 오전 10시 20분까지 발언했다. 당시 메이어는 36세로 민주당 소속이었다. 그는 단상 옆에 수십권의 법률 서적을 두고 200건 이상의 판례를 또박또박 읽어나갔다.

허기는 사탕으로 달랬다. 슬라이스된 레몬을 간간이 먹기도 하고 물도 마셨다. 바지에는 물주머니 같은 걸 달았다. 메이어는 이것을 "우주인 백(astronaut bag)"이라고 불렀다. 용도는 짐작되는 그것이다. 이 때도 편법은 동원됐다. 당시 부주지사 빌 하비가 도움을 줬다. 하원으로부터 메시지를 받도록 했는데 단상을 잠시 비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작전이었다.

메이어는 가장 가까운 여자 화장실로 달려가 바지에 달린 주머니를 비웠다. 흥미로운 점은 경호원이 화장실까지 따라 붙었다는 것이다. 앉지 않을까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텍사스에서는 필리버스터 동안 부득이한 상황에서 단상을 벗어날 수 있는데 앉을 순 없도록 돼 있다.

메이어는 2013년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기원전 50년 로마에서도 필리버스터가 있었다고 전하며 "나는 지쳤고 그리고 배도 고팠다. 내가 원했던 것은 따뜻한 물에 목욕하고 스테이크를 먹은 뒤에 잠을 자는 것이었다"고 단상을 지켰던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필리버스터는 체력에 관한 것이라기보다는 정신적 지구력 테스트에 가깝다고 말했다. 주제를 벗어나는 것은 상원 규정에 어긋나고 3차례 위반하면 발언은 중단할 수밖에 없는데, 자신은 한차례도 어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allday33@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