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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대 높던 구찌, 韓·中 소비자 외면받는 이유는?

지난해 국내 8개 면세점 매출 19% 하락

(서울=뉴스1) 서송희 기자 | 2016-02-26 07:20 송고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의 국내 면세점 판매 실적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 물론 면세점 큰손인 중국 관광객으로부터도 구찌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韓·中 트렌드 반영되는 면세점 실적 하락
   
26일 홍종학 국회의원실이 발표한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구찌의 2015년 면세점 누적 매출은 전년대비 하락한 것으로 추산된다.

18개 면세점 가운데 외국 브랜드 매출 상위 10위 안에 구찌가 포함된 매장은 8개로 절반에 못 미친다. 이들 8곳에서 지난해 발생한 구찌 매출은 488억8200만원으로 전년보다 114억원(19%) 감소했다. 롯데면세점 부산점을 제외한 7개 면세점에서 매출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중국인이 많이 찾는 면세점에서도 실적이 하락하고 있다. 제주도 소재 신라면세점이나 롯데면세점은 외국인의 매출 비중이 99%가 넘는다. 동화면세점도 외국인 매출이 85%에 달한다. 구찌는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고객들에게도 브랜드 충성도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매출 규모가 큰 롯데면세점 서울 소공점의 경우 루이비통, 샤넬, 에르메스, 프라다 등 2015년 연 매출 300억원 이상의 업체들만 해외 브랜드 매출 상위 10위안에 들었다. 한때 롯데면세점 소공점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구찌는 지난해 10위 안에 들지 못했다. 

구찌는 롯데면세점 소공점에서 2010년 224억7400만원(6위), 2012년 244억2500만원(7위)의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2013년부터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신라면세점 서울점 역시 2012년 매출 상위 10위를 기록했지만 2013년부터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구찌그룹코리아는 2011년 연매출 2960억원을 달성한 뒤 2013년 매출 2425억원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구찌그룹코리아는 2014년 12월 유한회사로 전환한 뒤 매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애매한 명품' 꼬리표…대대적 반값 할인·올드 이미지 등으로 선호도 뚝
최근 불황이 계속되면서 명품 브랜드도 양극화되고 있다. 이왕 명품을 산다면 최고급 브랜드로 구매하고 아니라면 가격 대비 성능(가성비)을 따지는 소비자가 늘었다. '구찌 가방을 살 돈이라면 조금 더 무리해 프라다 가방을 산다'는 식이다.

'가성비'를 따지는 소비자들은 구찌보다 저렴하면서 개성적인 디자이너 제품을 구매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이런 틈을 타서 코오롱의 '쿠론'이나 한섬의 '덱케' 등 브랜드가 인기를 얻고 있다. '대중명품'으로 꼽히는 브랜드들은 상위 브랜드에 밀리고 개성적인 디자이너 제품에 치이고 있다.
  
구찌는 홈쇼핑방송채널에서 판매될 정도로 희소성이 떨어지고 있다. 2013년 말 에르메스와 샤넬, 프라다 등 고가 브랜드는 가격을 올리면서 비난을 받았다. 당시 구찌는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하지 않았다. 이전에 고가 브랜드의 움직임에 맞춰 가격을 조정하던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구찌는 지난해 재고떨이를 위해 50% 할인을 실시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 홍콩 등에서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진행했다.

이에 대해 '누구나 살 수 있는 명품'이란 이미지가 강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도도한 명품 브랜드가 실적 부담에 자충수를 뒀다'는 지적도 받았다. 한국은 물론 중국도 소비수준이 높아지면서 '애매한 명품' 기피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구찌의 대표 가방 디자인은 승마용 장식을 연상시킨다. 짙은 가죽이나 특유의 말발굽 패턴은 브랜드를 '올드 이미지'로 만들어 젊은이들의 외면을 받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한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최근 구찌가 브랜드력이 약해졌다는 평을 듣고 있다"며 "명품 브랜드가 콧대가 높다고 비난받지만 구찌를 보면서 브랜드 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 다른 패션업계 관계자는 "불황으로 명품 업계도 양극화되고 있어 초고가 브랜드 외에는 실적이 부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song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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