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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파 대법관 사망에 워싱턴 정치판 대격돌 예고

대표적 보수파 연방대법관 스칼리아 사망…향년 79세
오바마 대통령 후임 임명하면 연방대법원 진보5 보수4 가능성
미 대선 앞두고 돌발 변수…민주 즉각 임명 vs 공화 대선 이후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2016-02-14 11:18 송고
안토닌 스칼리아 미국 대법관 © AFP=뉴스1
안토닌 스칼리아 미국 대법관 © AFP=뉴스1


미국 대선에서 예기치 못한 돌발변수가 발생했다. 연방대법원의 대표적 보수파인 안토닌 스칼리아(79)가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미 정치권은 대격돌을 예고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스칼리아의 후임으로 진보적 성향의 법관을 지명하면 연방대법원의 성향이 보수에서 진보로 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미 현지 언론에 따르면 스칼리아는 지인들과 헌팅 여행을 나와 웨스트 텍사스 소재 한 럭셔리 리조트에서 12일 저녁 잠자리에 들었다가 13일 오전 숨진 채 발견됐다. 연방대법원은 스칼리아의 사망 소식에 조기를 게양하고 조의를 표했다. 존 로버트 대법원장은 성명을 내고 "스칼리아는 뛰어난 개인이자 법관으로 동료들의 존경을 받았다"며 "그의 죽음은 그가 헌신적으로 기여했던 대법원과 국가에 큰 손실"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스칼리아 후임이다. 미 연방 대법관은 모두 9명으로 보수파를 대표하던 스칼리아의 사망으로 연방대법원에서 보수와 진보가 각각 4대4의 상황이다. 대법관은 대통령이 상원의 권고와 과반 동의에 따라 임명하는데 오바마 대통령이 진보성향 인물로 임명하면 연방대법원의 성향은 진보로 기울게 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스칼리아 사망에 따른 후임 임명의 정치적 파장을 의식하며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저녁 특별성명을 내고 유가족에 조의를 표하며 후임과 관련해 "적절한 시기(in due time)에 임명하겠다"고만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의 의중은 스칼리아의 공백을 임기내에 메운다는 계획으로 알려졌다. CNN방송은 익명의 고위 관리를 인용해 "스칼리아의 사망으로 생긴 대법원에 공백이 발생한 것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은 새로운 대법관을 임명할 의향이 있다"고 보도했다. 

공화당과 민주당은 스칼리아 사망소식이 전해지자 즉각 후임을 놓고 대격돌을 예고했다. 공화당은 스칼리아의 사망 소식에 대통령의 공식 성명이 나오기도 이전 후임 대법관에 대해 차기 대통령이 임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화당의 미치 맥코넬 상원 원내대표는 "미국민이 차기 연방 대법관의 선정에 발언권을 가져야 한다"며 "따라서 새 대통령을 선출하기 전까지 대법관이 새로 채워져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해리 리드 상원 원내대표는 오바마 대통령이 상원에 "즉각" 새로운 대법관 임명안을 보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법원에 1년 동안 공백이 발생한 전례는 없다"며 "(스칼리아의) 공백을 채우지 못한다면 상원의 가장 본질적인 헌법적 책무를 포기하는 수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선 후보들 역시 스칼리아의 공백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공화당 경선주자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텍사스)은 "스칼리아 대법관은 미국의 영웅이었다. 우리는 스칼리아와 이 나라에 신세를 지고 있다"며 "차기 대통령이 스칼리아의 후임을 임명하도록 상원은 명확히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경선주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오는 11월 대선까지 대법관 자리를 비워두는 것에 대해 "미 헌법에 불명예"라고 밝혔다.

워싱턴 정계가 스칼리아 후임에 날선 신경전을 벌이는 것은 연방대법원의 움직임은 대선을 앞둔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보수 성향의 대법원은 기후변화, 이민법 개혁 등에서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을 번번히 좌절시킨 이력이 있다. 게다가 대법원은 현재 오바마 대통령이 임기 후반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이민개혁 행정명령의 위법 여부를 심리하고 있다. 대법원은 해당 행정명령의 위헌 여부를 6월께 판결내릴 예정이다.

CNN방송의 제프리 토빈 수석법률분석가는 "스칼리아의 사망은 미국에서 막대한 정치 전쟁을 일으킬 것"이라며 "미국 상원 역사상 최대 전쟁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kirimi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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