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상황에서 평균연봉 1억원이 넘는 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이 '임금 37% 인상'을 요구하며 회사와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저유가가 지속되면서 항공업계의 수익률은 예년보다 호전됐다고 하지만 영업이익률이 3%를 밑돌고 있는 항공업계의 현실을 감안하면 '37% 임금인상' 요구는 터무니없어 보인다.조종사 노조는 인력 이탈을 막으려면 그만한 처우를 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국 항공업계에서 조종사들에게 연봉 2~3배를 제시하며 스카우트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중국 항공업계로 이직한 조종사들이 적지 않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그렇다고 해도 37% 인상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숫자"라고 난색을 표한다. 대한항공 일반노조는 이미 1.9% 임금협상을 합의한 상황인데, 조종사들에게만 임금을 37% 올려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일반노조는 "절박한 생존권 요구가 아닌 집행부 명분만 내세운 것"이라며 조종사 노조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공군전투기 조종사로 구성된 새 노조는 조종사 노조에 동조하지 않고 있다. 당초 1일 마감하기로 했던 파업찬반투표를 19일로 연기한 것도 새 노조 참여율이 저조하기 때문으로 전해진다. 조종사 노조는 자칫 '노노 갈등'으로 번질 조짐이 보이자 임금인상분을 일반노조와 나누는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지만 실현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설령 노조의 절대다수가 파업에 찬성한다고 해도 대한항공은 전면파업할 수 없다. 필수공익사업장이기 때문이다. 2005년 12월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의 전면파업으로 '항공대란'이 발생하면서 정부가 사실상 전면파업 금지를 해놨다. 파업찬반 투표의 실효성이 그만큼 낮다는 얘기다. 노조 지도부는 이제 37% 인상 요구를 접고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평균임금 5100만원인 일반노조도 1.9% 인상안을 받아들였다. 수년간 일반노조와 동일한 임금인상률에 합의했던 조종사 노조가 명분과 실리 모두를 잃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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