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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축구] '첩자' 日기자들을 역이용한 신태용의 끼와 꾀

(도하(카타르)=뉴스1) 임성일 기자 | 2016-01-29 06:00 송고
올림픽 축구대표팀 신태용 감독이 28일(한국시각) 카타르 도하 카타르축구협회 훈련장에서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4강전에서 카타르를 격파하며 리우 올림픽 본선 티켓을 따낸 선수들은 30일(한국시각) 일본과 결승전을 치른다. 2016.1.28/뉴스1 © News1(도하(카타르)=뉴스1) 손형주 기자
올림픽 축구대표팀 신태용 감독이 28일(한국시각) 카타르 도하 카타르축구협회 훈련장에서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4강전에서 카타르를 격파하며 리우 올림픽 본선 티켓을 따낸 선수들은 30일(한국시각) 일본과 결승전을 치른다. 2016.1.28/뉴스1 © News1(도하(카타르)=뉴스1) 손형주 기자
신태용 올림픽대표팀 감독이 점점 여우가 되고 있다. 현역시절 '그라운드의 여우'로 통했던 그 모습이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을 거듭하면서 자연스럽게 표출되고 있다. 끼와 꾀는 연습한다고 크게 느는 것이 아니다. 타고난 센스에 가까운데, 신태용 감독이 그러하다.

오는 30일(한국시간) 일본과 대회 결승전을 앞두고 있는 대한민국 U-23 대표팀이 28일 오후 훈련을 재개했다. 27일 내내 쉬면서 에너지를 보충했던 신태용호는 이날부터 결승에서 펼쳐지는 한일전을 대비하기 위해 다시금 축구화 끈을 맸다.

훈련장에는 한국 미디어 이상으로 일본 기자들의 취재열기가 뜨거웠다. 약 30명에 육박하는 기자들이 선수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했다. 그만큼 관심이 높다는 방증이다.

신태용호의 상태를 잘 전달해 일본 축구 팬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고 데구라모리 감독이 이끄는 자국 대표팀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겠다는 의도다. 쉽게 표현하면, 일종의 첩자들인 셈인데 신태용 감독은 그것을 역이용했다.

신 감독은 이날 훈련을 전면 공개했다. AFC 대회 규정상 초반 15분은 반드시 공개해야하지만 이후로는 의무적이지 않다. 사실 15분이야 몸 푸는 것만으로도 부족한 시간이니 상대 코칭스태프가 봐도 문제될 것 없다. 하지만 이후는 공개를 꺼린다. 보여줘서 좋을 게 없다. 하지만 신태용 감독은 일본 기자들의 출입을 막지 않았다.

일단 내용 자체가 특별하지 않았던 것이 첫 번째 이유다. 이날 대표팀은 훈련을 즐겼다. 스트레칭부터 이후 5-2 훈련이나 골 넣기 게임 등은 선수들에게 '놀이' 수준의 프로그램이다. 훈련 막바지 팀을 나눠 약간의 전술적 훈련이 병행되기는 했으나 전체적으로는 컨디션을 회복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대표팀 관계자가 "오늘은 소풍"이라고 전했을 정도다.

그 소풍을 나온 선수들은 마음껏 웃음꽃을 피웠다. 신태용 감독과 김기동 코치가 끊임없이 선수들에게 장난을 걸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었고 선수들은 서로 애정이 담긴 욕설을 주고받으면서 스트레스를 날려 버렸다. 지켜보는 이들까지도 흐뭇해지는 시간이었다.

단, 어느 정도 비장함을 예상했던 일본 기자들은 이게 무슨 상황인지 어색했을지 모른다. 이것이 신 감독이 훈련을 전부 공개한 두 번째 이유다. 

훈련 후 만난 신태용 감독은 "노림수였다"며 웃었다. 그는 "어쨌든 일본 기자들이 한국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스케치해서 기사로 내보낼 것 아닌가. 그것을 분명 일본 코칭스태프도 볼 것이다. 한국 선수들이 긴장된 모습 없이 유쾌하게 '놀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도 일부러 편안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고 속내를 전했다. 상대를 자극하겠다는 뜻이다. 내부적인 이유도 있었다.

신 감독은 "오늘은 선수들의 경직된 몸과 마음을 풀어주는 것이 우선이었다. 일본전이 얼마나 중요하다는 것은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마음이 앞서면 탈이 나는 법이다. 몸도 정신도 이완시킨 뒤 내일 제대로 된 훈련을 진행할 것"이라는 진짜 속내를 꺼내들었다.

그는 곰이 아닌 여우였다. 신태용 감독에게 마지막 훈련도 똑같이 전면 공개할 것이냐고 물었다. 신 감독은 "당연히 내일은 15분이다"며 선수단 버스에 올랐다.


lastun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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