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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걸인사이드]대법 "前여친 나체셀카 유포 성범죄처벌 불가"…왜?

"법 문언이 정한 범위 내에서만 법을 해석·적용"
이벤트성 특별법 양산으로 성범죄 처벌법 '뒤죽박죽'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 2016-01-27 06:00:00 송고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최근 대법원은 '전 애인의 나체셀카 유포'와 '노출없는 여성에 대한 몰카' 등은 성폭력처벌법으로 벌할 수 없다는 판결을 잇따라 내놓았다. 

많은 사람들은 '나체사진 유포'와 '몰카'를 성범죄로 처벌하지 않는다는 판결에 어리둥절했다. 법률전문가들조차 유·무죄에 대한 의견을 달리하고 있다.

직접 유·무죄판결을 내리는 판사들도 같은 사실관계에 대해 심급별로 엇갈린 판단을 내려 논란이 일었다. 

이런 현상은 '판단' 이전의 문제 즉 처벌의 근거인 법률과 법체계상의 문제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법조항 문면 그대로 '엄격'해석…'처벌불가' 판결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나체셀카 유포' 사건은 처벌근거법률인 성폭력처벌법 14조가 '다른 사람의 신체'를 촬영하거나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경우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때문에 '셀카'는 스스로 자신의 신체를 찍은 것이기 때문에 해당 법조항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처음 보는 여성을 뒤 따라가 사진을 찍은 '몰카'사건은 '다른 사람의 신체'를 촬영했지만 특별한 노출이 없는 상반신을 촬영했기 때문에 '성적 수치심'을 유발했다고 보기 어려워 성범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2011년 4월 여중생을 협박해 휴대전화 영상통화와 인터넷 화상채팅 등을 하면서 자신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상대방 동의 없이 화상채팅을 재촬영한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서도 협박 혐의 등은 인정했지만 성폭력범죄 혐의는 무죄 판결을 내린바 있다.

"처벌 대상이 되는 촬영 대상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라는 것이 문언상 명백하다"며 "A씨가 촬영한 대상은 '신체 이미지가 담긴 영상일 뿐' '다른 사람의 신체' 그 자체가 아니라는 이유에서였다.  

세 건의 판결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법원이 법 문언이 정한 범위 내에서만 법을 해석·적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죄형법정주의' 입각한 판결 vs 피해자 입장 고려 않은 '남성중심적' 판결

대법원의 '나체셀카 유포' '몰카' 등에 대한 '성범죄 처벌 불가' 판결논란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팽팽히 맞서고 있다. 

"문제없다"는 측은 죄형법정주의에 따른 당연한 판결이라는 입장이고, "문제있다"는 측은 법 문언의 틀에 갇혀 법을 만든 취지는 물론 피해자 입장과 국민의 법감정은 몰각한 판결이라는 의견으로 나뉜다. 

대법원의 판결에 "문제없다"는 측은 '죄형법정주의'에 입각한 당연한 판결이므로 일부 국민의 법감정과의 괴리를 이유로 대법원 판결이 잘못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죄형법정주의'는 사회적으로 비난받아야 할 행위라도 법률이 범죄로 규정하지 않았다면 처벌할 수 없다는 형법의 기본원리다. 즉 법이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는 것만 처벌하고 법이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지 않은 행위는 처벌할 수 없으므로 대법원의 판결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반면 대법판결에 "문제있다"는 측은 법의 문면에 집착해 '성범죄 피해자 보호'라는 '입법목적'을 외면한 판결이라고 비판한다. 입법취지에 맞게 법을 해석·적용해야 함에도 입법취지는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젠더법학자인 김엘림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몰카사건'은 판사들이 피해자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판결이 판사의 가치관과 경험, 입장을 반영하는 것인데 이 사건의 경우 모르는 사람이 밤늦게 엘리베이터 안까지 따라와 사진을 찍는 것을 당한 피해자 입장은 고려하지 않은 '남성중심적' 판결을 내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끝 없는 특별법 양산…'뒤죽박죽' 성범죄 처벌법

우리나라에 성범죄를 처벌하기 위해 존재하는 법률은 형법 말고도 성폭력처벌법, 청소년성보호법, 성폭력방지법, 성충동약물치료법. 특정강력범죄법 등이 더 있다. 법을 지켜야하는 일반 국민들이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성폭력범죄에 대한 법률현황은 복잡하다. 

이렇게나 많은 법률이 존재하는 이유는 강력 성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국회와 정부가 들끓는 여론을 등에 업고 처벌을 강화하겠다며 새로운 법을 만들어 내거나 법을 고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대부분 '엄벌주의' '강경화' 기조를 유지한다. 기본 형법에 이미 있는 내용을 또 다시 다른 법에 만드는 것은 물론 형벌로 처벌할 필요성에 대한 진지한 검토 없이 범죄가 되는 요건 즉 '구성요건'을 신설 확장해 법률로써 '새로운 범죄'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문제는 이 법률들이 사실상 내용이 거의 비슷하고 이중 삼중의 가중처벌과 특례에 대한 특례를 규정하고 있다는 데 있다. 또 형법상 책임원칙, 이중처벌금지, 소급효금지 등 기본적인 법이념이나 법원칙도 가벼이 여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성폭력'범죄라기보다는 '성풍속'범죄로 볼 수 있는 카메라 등 촬영 등을 강간이나 강제추행처럼 다루며 지나치게 강한 법정형을 정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오영근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폭력처벌과 관련한 법률체계가 지나치게 복잡하게 돼 있다"며  "특별법보다는 일반법인 형법에 일반인들이 가장 잘 범할 수 있는 범죄를 포함시키는 것이 범죄예방교육 등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처벌강화'기조로 다른 범죄와의 양형 불균형이 있다는 건 항상 지적되는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오 교수는 "'성적수치심'을 일으키는 신체부위라는 개념자체가 주관적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해석은 당연히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성적수치심을 일으키는 신체부위'라는 개념은 시대와 사회에 따라 변할 수 있기 때문에 해당 법조항의 적용을 무조건 강화하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 지나친 '성범죄화'도 문제라면 문제

다른 사람을 불쾌하게 만든 모든 행위를 범죄로 처벌하는 것은 옳지 않다. 법과 도덕의 경계가 무너지게 되고 국가가 사적영역에까지 지나치게 개입해 통제하는 현상 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쁜 여자나 잘생긴 남자가 지나갈 때 몰래 사진을 찍었다면 사진을 찍힌 사람을 불쾌하게 한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이를 범죄로 처벌해야 하는가는 또 다른 차원의 얘기다. 형벌로 '책임'을 져야 하는 행위와 그렇지 않은 행위는 구별돼야 한다. 민법상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면 굳이 범죄의 영역으로 끌고 들어오지 않는 것이 여러모로 바람직하다.

현행 성범죄처벌특례법 규정을 적용하면 여름철 해수욕장에서 비키니를 입고 해수욕을 즐기는 피서객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방송사 영상도 '성범죄'로 처벌해야 한다. 

양형위원회가 발간한 '2014 연간보고서'에 따르면 과거에 비해 성범죄에 대한 집행유에 선고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성범죄의 양형기준이 강화됨에 따라 선고형량이 늘어났지만 실형 대신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비율이 눈에 띄게 높아진 것이다. 이를 통해 성폭력범죄에 대한 법정형을 상향조정한다고 해도 그 취지가 실제 법원 판결에까지 반영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때그때의 이벤트성 법제정으로 형사제재 강화에만 초점을 맞추면 실효성이 불투명한 처벌 및 감시강화 위주의 정책이 양산될 뿐이다.

성범죄 처벌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처벌필요성 등을 바탕으로 입법취지를 제대로 구현한 규정을 만들고 관련법 체계를 다듬을 수 있는 논의가 필요한 때이다.


윤진희 기자(juris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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