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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쏭달쏭 공연용어…'레플리카·라이선스·오리지널' 뭘까?

(서울=뉴스1) 박정환 기자 | 2016-01-24 11:25 송고 | 2016-01-24 18:02 최종수정
연극 '렛 미 인' 공연 장면 © News1
연극 '렛 미 인' 공연 장면 © News1

지난 21일 개막한 연극 '렛 미 인'은 충무로의 신예 박소담이 출연하는 것 외에도 '연극계 최초의 레플리카 프로덕션'(Replica Production) 방식을 강조하고 있다. 제작 방식에서 따라 레플리카 프로덕션 이외에 '오리지널'(original)과 '라이선스'(license)라는 표현도 여러 공연에서 자주 눈에 띈다. 이들을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연극 '렛 미 인'제작사인 신시컴퍼니 관계자는 "레플리카 프로덕션이란 원작의 모든 디자인을 그대로 사용하는 공연 제작 형태"라고 말했다. 연출자 존 티파니를 비롯해 2013년 영국 스코틀랜드 초연 당시의 제작진이 모두 참여하고 무대 디자인도 그대로 사용한다.
이 관계자는 "배우만 국내에서 캐스팅하고 나머지 모든 것을 해외에서 들여오기 때문에 원작 공연대본만 계약하는 라이선스 공연보다 제작비가 최소 3배 이상 더 든다"고 강조했다.

해외 원작의 무대 디자인을 그대로 가져오는 까닭은 특수효과나 무대제작 부문의 완성도 때문이다. 연극 '렛 미 인'에선 북유럽의 정취를 무대미술로 아름답게 재현했다. 무대 천장까지 솟아오른 자작나무 20여 그루와 눈 덮인 무대가 이채롭다. 

또 흡혈귀라는 여주인공 '일라이'의 정체성도 특수효과를 통해 잘 표현했다. 그녀가 굶주림을 못 참고 행인을 공격하는 장면이나 그녀의 머리카락에서 피가 흘러내려 얼굴이 피범벅이 되는 장면 등에서 특수효과가 완성도 높게 사용됐다.
레플리카 이외에도 오리지널(original)과 라이선스 제작 등은 해외 공연을 수입해 제작하는 방식을 분류하는 기준이다. 수입 공연은 오리지널과 라이선스로 크게 나뉜다. 레플리카는 라이선스의 일종이다.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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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공연은 해외 현지에서 공연됐거나 공연 중인 작품을 원형 그대로 보여주는 것을 뜻한다. 사실 오리지널 공연이란 말이 등장하기 전에는 '내한 공연'이란 말이 많이 쓰였다. 지난해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한 로버트 윌슨의 '소네트'나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한 '해변의 카프카' 등이 오리지널 공연이다.

라이선스 공연은 해외 원작자에게 저작료를 지급하고 판권을 사들인 뒤 우리말로 공연하는 것을 통칭한다. 라이선스 공연은 다시 '레플리카'와 '논 레플리카'(non-replica)로 나뉜다. 레플리카란 음악과 가사는 물론 안무, 의상, 무대세트까지 똑같이 공연하는 작품을 말하고, 논레플리카는 원작에 수정, 각색, 번안을 허용하는 것이다.

공연계에 이같은 용어들이 본격 등장한 것은 뮤지컬이 국내 공연시장에서 부상하면서 부터다. 1995년 삼성영상사업단에서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공연을 하면서 정식 판권계약을 맺은 이후부터 널리 알려졌다.

그전까지 저작권 인식이 희박했기 때문에, 국내 뮤지컬 공연은 정식 판권계약 없이 무단 복제한 카피(copy) 공연 일색이었다. 그런 가운데 라이선스 공연이란 말은 '해적판이 아니라 원작자가 인정하는 공연'이라는 뜻으로 공연업계에서 쓰이기 시작한 것이다.

가장 엄격한 기준을 따르자면 오리지널 공연은 '초연될 당시의 제작진과 출연배우, 무대세트가 그대로 적용된 공연'을 말한다. 그래서 세월이 지난 뒤 다시 제작되는 작품에는 '리바이벌'(revival) 공연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한 공연기획사 관계자 A 씨는 이런 식의 구분에 대해 "원작자를 존중한다는 의미와 저작권이 강화된 시대 상황과 맞물린 현상"이라며 "원작의 완성도가 높다는 전제에서 관객이 관람할 작품을 고를 때 참고할 요소가 되겠지만, 계약 형태 구분은 공연에서 받을 수 있는 감동과 상관없는 별개의 잣대"라고 말했다. 그는 또 "뮤지컬은 거대 자본이 투입돼 상업적 성격이 강한 곳인데, 오리지널이냐 라이선스냐 여부로 작품 전체를 평가하는 것은 무리"라고도 했다.

평론가 B 씨는 "그리스 비극이나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초연 그대로 올릴 수도 없겠지만 재해석했다고 해서 수준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연극은 연출자가 어떤 텍스트를 창의적으로 해석해 숙련도 높은 배우들의 육성과 몸짓으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무대 위의 모든 요소가 제대로 맞물릴 때 감동이 관객에게 전달된다"며 "이것이 연극의 본질"이라고 덧붙였다.

연극 '렛 미 인' 공연 장면 © News1
연극 '렛 미 인' 공연 장면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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