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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단통법에 번호이동 '꽁꽁'…중저가 기변 '몰린다'

단통법 후 보조금경쟁 사라진 이통시장…불황속 너도나도 '중저가폰'

(서울=뉴스1) 김태헌 기자 | 2016-01-24 08:30 송고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의 한 SK텔레콤 대리점 벽면에 이날 시판을 시작한 중저가폰 '쏠(Sol)'과 광고 모델 설현 포스터가 붙어있다. © News1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의 한 SK텔레콤 대리점 벽면에 이날 시판을 시작한 중저가폰 '쏠(Sol)'과 광고 모델 설현 포스터가 붙어있다. © News1 


"단통법 이후로 번호이동은 거의 없다고 보시면 돼요."
"10명 중 6명 정도는 중저가폰을 찾죠. 아무래도 싸니까."

영하의 날씨로 꽁꽁 얼어붙은 서울 종로 일대 이동통신사 대리점들. 한파로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이 거의 없는 탓인지 대부분의 점포들이 썰렁했다. 간혹 대리점을 들어서는 사람들은 번호이동보다 기기변경을 하려고 들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주로 중저가폰에 대한 문의가 이어졌다. 한 점원은 "개통폰 대부분이 기변이다"면서 "단통법 이후로 번호이동이 확 줄었다"고 말했다.

갤럭시J5와 A8, LG 볼트 등 개통을 앞둔 스마트폰들은 대부분 중저가폰 일색이다. 대리점 직원은 "휴대폰을 보러온 10명 중 6명 정도가 중저가폰을 찾는다"면서 "아무래도 가격이 저렴해서 찾는 손님들이 많다"고 말했다. 성능에 대해서는 "요즘 나오는 중저가폰은 스펙이 나쁘지 않다"며 "가격대비 성능을 따져보면 고급모델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을 시행한 지난 2014년 10월 이후, 이통사간 과도한 보조금 경쟁이 사라지면서 이동통신 가입자들은 번호이동보다 기기변경에 몰리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무선통신서비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이동전화 가입자수는 240만9200명으로, 이중 기기변경 가입자는 123만869명으로 전체의 51.1%를 차지했다. 반면 번호이동은 59만9871명으로 24.9%에 불과했다.

이는 단통법 이전인 2014년 10월 기기변경 가입자가 43만7349명이고, 번호이동이 37만4828명인 것과 대조를 이룬다. 단통법 시행 후 1년동안 기기변경 가입자가 79만여명 늘어나는 동안 번호이동 가입자는 23만여명만 증가한 것이다.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정부의 삼엄한 시장감시로 불법보조금이 거의 자취를 감추면서 프리미엄폰보다 중저가폰 판매가 대폭 늘어난 것도 최근 이통시장의 특징이다. 중저가폰을 찾는 고객들이 늘어나면서 이통사들은 앞다퉈 신제품을 내놓으며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10만원대 제품부터 50만원대까지 가격대도 다양하다.

서울 명동역 근처 SK텔레콤 대리점은 매장 입구부터 아이돌 AOA 멤버 '설현'의 포스터를 걸어뒀다. 설현은 SK텔레콤이 단독판매하는 중저가폰 '루나'와 '쏠(Sol)'의 광고모델이다. 설현을 앞세워 '루나폰'으로 대박을 낸 SK텔레콤은 이 여세를 몰아 '쏠' 판매까지 밀어붙이고 있는 중이다.

지난해 9월 출시된 루나는 최근 누적 판매량 15만대를 넘어섰다. 쏠은 지난 19~21일 진행한 예약가입에 1만명이 몰리기도 했다. 두 제품의 출고가는 각각 44만9000원, 39만9300원이다. SK텔레콤 대리점 직원은 "설현을 앞세운 스타마케팅과 가격대비 성능이 우수해 두 제품 모두 좋은 반응을 얻는 것 같다"고 말했다.

'쏠' 광고모델 걸그룹 AOA의 설현 © News1


LG유플러스도 최근 중국 화웨이의 'Y6'를 내세워 공격적으로 중저가폰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출고가가 15만4000원인 'Y6'는 2만9900원 이상 요금제를 사용하면 단말기값이 '0원'이 된다. 지난해 12월16일부터 판매를 시작한 Y6 역시 최근 누적판매 1만대를 넘어섰다. 업계에 따르면 하루 700대가량이 판매되고 있다.

서울 시청역 근처에 위치한 LG유플러스 대리점 관계자는 "가격을 생각한다면 중저가폰이 정답"이라며 "성능을 고려하면 화웨이 Y6보다는 LG나 삼성 제품을 많이 추천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KT는 지난해 11월 '갤럭시 J7'을 선보이며 브랜드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중저가폰을 구매하면서도 '삼성'과 'LG'를 고집하는 중년층 이상의 소비자들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한 KT대리점 관계자는 "앉자마자 삼성을 말씀하시고 아예 다른 회사 모델은 보지도 않으시는 분이 많다"며 "성능이나 가격을 고려하지 않고 일단 브랜드 제품을 사야 안심이 된다는 생각을 하는 고객들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중저가폰의 인기는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한 대리점 직원은 "고객들 대부분은 위약금 때문에 2년가량의 약정기간이 끝나야 휴대폰을 바꾼다"며 "현재 고급 모델을 사용자가 조금씩 중저가폰 시장에 유입되는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solidarite4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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