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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신탁사 재개발·재건축사업 수주 확대 허와 실은?

코람코 등 일부 신탁사 정비사업팀 보강하며 정비사업 수주 확대노려
알짜 사업장은 건설사들 영업력에 밀려, 분양성 높은 사업장 확보 관건

(서울=뉴스1) 이군호 기자 | 2016-01-18 07:00 송고
코람코자산신탁이 수주한 안양 호계동 성광·호계·신라아파트 재건축 사업 조감도 © News1
코람코자산신탁이 수주한 안양 호계동 성광·호계·신라아파트 재건축 사업 조감도 © News1


3월부터 부동산신탁업체들이 단독으로 재개발·재건축사업 시행자로 나설 수 있게 됨에 따라 각 신탁사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대형건설사들이 주도하고 있는 알짜 대형 사업장보다는 500가구 내외의 중소형 사업장을 두드릴 것으로 예상돼 자금부족으로 사업이 지지부진했던 조합들은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경험이 부족한 점과 사업비를 줄이기 위해 중소건설사를 선정했을 경우 부도 리스크가 높아진다는 점은 우려스럽다는 분석이다.

신탁사 주도의 정비사업은 토지신탁 형태로 이뤄진다. 조합원들이 땅을 신탁하면 신탁사가 시행자가 돼 초반부터 사업비를 투입하고 시공사 선정부터 일반분양까지 맡는다.

1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코람코자산신탁은 지난해 말 부동산신탁업계 최초로 안양 호계동 성광·호계·신라아파트 재건축 사업을 수주했다. 안양시는 코람코를 사업대행자로, 대성산업을 시공사로 각각 지정했다.
한국토지신탁도 지난해 도시재생팀을 신설했다. 정비사업지구에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등의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만들어진 팀이다. 이미 인천 청천2구역 재개발을 통해 공급되는 일반분양분 3500가구를 뉴스테이로 공급하는 리츠를 만들어 영업인가를 받았다.

엠디엠(MDM)이 최대주주로 있는 한국자산신탁도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이며, 대한토지신탁도 정비사업팀을 통해 본격적인 수주작업에 들어갔다.

이처럼 부동산신탁업계가 재개발·재건축사업에 적극 뛰어드는 이유는 지난해 7월 부동산신탁사도 정비사업의 단독 시행자를 맡을 수 있는 내용의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도정법 개정안은 3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어서 이에 앞서 조직정비와 실제 사업수주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신탁사들의 주 업무분야였던 차입형신탁의 경우 분양시장의 영향을 많이 받는 반면 재개발재건축사업은 조합분양물량이 확보돼있는데다 토지매입이 필요없다보니 사업이 안정적인 측면이 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부동산신탁업계의 수수료 수익 중 약 40%가 차입형 신탁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를 분양매출로 환산하면 5조2000억원에 달한다. 2010년 분양매출 환산금액이 2조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최근 5년간 신탁개발 매출이 2.5배 증가한 셈이다. 분양시장이 좋아지면서 신탁사들의 수익이 좋아진 것이다.

문제는 부동산시장이 급속히 냉각되면서 차입형 신탁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보니 안정적인 수주물량 확보를 위해 재개발재건축시장을 노크하고 있는 것.

특히 대형건설사들이 주도하고 있는 알짜 대형 사업장보다는 500가구 내외의 사업장이 주 타깃이다. 수주경쟁력에서 대형건설사에 뒤질 수밖에 없다보니 자금 부족에 사업이 지지부진한 중소사업장 추진위·조합을 공략하는 것이 안전하기 때문이다.

한 신탁사 관계자는 "코람코자산신탁이 수주한 재건축사업장은 오래된 빌라 3개(호계·신라·성광)를 통합 재건축하는 사업인데 상이한 단지를 통합하는 중소형사업이라 조합 설득과 인허가 작업이 쉽지 않은 곳"이라며 "수도권에서 정비가 필요한 것은 소규모 노후 사업지들이어서 부동산신탁사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다만 부동산신탁사들에게 재개발재건축사업이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소규모 사업장이 갖고 있는 한계가 고스란히 리스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업이 지지부진했던 소규모 사업장은 대개 장기간 사업지연으로 비용이 과다하게 지출돼 사업성이 훼손되거나 이해관계자간 대립이 이어진 경우가 많다. 즉 관리처분단계에서 조합원들이 내야할 부담금이 발목을 잡을 수 있어 원활한 합의가 어려워질 수 있다. 또 그동안 과다지출된 비용때문에 일반분양분의 분양가도 높게 책정해야 하는 위험을 안고 있다.

비용 절감을 위해 중소건설사를 시공사로 선정할 경우 시공사 부도 리스크가 높아질 수 있다. 실제 부동산신탁사들은 차입형신탁때 비용부담이 큰 대형 건설사보다 중소건설사를 선택한다. 2013년 이후 일부 대형건설사들이 시공사로 참여하긴 했지만 주로 100위권 내외 중소 건설사들이 시공을 맡고 있다.

신탁계약서가 아직 완성되지 못한 것도 선결과제. 신탁 물건과 특약 사항, 신탁보수율 등이 명시될 신탁계약서는 시행규약과 함께 신탁사의 정비사업 참여에 반드시 필요하다. 금융투자협회는 지난해 각 회원사에 초안을 전달한 가운데 최종본이 완성되는 대로 국토교통부 등에 전달할 예정이다.

다른 신탁사 관계자는 "대형 사업장과 달리 중소사업장은 조합원 비전문성, 자금조달 능력 부족, 과도한 시공사 의존도 등이 사업을 지연시키는 원인이었다"며 "노하우가 쌓이기 전까지 무작정 수주를 늘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gu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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