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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식공룡의 짝짓기 흔적?…세계 최초 '구애행위' 화석 발견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美 콜로라도대와 공동연구 결과 국제 저명학술지 발표

(서울=뉴스1) 박창욱 기자 | 2016-01-07 23:00 송고 | 2016-01-08 08:24 최종수정
육식공룡의 짝짓기 전시(아스투리아스쥬리기박물관관). 사진-문화재청 제공 © News1

문화재청은 국립문화재연구소가 대형 육식공룡이 짝짓기를 위해 구애행위를 했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는 화석을 미국 콜로라도주의 백악기 지층에서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고 7일 밝혔다.

이번 연구성과는 국립문화재연구소와 미국 콜로라도대가 우리나라 남해안 공룡화석산지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을 위한 국제 비교연구로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시행한 공동학술조사의 최종 결과물이다.

육식공룡의 구애행위 화석은 약 1억 년 전 중생대 백악기 지층에서 발견됐다. 미국 콜로라도주의 서부 2곳, 동부 1곳에서 최소 50개 이상 확인된 이 화석들은 중생대 백악기에 살았던 대형 육식공룡 수컷의 구체적인 구애행위의 방식과 장소를 제시하고 있다. 암컷 공룡들이 수컷들의 구애행위를 통해 상대를 선택하는 ‘성적 선택(sexual selection)’을 보여주는 실증적 근거이다.
1억 년 전 지층에서 발견된 육식공룡 구애행위 화석. 사진-문화재청 제공  © News1

이번 연구결과는 거대 몸집을 가진 육식 공룡의 구애 행동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를 세계 최초로 제시한 획기적인 성과로 '네이처'(Nature)의 자매지로 자연과학 전반과 임상과학을 커버하는 국제 저명학술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7일자로 발표됐다.

논문명은 '육식 공룡의 구애행동 - 백악기 공룡들에 의해 만들어진 대규모의 과시행동 장소의 발견과 조류처럼 땅을 긁는 특별한 행동'(Theropod courtship - large scale physical evidence of display arenas and avian-like scrape ceremony behaviour by Cretaceous dinosaurs)이다.
미국 콜로라도주의 백악기 지층에서 현장 조사를 하는 한국 연구원들의 모습. © News1

연구를 수행한 국제공동탐사대는 한국과 미국 연구진을 중심으로 캐나다·중국·폴란드 연구자들로 구성됐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화석의 최초 발견, 분석 연구, 3차원(3D) 사진측량, 국제비교연구 등 연구 전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현장 발굴조사는 미국 국토관리부(Bureau of Land Management)의 조사·발굴허가 승인을 얻어 진행됐다.

문화재청은 이번 연구가 앞으로 우리나라 공룡화석 관련 분야의 연구 역량과 우리나라 천연기념물 화석산지의 학술적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해석이 어려웠던 공룡의 습성과 행동학적 특징을 규명할 수 있는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문화재청에서 지정·관리하고 있는 천연기념물 공룡화석산지는 경남 고성·진주·사천·남해, 전남 화순·보성, 전북 군산, 경기 화성 등 총 16곳이다. 이들 지역에서는 공룡·익룡의 발자국을 비롯해 공룡의 알둥지와 피부 흔적, 새발자국, 공룡·익룡의 뼈와 이빨 등 수많은 화석들이 계속 발견되고 있어 앞으로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새로운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다음은 이번 연구에 참여한 한국 측 책임자인 임종덕 국립문화재연구소 연구관과 일문일답이다.

-구애행동이 남긴 화석은 어떤 종류인가.

▶공룡화석은 크게 골격화석과 흔적화석으로 나뉜다.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공룡의 이빨이나 뼈가 모두 골격화석이며, 이를 통해 공룡이 어떤 모양을 하고 있었는지 정확한 생김새를 알 수 있고 그 공룡의 크기를 알 수 있다. 하지만, 골격화석을 통해서는 해당 공룡들이 어떤 행동을 하고 살았었는지에 대하여서는 직접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다. 하지만 흔적화석은 공룡이 살면서 남긴 모든 흔적들이 화석이 된 것으로, 공룡의 발자국, 공룡의 알, 공룡의 배설물, 공룡이 삼킨 위석, 그리고 피부흔적, 땅굴을 파서 남겨진 서식지의 흔적까지 포함된다.

흔적화석을 통해서는 공룡이 어떤 습성을 가지고 있었으며, 어떤 먹이를 먹었고, 얼마나 빨리 달렸는지 등 여러 행동학적인 특징을 알 수 있다. 즉, 공룡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알 수 있는 직접적인 증거를 제시한다. 구애행위가 남겨진 장소가 화석이 되었다는 것은 발로 땅을 파던 흔적이 남겨진 것으로 흔적화석에 해당한다.

-구애행위를 했던 육식공룡은 어떤 종류.

▶중생대 백악기에 살았던 아크로칸토사우루스(Acrocanthosaurus)로 추정된다. 몸길이 11.5m, 무게는 최대 7톤, 두개골(머리) 길이만도 1.3m나 되었다. 이 연구지역에서 발견된 육식공룡 발자국의 크기와 형태가 아크로칸토사우루스의 발자국과 매우 유사하다. 이 공룡이 살았던 당시 그 지역 생태계 먹이사슬에서 가장 상위에 위치하는 대형 포식자로서 함께 살았던 초식공룡들을 주로 공격하여 잡아먹었다.

-이번 화석들이 발견된 곳은.

▶미국 콜로라도주의 9700만년 전-1억300만년 전 시대인 백악기의 지층(다코타층, Dakota Sandstone) 4곳에서 발견됐다. 콜로라도주 서부에 3곳, 동부에 1곳으로 총 50여 개의 지점에서 화석이 나왔다. 최대 지름이 2m에 달할 정도로 거대한 것도 있고, 60개가 비슷한 곳에서 한꺼번에 발견된 되기도 했다. 여러 크기 그리고 다양한 깊이가 패인 것으로 볼 때, 여러 종류의 육식공룡들이 이 장소를 사용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국내 연구진이 본 연구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2008년부터 마틴 로클리 교수(미국 연구진 책임자)와 우리나라 남해안 공룡발자국 화석산지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 준비를 위한 현장조사와 연구를 함께 공동연구를 지속해왔다. 그러던 가운데 '국제비교연구'의 부족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전문가에 의해 지적받아 남해안 공룡발자국 화석산지의 등재신청을 철회했다. 이에 우리나라 공룡발자국 화석산지의 학술적 가치를 더 이끌어 내기 위해 여러 나라들의 화석산지들과 국제비교연구를 시작하게 됐다. 2011년 10월 한-미 공동학술조사(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미국 콜로라도대) 양해각서를 체결하여 2014년까지 수행했다. 연구조사 지역 결정은 국제공동연구팀을 이끌고 있는 세계적인 석학이며, 공룡발자국 전문가인 마틴 로클리 교수와 최종 협의해 진행했다.

-논문이 게재된  '사이언티픽 리포트'는.

▶'네이처'(Nature)의 자매지로서 자연과학 전반과 임상과학을 커버하는 저널이다. Nature가 관련 분야의 전문가 그룹을 대상으로 한다면, Scientific Reports는 보다 광범위한 전공분야와 관련 분야의 학자들과 과학애호가들과 같은 일반인들에게도 관심이 있을 만한 주제와 내용을 다룬다. 관련 분야에 큰 전환점이나 기념비적인 과학적 사실을 규명한 논문들을 주로 싣는다.

-논문게재의 의미와 성과는.

▶커다란 몸집을 가진 수컷 육식공룡들이 짝짓기 시기에 짝짓기 상대로 선택받기 위하여 암컷을 유혹하기 위한 구애행동을 했다는 최초의 증거이고, 구애 행동을 한 흔적이 화석들이 대단위 장소로 발견된 사례로 최초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연구를 통해 공룡의 행동학적 특징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구애행위에 대한 화석이 증거로 발견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번 연구를 통해 처음으로 밝혀지게 된 셈이다.  

짝짓기를 하기 전에 일어났던 행위이므로, 분명 이 공동 구애장소 인근에는 반드시 알둥지를 만들어서 사용했던 곳이 있을 것이라는 점을 암시한다. 이 점은 현생 조류의 경우에서 이미 확인되었다.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전 세계 자연사박물관의 공룡의 전시연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고, 다양한 공룡을 사용하는 콘텐츠들(애니메이션, 책, 영화 등)에 이 연구를 통해 밝혀진 내용들을 추가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 유네스코(UNESCO)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올라 있는 우리나라 남해안 공룡발자국 화석산지들은 2009년 처음으로 등재 신청서를 냈을 때, 그 학술적 가치는 뛰어나지만 공룡이 남긴 발자국과 같은 흔적화석들은 공룡뼈에 비하여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가 조금 약하다는 지적을 받아 신청을 철회한 적이 있다. 공룡의 흔적화석이 공룡뼈화석이 알려주지 못하는 새로운 과학적 정보를 정확하게 제시하는 증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공룡 흔적화석의 중요성을 확증하는 계기가 됐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수많은 공룡의 발자국과 알둥지화석들이 발견되고 있고, 공룡이 살던 시기에 함께 살았던 익룡과 새의 발자국도 계속 발견되고 있다. 이는 공룡 발자국 화석산지에 있어서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우리나라 남해안 화석산지에서 공룡의 발자국 이외에 다른 여러 종류의 공룡이 남긴 행동의 증거들이 새롭게 발견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OUV를 높일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구애행위를 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한 과정은.

▶땅을 판 흔적들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생각해보자. '1번 가설'은 실제로 알을 품고 있는 둥지장소일 가능성다. 또 '2번 가설'은 음식이나 물 혹은 보금자리(주거지) 위해 땅을 파낸 흔적일 가능성이다. '3번 가설'은 자신의 영토를 표기하기 위해 남긴 흔적일 가능성이며, '4번 가설'은 짝짓기 위한 구애행동 장소 혹은 특별한 행위의식 장소일 가능성이다.

우선 알둥지였다면 작은 알의 조각이나, 알화석을 이루는 성분들, 알을 깨고 나온 흔적 등 단 하나라도 발견되었어야 한다. 알의 흔적은 전혀 없었다. 게다가 울둥지를 만들 때 공룡들이 만드는 가장자리 또한 단 한 개도 발견 되지 않았다. 1번 가설은 탈락이다.

코끼리나 다른 네발 달린 동물들이 물이나 음식 위해 땅을 파는 행위를 하지만, 곧 물을 찾게 되면 긁어낸 흔적들을 그 물에 의하여 모두 사라져 버리기 때문에 화석으로 남지 않는다. 주로 이러한 행위는 초식동물들(초식공룡)에 의하여 남겨지는데, 이번 발견은 육식공룡에 의한 긁힌 자국이다. 초식공룡 발자국 화석 역시 함께 옆에서 발견된 적이 없다. 뿐만 아니라. 그 당시 이 지형은 물이 풍부한 지역이었기 때문에 굳이 물을 얻기 위해 땅을 파는 동작을 할 필요가 없었다. 2번 가설도 탈락.

또 주로 고양잇과들에 의하여 남겨지는 자신의 영토표기 위한 흔적은 보통 먹잇감을 쫓는 길에 따라서 나 있는 딱딱하지 않은 미고결퇴적층에 오줌과 함께 남긴다. 이들은 거의 서로 멀리 떨어져서 만들어지고 화석으로 보존될 확률은 거의 없다. 고양이처럼 요소(ureotelic)를 만드는 포유동물들과 달리 파충류와 새는 요산을 최종 배설물로 내보낸다. 즉, 영토에 냄새를 표시하는 것은 포유동물들만의 특징이다. 3번 가설도 탈락이다. 따라서 이번에 발견한 흔적 화석은 암컷에게 구혼하는 수컷들의 공동구혼장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여기서 암컷은 여러 수컷들의 장기자랑을 지켜보다가 선택하여 교미한다.

-현생 동물들 중 비슷한 행위를 볼 수 있는 동물은.

▶지금 현재 살고 있는 새들 가운데, 땅에 알둥지를 낳는 물떼새류들(extant, ground-nesting shorebirds)에서 매우 유사한 행동이 관찰되었다. 이들이 남긴 흔적들은 절대 둥지로 사용되지 않는다.

-앞으로의 연구 계획은.

▶첫째, 국립문화재연구소의 남해안 공룡발자국 화석산지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현재 잠정목록에 올라 있음)를 위한 '국제비교연구'를 올해부터는 유럽지역(포르투갈 등)으로 확대할 것이다.  둘째, 아직도 국제학회에 소개되지 않은 새로운 화석산지가 우리나라에는 수없이 많기 때문에 새로운 화석산지의 학술적 가치와 우월성에 대하여 국제학회에 알리는 연구를 하려고 한다. 끊임없이 새롭게 발견되고 있는 중생대 척추동물들의 흔적화석들에 대한 연구들이 세계 학회가 주목할 수 있는 큰 연구 성과로 연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자료들은 모두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 추진에 큰 도움을 준다. 마지막으로, 소중한 자연유산인 천연기념물 공룡화석들을 학생들과 일반인들이 자유롭게 감상하고 즐길 수 있는 전시관을 건립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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