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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년' 새해 맞아 곳곳서 '소망'…"올해엔 꼭"(종합)

'해돋이' 남산, 인산인해…수산시장 상인들 '분주'

(서울=뉴스1) 사건팀 | 2016-01-01 11:10 송고
2016년 병신년(丙申年) 새해 첫 날인 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양화동 선유교에서 시민들이 일출을 감상하고 있다. 2016.1.1/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2016년 병신년(丙申年) 새해 첫 날인 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양화동 선유교에서 시민들이 일출을 감상하고 있다. 2016.1.1/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2016년 '병신년'의 해가 밝았다. 새해 첫 날인 1일 시민들은 곳곳에서 저마다의 소망을 기원하며 한 해를 맞았다.

◇'첫차'로 새해 여는 사람들…"첫 날, 첫차 기분 좋아"

새해를 가장 먼저 맞은 이들은 '첫차' 탑승객들이다. 2016년의 해가 채 밝기도 전인 1일 오전 3시50분쯤 서울 강북구 우이동 차고지 종점에 있던 버스들은 새해 첫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전 4시가 되자 버스들은 엔진을 예열하며 새해 첫 손님들을 맞기 위해 출발했다. 동아운수 101번 소속 버스기사 유순두(57)씨는 칠흑같은 어둠이 짙게 깔려 있음에도 능숙하게 버스를 몰며 "새벽에 첫 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아 서둘러 가야 한다. 새해 첫날에도 손님들을 위해 안전운행하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운행 시작 후 15분이 흐르고 버스가 방학동의 한 정류장에 들어서자 드디어 새해 '첫' 손님들이 버스에 몸을 싣기 시작했다. 새벽 차가운 적막을 깨고 버스에 들어 선 안순자(53·여)씨는 "새해 첫날 출근하는 길에 첫 차를 타게되니 기분이 좋다"며 "2016년에는 가족들이 건강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남산에서 새해 첫 일출을 보기 위해 용산구 이촌동에서 올해 '첫' 버스를 탄 이정훈(38)씨도 역시 밝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남산 근처에서 지인들을 만나 일출을 보러 가기로 했다"며 "올해에는 부모님도 건강하고, 경제가 좀 좋아져 회사도 잘되고 나도 돈을 많이 벌었으면 한다"고 웃어보였다.

새해 첫 날 새벽 일을 마치고 첫차를 통해 집으로 돌아가던 김모(29)씨는 "24시간 동안 일하고 집으로 가고 있다"면서도 "올 4월 결혼 하기 위해서 지금 부지런히 일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새해 '첫' 지하철을 탄 이들도 역시 저마다의 소망을 내비쳤다. 일용직 노동자로 근무하고 있는 중국동포 김모(67)씨는 "다른 사람들은 쉬는 오늘같은 날은 출근길이 더욱 힘들다"며 "새해에는 일자리가 많아져 더 많이 일하고, 가정도 평안했으면 좋겠다"며 주름이 자글한 두손을 맞잡았다.

◇남산 '해돋이' 인산인해…"새해에는 건강·결혼"
2016년 새해 첫날인 1일 오전 서울 남산에서 시민들이 떠오르는 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새해를 맞이하고 있다. 2016.1.1/뉴스1 © News1 손형주 기자
2016년 새해 첫날인 1일 오전 서울 남산에서 시민들이 떠오르는 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새해를 맞이하고 있다. 2016.1.1/뉴스1 © News1 손형주 기자


이날 오전 서울 남산타워 부근의 아침기온이 0도까지 오르는 등 비교적 포근하자 8000여명의 시민들이 팔각정을 찾아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들은 일출을 기다리며 사진을 찍기도 하고 새해 소망 기원문을 작성하기도 했다.

오전 7시47분, 드디어 '2016 일출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5, 4, 3, 2, 1…야호!" 힘찬 함성과 함께 새해가 밝자 시민들은 만세 삼창으로 다가오는 새해를 반겼다.

붉은 해가 완전히 모습을 드러내자 곳곳에서 '해가 정말 크다'라는 등의 감탄이 터져 나왔다. 일부 시민들은 대북공연이 시작되자 북소리에 맞춰 덩실덩실 춤을 추기도 했다.

이날 여자친구와 함께 팔각정을 찾은 김모(32)씨는 "올해 5월 여자친구와 결혼할 생각이다"며 "결혼과 동시에 아이를 갖는 것이 올해 목표"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역시 여자친구와 함께 일출을 보러 온 주현수(28)씨는 '영원한 사랑'을 희망하며 남산 팔각정에 걸어 두는 '사랑의 자물쇠'를 내보이며 "나중에 여자친구와 함께 다시와 자물쇠에 적어 둔 '사랑의 메시지'를 읽고싶다"며 "여자친구와의 인연이 계속됐으면 하는 것이 새해 소망이다"고 말했다.

팔각정 입구에 세워진 '새해 소망 기원문'에는 시민들의 새해 소망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시민들은 취업과 결혼, 건강 등을 기원하는 메시지 한 글자 한 글자를 소중하게 써내려가고 있었다.

기원문에 작은 소망을 적어 낸 김모(60·여)씨는 "올 한해에도 가족 모두가 별 탈 없이 건강했으면 좋겠다"며 "만사형통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들을 목 마태우고 해돋이를 즐기러 나온 외국인 관광객도 있었다. 크리스찬(47)씨는 "독일에는 해돋이를 보는 전통이 없다"며 한국의 해돋이 광경을 보며 즐거워했다. 그는  "새해 축하를 밤에 한번, 아침에 한번 두번하니 배로 즐겁다"고 말했다.

휴대폰 사진으로 새해 첫 날을 기록하던 중국인 유학생 이모(30)씨도 "한국에 온 지 올해로 3년째인데, 남산에서 새해를 맞기는 처음이다"며 "한국의 새해맞이 풍경은 중국에 비해 다소 역동적이다"고 전했다.

◇새해에도 분주한 상인들…"경기 좀 좋아졌으면"

오전 7시, 이른 시간임에도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노량진수산시장은 여느때처럼 분주함으로 가득 찼다.

대낮같이 환하게 켜진 불빛 아래에서  상인들은 이날 장사를 위해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상인들은 조심스럽게 생선회를 뜨고, 조개와 새우 등을 하나하나 좌판 위에 옮겼다.

지나가는 손님에게 "갈치나 참조기가 좋다"며 말을 건네기도 하던 이들은 잠시 손님들이 뜸할 때면 연탄불 주위에 모여 서로서로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는 덕담을 나누었다.

새해 첫 날임에도 오전 3시에 집에서 나왔다는 박모(68·여)씨는 "그저 건강이 제일이지 않겠느냐"며 엄지를 들어 보였다. 그는 "손자 손녀들만 건강하다면 나는 더 바랄 것도 없다"며 "일찍 나와 여지껏 생선 한 개도 못 팔았지만 손주들 용돈이라도 쥐어주려는 마음에 장사를 계속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사를 위한 진열을 모두 마치고 연탄불에 언 손을 녹이던 박모(48)씨는 "첫째 아들은 군대에, 둘째 아들은 이제 고등학교에 입학한다"며 "첫째 아들은 군대생활을 잘 하고, 둘째 아들은 새 학교에 적응을 잘 하기만을 바랄 뿐이다"고 작은 소망을 내비쳤다.

또 다른 상인 신모(72·여)씨는 "경기가 좋지 않아 지나가는 손님 한 명이 모두 아깝다"며 "정부가 제대로 역할을 했으면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장사가 잘 되었으면 한다'는 소망을 전하던 그는 말하는 와중에도 손님이 다가오면 몸을 번쩍 일으켰다.

같은 시각,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가락시장은 다소 한산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곳 상인에게도 역시 새해 소망은 '가족의 건강' 이었다. 슬하에 자식 4명을 둔 임일용(47)씨는 새해소망을 묻자 "큰딸이 이제 21살이다. 자식들이 모두 별탈없이 건강하게 사는 것이 나의 유일한 소망"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새해에도 불밝힌 경찰·기상청…"우리가 지킨다"
(자료사진)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어둑한 새벽임에도 서울지방경찰청 112상황실의 불은 환하게 켜져 있었다. 새해를 상황실에서 근무하며 보냈지만 근무자들의 눈은 반짝였다. 언제 어떤 사건 사고가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마이크가 연결된 헤드폰을 끼고 사건을 접수받던 김영구 경위는 "다리가 저려 서 있다"면서도 모니터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 신고전화가 접수됐다. 20대 남성이 핸드폰을 충전해달라고 한 음식점에 들어와 행패를 부리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김 경위는 신고 내용과 함께 정확한 사건 발생 위치를 관할 파출소로 알렸고, 직후 상황실 내 모니터에는 신고를 받고 출동하는 경찰차의 현 위치가 표시됐다.

이날 전체 상황을 통제하던 신종민 경위는 "가족들과 함께 연말을 보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두 딸에게 미안하다"면서도 "그렇지만 직업 특성상 그런 점은 감수하고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경위는 "아무래도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가장 크다"면서 "한 번의 실수가 큰 사건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부담감이 있고 신고자의 모욕적인 언사를 감당해야 하는 것도 어렵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그러나 "위험한 상황에서 빨리 조치를 취해 생명을 구하는 것이 보람 있고 재미있다"면서 "경찰관으로 권위적인 모습이 아닌 친절한 모습으로 시민에게 보람을 줄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서울 동작구 기상청 국가기상센터의 새해 첫날 모습도 비슷했다. 야근하며 새해 첫 예보를 책임진 장근일 예보관은 "오늘은 날씨가 좋아서 해돋이를 보기 좋은 편"이라며 "습도가 높아서 안개가 좀 끼긴 했지만 해가 뜨고 난 뒤 30분에서 1시간 정도면 소멸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운대, 백령도, 제주도, 우도 등 전국 각지에 설치된 18대의 실황감시 카메라 모니터를 통해 일출을 앞두고 점점 붉게 물드는 하늘과 바다가 또렷이 보였다.

실황감시 카메라는 평소 바다의 전조와 기상상황을 예보관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바다의 상황은 위성 이미지를 통해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때는 한 해의 시작을 예보관들에게 가장 먼저 알리는 소식꾼 역할도 실황감시 카메라에 함께 맡겨졌다. 장 예보관도 "무척 예쁘지 않느냐"며 모니터를 가리켜 보였다.

장 예보관은 "강릉을 찾는 관광객 3분의1 이상이 새해 해돋이 철에 몰려 있으니 지역 경제를 생각한다면 기상청도 날씨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며 "며칠 전부터 해돋이 당일의 날씨를 예보하기 위해 각종 변수를 꼼꼼하게 체크한다"고 설명했다.

신년의 첫 해가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때는 인수인계 직후인 오전 7시40분쯤. "해운대 해 뜬다!"라는 외침과 동시에 국가기상센터 여기저기서 작은 탄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교대하는 직원들은 얼굴에 피로를 주렁주렁 매달고도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덕담을 하며 밝은 웃음을 나누었다. 상황실에서 보는 해돋이를 기념하기 위해 모니터를 직접 카메라로 찍는 직원도 있었다.

신년 첫 주간근무에 투입된 박경희 예보관은 "어제부터 오늘까지의 날씨를 다시 분석하고 흐름을 검토해서 보완할 사항을 확인할 것"이라며 "오전 11시 이후 오후 예보를 발표한다"고 설명했다.


jung9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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