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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장강명 등 추천…'올해 나온 책 중 읽어야 할 한 권'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2015-12-18 16:15 송고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다. 많은 출판단체나 언론 매체, 평론가들이 올해 출간된 책 가운데 중요한 책들을 골라 '올해의 책'을 선정한다. 대체로 한 해를 대표한다는 '이름값'을 위해 두껍고, 어려워보이는 책을 선정한다. 그런데 정말로 독자입장에서 올해 이 정도는 읽고 넘어가야 한다는 딱 한 권만 알려줄 수는 없는걸까.

뉴스1은 장강명 소설가 등 4인에게 올해 출간된 자신이 읽은 책 중 딱 한 권만 추천해달라고 요청했다. 뉴스1 문화부 역시 한권의 책을 추천했다. 늘 책을 가까이 하는 소설가와 서평가들이 뽑은 단 한 권의 책을 그 이유와 함께 알아본다.  
    
© News1

  
△ "조선족 작가의 독특한 시선 담았다"…'세상에 없는 나의 집'

"해밑에 출간된 특별한 소설집이다. 이 책의 저자는 삼십대 조선족 작가인 금희(본명 김금희)다. ‘한국어’(혹은 조선어)를 바탕으로 한국과 중국 장춘을 오가며 작품 활동을 한다. 한국문학의 외연을 넓힐 수 있는 이런 작가의 출현을 우리 문학은 은근히 기다려왔다.

그의 단편은 190만 조선족 사회가 도시화와 자본화에 휩쓸려 변모되고 해체되는 과정을 증언하고, 북한인들과 한국인들이 각기 다른 얼굴로 겹쳐지는 풍경을 가슴 아프게 서사화한다. 금희의 유장한 우리말 문장들을 읽노라면 장차 이북 작가까지 어우러진 한국문학의 완성된 풍경이 자연스레 그려진다." (소설가 전성태)

☞덧붙이는 설명 
금희는 2013년 소설집 '슈뢰딩거의 상자'(료녕민족출판사)를 중국에서 출간한 뒤 2014년 봄, 계간 '창작과비평'에 조선족 사회의 탈북 여성 이야기를 다룬 단편 '옥화'를 발표하며 국내문단에 첫선을 보였다. 현실을 뚫고 나가는 박력있는 서사와 섬세한 심리묘사가 특징이다.  '세상에 없는 나의 집'에는 조선족 사회에서 바라보는 탈북자 문제, 중국의 소수민족으로서 체감하는 정체성의 갈등 등 국내문학이 보지 못하고 메울 수 없었던 공백을 메우는 일곱편의 이야기가 담겼다.(금희 지음·창비·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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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소설인데 담긴 것은 한국의 시대정신"…'오베라는 남자'

"한 해에 책을 한 권만 읽어야 할 정도로 바쁜 분이라면, 프레드릭 배크만의 '오베라는 남자'를 추천한다. 읽는 시간과 수고로움을 충분히 보상할 정도로 재미도 있고 여운도 남는다. 두 겹의 독서를 한다면 훨씬 흥미진진하리라. ‘왜 이 소설이 올해 한국에서 그토록 인기를 끌었을까’를 생각하며 읽는 것이다.

저자는 알 수 없었겠지만, '오베라는 남자'는 우연히도 지금 한국의 시대정신을 담았다. 한국인이 절실히 바라는 것들, 하지만 이 땅에 부족한 것들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판타지소설이라고도 생각한다. 볼썽사납지 않은 노후, 품위 있는 서민, 이익이 아닌 가치를 향한 싸움, 그리고 정직한 남자." (소설가 장강명)

☞덧붙이는 설명 
30대 중반의 유명 블로거이자 칼럼니스트인 스웨덴의 프레드릭 배크만의 데뷔작이자 첫 장편소설. 그의 블로그에 실린 '오베 이야기'에 매료된 수많은 독자들이 소설로 더 써볼 것을 권해 탄생했다. 이 소설은 출간 즉시 큰 인기를 모았고, 인구 9백만의 스웨덴에서 70만 부 이상의 판매를 기록했다. 해외로 판권이 수출되며 독일, 영국, 캐나다, 노르웨이, 덴마크, 아이슬란드, 이스라엘, 남아프리카공화국, 한국 등에서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다.(프레드릭 배크만 지음·최민우 옮김·다산책방·1만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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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을 다시 묻는다"…'철학의 기원'

"올해 나온 책 중에서 단 한 권만 읽는다면'이라는 얼토당토 않은 조건에 동의하지 않지만 그래도 한권을 골랐다. 가라타니 고진이라는 저자를 모르는 독자가 이 책을 읽을 가능성은 낮아보이지만, 그를 처음 읽는 독자라도 책을 읽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이 책을 읽어낼 수 없다면 허다한 인문서가 손밖에 놓이게 된다).

고진은 말 그대로 '철학의 기원'을 말하고자 한다. 하지만 상식과는 다른 기원이다. 그는 제자인 플라톤에 의해 잘못 포장된 소크라테스의 진상을 밝혀내고자 한다. '평등의 철학자', '이소노미아(무지배)의 철학자'가 그가 보여주고자 하는 소크라테스의 새 얼굴이다. '철학의 기원'과 함께 '소크라테스 왈'이란 말은 전혀 다른 의미를 갖게 되었다."(서평가 이현우(필명 로쟈))

☞덧붙이는 설명 
'철학의 기원'의 두 가지 키워드는 ‘철학’(학문)과 ‘민주주의’(정치)이다. 가라타니 고진에 따르면, 오늘날 별개로 존재하는 이 두 가지는  원래 하나였다. 오늘날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자유민주주의가 처한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저자는 고대그리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고 '철학이란 무엇인가', '철학을  한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와 같은 다소 시대착오적인(그러나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면서 오늘날 우리가 지향해야 할 최선의  정치형태로 간주되는 민주주의에 대해 다시 사고하도록 요구한다.(가라타니 고진 지음·조영일 옮김·도서출판비·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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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없는 책 목록은 신뢰하지 않는다" …'사람, 장소, 환대' 

"연말이다. 늘 그렇듯 이런저런 ‘올해의 책’ 목록들이 보인다. 올해 내가 그것들을 바라보는  기준은 하나다. '김현경의 '사람, 장소, 환대'가 포함되어 있느냐 아니냐'. 나는 이 책이 없는 ‘올해의 책’ 목록은 신뢰하지 않기로  했다. '사람, 장소, 환대'라는 키워드를 통해 사회가 어떻게 형성되고 우리가 어떻게 ‘사람’으로 인정받는지를 탐구하는 만만치 않은 책이지만 저자의  유려한 글솜씨는 좀처럼 책장을 덮을 수 없게 만든다. 한국 사회를 살아가야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서평가 금정연)

☞덧붙이는 설명 
우리는 어떻게 이 세상에 들어오고, 사람이 되는가? 우리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 세상에 받아들여진 것인가 아니면 이 세상에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사람이 된 것인가? 다시 말해 ‘사람’이라는 것은 지위인가 아니면 조건인가? 조건부의 환대 역시 환대라고 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이러한 질문들에 답하며, 사회를 ‘시계’(즉 기능을 가진 구조들의 총체)나 ‘벌집’(재생산적 실천을 하는 주체들에 의해 재생산되는 구조)에 비유하는 구조기능주의에서 벗어나, '사람', '장소', '환대'라는 세 개념을 중심으로 사회를 다시 정의한다.(김현경 지음·문학과지성사·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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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넘기며 손이 파르르 떨렸다"…'행복만을 보았다'

"프랑스 소설가 그레구아르 들라쿠르의 소설이다. 인간의 마음과 영혼을 낱낱이 파헤치는 고백적 소설을 좋아한다면 이 책은 바로 '당신의 책'이다. 지난 봄 이 책의 책장을 넘기며 손이 파르르 떨렸다.(수전증이 있어서가 아니다.) 걸작은 스토리나 주제 등으로 환원되지 않고, 읽는 순간 압도되는 것이기에 줄거리를 옮기지는 않겠다.(귀찮아서 그런 것이 아니다.) 그저 읽는 것이 최선이다. 다만 '진부한 가족 이야기가 아니라 제대로 훅을 한방 날리고 독자를 얼얼하게 만드는 책'이란 책 뒤에 적힌 누군가의 평 한 줄만 옮기련다."(뉴스1 출판담당 기자 권영미)

☞덧붙이는 설명 
아버지를 닮아 비겁하다고, 어머니와 부인에게 버림받고 스스로 야수가 됐다고 생각하는 앙투안이라는 한 남자의 자기고백적인 이야기다. 남자의 이야기 부분이 3분의 2정도, 자는 동안 아버지인 그 남자가 얼굴에 대고 쏜 총을 맞아 턱 일부가 날아간 그 딸 조세핀의 고백이 나머지 3분의 1이다. 주인공의 직업은 자동차보험사 손해사정인으로, 그에 걸맞게 책의 각 소제목은 금액이나 숫자다. 딸이 쓴 부분은 어린이(혹은 학생)의 일기 형식에 따라 날짜가 소제목이다.( 그레구아르 들라쿠르 지음·이선민 옮김·문학테라피·1만3800원)


ungaung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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