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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토 산케이 前지국장, '朴대통령 명예훼손' 1심 무죄(종합2보)

법원 "기사 내용 허위…'개인 박근혜' 명예는 훼손했다고 봐야
'비방목적' 인정 안돼…"타당한 기사라는 얘기도 아냐" 일침도

(서울=뉴스1) 김수완 기자 | 2015-12-17 18:04 송고 | 2015-12-17 18:59 최종수정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사고 당시 행적에 대한 의혹을 보도한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가토 다쓰야(加藤達也·49) 일본 산케이(産經)신문 전 서울지국장이 1심 선고를 받기 위해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2015.12.17/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시 행적에 대한 의혹을 보도했다가 박 대통령 등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가토 다쓰야(加藤達也·49) 일본 산케이(産經)신문 전 서울지국장이 1년 2개월만의 재판 끝에 1심 법원으로부터 무죄를 선고받았다.

다만 가토 전 지국장이 작성한 기사의 내용이 허위라는 점은 법원도 인정하면서 "가토 전 지국장의 행위가 타당하고 적절하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이동근)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가토 전 지국장에 대해 17일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 대통령과 정윤회씨를 둘러싼 소문이 거짓이라는 점, 가토 전 지국장이 기사 작성 당시 이 소문이 거짓이라는 점을 미필적으로나마 알고 있었다는 점은 인정했다.

재판부는 "사고 당일 박 대통령을 만나지 않았다는 정씨의 진술은 믿을 만하고 박 대통령과 정씨가 긴밀한 남녀관계에 있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근거가 없다"며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이 정씨와 함께 있었다는 사실, 두 사람이 긴밀한 남녀관계에 있었다는 사실은 거짓"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토 전 지국장은 외신기자로서 국내 사건에 대한 기사를 작성할 때에 국내 기자와 같은 정도로 주의를 기울일 것을 요구할 수는 없다"면서도 "그렇다 해서 사실 확인 의무 자체가 면제될 수 없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을 통해 소문의 내용이 사실인지 확인했다고 하지만 소문의 존부만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며 "가토 전 지국장이 외신기자라는 점을 고려해도 기사 작성 당시에는 소문이 거짓이라는 점을 미필적으로 알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또 개인 박근혜와 대통령으로서의 박근혜를 엄격하게 구별하면서 "가토 전 지국장의 기사는 개인 박근혜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문제가 된 소문의 내용은 부적절하지만 공적인 관심사안이며 대통령의 업무수행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비판에 해당한다"며 '대통령 박근혜'의 명예를 훼손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문제가 되는 표현을 보면 국가적으로 긴급한 상황이 발생을 했는데 대통령이 이를 수습하지는 않고 사적인 만남을 가졌다는 것"이라며 "'개인 박근혜'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또 정씨에 대해서도 "배우자가 있는 남성이 어떤 여성과 긴밀한 관계에 있고 특정 시간, 공간에서 그 여성을 몰래 만났다는 내용은 사회적 평가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정씨의 실명이 공개될 필요도 없었다"고 설명하면서 정씨의 명예 역시 훼손됐다고 판단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17일 오전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열린 '미국 수출형 고등훈련기(T-X) 공개기념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KAI 제공) 2015.12.17/뉴스1

그러나 명예훼손 혐의가 유죄로 인정받기 위한 마지막 요건인 '비방의 목적'이 인정되지 않았고 재판부는 가토 전 지국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기사 내용과 구조를 종합하면 가토 전 지국장이 기사를 작성한 주요 목적·동기는 가장 가까운 나라인 한국의 상황을 일본에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의 정치·경제 사안에 대한 시각을 일본에 전달하고자 한 의도로 기사를 작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토 전 지국장에게 '개인 박근혜'나 정씨를 비방하려는 목적은 없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가토 전 지국장의 기사에 문제가 있다는 점 자체는 분명히 했다.

재판부는 "이같이 판단한 것은 검사가 기소한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지 가토 전 지국장의 행위가 타당하고 적절하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며 "잘못된 사실을 기초로 공직자를 희화화하는 행동이 적절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가토 전 지국장을 비판했다.

그러나 "명예훼손죄 법률 조항을 해석하면서도 언론의 자유를 명시적으로 보장한 헌법 정신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 공직자에 대한 비판은 가능한 한 보장돼야 한다"며 "외신 기자의 언론의 자유만 차별적으로 제한할 근거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인으로서는 가토 전 지국장의 시각에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겠지만 언론의 자유는 소수의견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 사건을 계기로 언론의 자유의 한계를 인식하고 건전한 언론 풍토가 조성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날 가토 전 지국장은 3시간에 이르는 긴 선고 시간 내내 자리에 선 자세로 재판부의 판결을 경청했다. 선고 도중 자리에 앉게 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지만 재판부는 "몸이 심각하게 불편하지 않은 이상 서서 판결 선고를 듣도록 돼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취재 열기도 뜨거웠다. 내외신 기자 수십여명이 선고가 시작되기 30분 전부터 100여석에 가까운 중법정을 가득 메웠다. 또 선고 직후 법원 주변에서 일본어로 방송 생중계를 하는 기자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일부 일본 기자들은 "무죄를 선고한다"는 재판부의 말이 끝나자 "오!"라며 가볍게 탄성을 내뱉기도 했다.

'비선실세' 의혹을 받은 정윤회 씨가 지난 1월 19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 의혹을 보도한 가토 다쓰야(49) 일본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5.1.19/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가토 전 지국장은 조선일보의 한 기명칼럼을 인용해 세월호 참사 당일인 지난해 4월16일 낮 7시간 동안 박 대통령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사생활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사단법인 영토지킴이 독도사랑회 등 보수단체는 가토 전 지국장을 "근거없는 허위사실로 국가원수의 명예를 훼손하고 국기를 문란케 했다"며 같은 해 8월 가토 전 지국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어 검찰은 가토 전 지국장이 근거없이 박 대통령에게 부적절한 남녀관계가 있는 것처럼 허위로 적시해 명예를 훼손했다고 보고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해 같은 해 10월 불구속기소됐다.

검찰은 1년에 걸친 재판 끝에 지난 10월 열린 결심 공판에서  "대한민국이 사회적, 정치적으로 혼란한 상황에서 출처불명한 소문을 근거로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가토 전 지국장에 대해 징역 1년6월을 구형했다.

당시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무척 유감스럽다"고 성명을 발표하는 등 일본 정부 역시 이례적으로 민감하게 대응하기도 했다.

또 우리 외교부는 선고를 앞두고 가토 전 지국장의 선처를 호소하는 일본 입장을 재판부에 전달했다.




abilityk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