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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데자뷰 …1997 직전에도 신용등급 올랐다"

[경제위기 릴레이 진단]③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2015년 IMF 외환위기 직전과 비슷, 더 심각할 수도"

(서울=뉴스1) 최명용 기자 | 2015-12-20 08:35 송고 | 2015-12-20 18:41 최종수정
편집자주 경제위기론이 무게를 갖고 거론되고 있다. 1300조원을 넘어선 천문학적 가계부채, 저금리로 연명하는 좀비기업 양산, 수출과 내수의 동시 침체 등 내부 불안요인과 미국 중국 등 대외여건의 급변 가능성 등 위기 징후가 안팎에 도사리고 있다. 한국 경제가 성장의 역사를 만든 이래 최대 위기가 될 것이란 비관론마저 제기되는 와중에 타개할 대책은 없는지 전문가들의 얘기를 릴레이인터뷰를 통해 들어봤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이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2015.12.15/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이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2015.12.15/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IMF외환위기 직전에도 한국 신용등급은 상향됐다. 신용등급은 과거를 볼 뿐 미래를 예측하지 못한다. IMF 외환 위기 당시와 거의 비슷한 상황이다. 위기가 만연해 더 큰 폐해를 남길 수 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단호했다. 경제 위기론에 대해 "심각하다"고 단언했다. 조속히 경제 체질을 바꾸지 않으면 심각한 침체를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무디스는 한국 국가 신용등급을 Aa2로 조정했다. 역대 최고 수준의 신용등급이다. 하지만 권 원장은 신용등급 상향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신용평가사들은 과거의 통계치를 평가할 뿐이다. IMF외환위기 당시 신용평가사들은 미래는 예측하지 못한다고 변명한 바 있다. 2015년 상황과 1997년 직전 상황은 데자뷰와 같다. 

경제 위기에 대한 해답도 있다. 경제의 성장성을 높이고 체질을 개선하는 방안이다. 노동시장 개혁이나 서비스업활성화, 신사업 육성 등이 해법이다. 해법을 가로막는 정치권과 관료가 문제다. 권 원장은 강력한 정치적 리더십이 필요할 때라고 강조했다. 
경제위기론에 대해 권 원장은 "현재 상황은 IMF외환위기 직전인 1995~1996년과 비슷한 상황이다"며 "당시에도 기업들의 매출이 줄어들면서 수익률과 수출이 감소했고 법치주의가 실종되고 정치 일정으로 포퓰리즘이 만연했다"고 지적했다. 

올해 한국의 수출은 11월까지 7.4% 감소했다. 수출비중이 큰 중국 시장이 침체되면서 대 중국 수출이 줄고 있다. 일본은 엔저를 무기로 한국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다.

기업들은 한계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차를 제외하면 제대로 수익을 내는 기업이 드물다는 말이 나온다. 수 많은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하고 자산을 내다 팔며 연명하고 있다. 1997년 직전에도 한보 대농 미도파/ 등 주요 한계 대기업들이 줄줄이 도산했다. 

법치주의 실종과 정치 일정에 경제 이슈가 뒷전으로 밀려 났다는 점도 일맥상통한다. 

1996년 12월엔 노동법 개정안이 마련됐으나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1997년 1월 총파업을 진행했다. 노동개혁을 해야 한다고 정치권이 합의를 했으나 노조의 반발에 만들어 놨던 노동법 개정안을 도로 원상복구했다. 

올해도 노사정위원회가 합의를 이뤄냈으나 노조의 파업으로 유명무실화됐다. 정치권도 노동 개혁에 대해 손을 놓고 있다. 내년엔 국회의원 총선거가 예정돼 있어 정치인들의 관심은 개혁보다 표에만 가 있다. 1997년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경제이슈가 뒷전으로 밀려나는 상황과 데자뷰를 이룬다.  

권 원장은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법률 등을 통과시키지 않으면서 경제 민주화만 얘기하는 게 환란때인 1997년과 지금이 똑같다"며 "정치 이슈가 불거지면 부실 기업에 대해 처리하지도 못하게 되고 경제 포퓰리즘이 만연해 경제에 최악의 영향을 미친다"고 꼬집었다. 

최근 국가 신용등급 상승도 좋은 신호로만 해석할 수 없다. 1995년에도 S&P가 한국 신용등급을 A+에서 AA-로 상향조정했다. 올해도 S&P는 한국 신용등급을 A+에서 AA-로 상향 조정했다. 최근 무디스는 한국 신용등급은 Aa2로 상향했다. Aa2는 다른 신용평가사 신용체계에선 AA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중국 일본에 비해서도 높게 평가했다. 

권 원장은 "S&P에 신용등급 올리고 외환위기가 난 이유를 물었더니 신평사들은 과거의 통계치를 말하는 것이지 1년뒤를 예측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며 "신용등급 상향을 이유로 안심해선 안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물론 1997년 상황과 현재가 다른 점은 있다. 당시엔 외환보유고가 부족해 유동성 위기를 겪었으나 최근엔 외환보유고가 충분해 급격한 외환유동성 위기는 올 가능성이 낮다. 

권 원장은 "차라리 위기가 터지면 정신을 차리고 변화를 하겠지만 개구리가 서서히 끓는 물에서 죽는 것처럼 서서히 다가오는 위기가 더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이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2015.12.15/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이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2015.12.15/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권 원장이 제시한 해법은 간단하다. 성장성이 떨어진 만큼 성장동력을 다시 회복하면 된다는 것이다. 성장성을 회복하는 것은 비용을 줄이거나 부가가치를 높이는 신사업을 발굴하면 된다. 

비용을 줄이는 문제는 노동 개혁이다. 하지만 한국 상황에서 노동 개혁은 쉽지 않다.

권 원장은 "민주노총, 한국노총 조합원은 전체 근로자의 7.4%에 불과한데 이들이 받는 월급은 연봉 9000만원, 1억원에 육박한다"며 "이들이 93%의 근로자들을 흔들면서 기업들의 구조조정을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들은 할수 없이 비정규직을 활용하고 고용을 주저하게 되는게 결국 일자리가 없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2005년부터 2014년까지 한국 기업이 해외에 투자한 규모는 2460억달러에 달하는 반면 외국인의 한국 투자규모는 1098억달러 수준이다. 이 기간동안 한국을 떠난 기업들도 수 없이 많다. 노바티스 네슬레 레고 까르푸 모토롤라 소니생산공장 발레오전장 등은 비싼 인건비와 강성 노조 탓에 한국 투자를 철회했다.   

권 원장은 "국회와 행정부는 노조가 약하다고 생각해 보호를 해 줬는데 과다한 수준이 됐다"며 "관행상 노조의 불법행위도 묵과해주면서 반대로 노조 파업으로 회사가 문을 닫으려 하면 이를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93%의 말없는 근로자들, 하청업체 종사자들을 위해서라도 노동 개혁을 해야 한다"며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정치권에선 자기 안위만 생각하는 듯 하다"고 강조했다. 

신성장 동력을 위해선 서비스업 육성이 필요하다. 의료법인 활성화나 레저산업 활성화, 금융, 소프트웨어 개발 등이 대안이다. 하지만 모두 규제로 묶여 있다 보니 활성화에 나설 방법이 없다. 

권 원장은 "한국은 의료 인력이 많고 그 실력도 뛰어나다"며 "의료법인을 활성화해 의료관광을 확대하면 수백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하고 그로 인하 수만개의 일자리를 낼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나 교육을 개방하면 부자들이 혜택을 누린다고 정치권에서 반대하고 있지만 어차피 부자들은 지금도 해외에 나가 서비스를 받는다"며 "그 지출을 국내로 돌리면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도덕적인 나라로 유명한 싱가포르는 먹고 살기 위해 마리나샌즈베이를 짓고 산토사섬에 카지노를 포함한 대형 복합 리조트를 만들었다"며 "싱가포르는 1000만명에 달하던 관광객수를 2500만명으로 늘렸는데 싱가포르보다 4배 더 큰 한국은 왜 이런 선택을 못하고 있나"고 답답해 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이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2015.12.15/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이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2015.12.15/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근본적인 해결책은 정치적 리더십이다. 노동개혁이나 서비스산업 활성화 등을 정치권에서 입법 과정을 통해 풀어야 할 과제들이다." 

권 원장은 독일의 하르쯔개혁을 한 예로 들었다. 하르쯔개혁은 독일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가 단행한 노동 개혁을 말한다. 당시 슈뢰더 전 총리는 노조의 지지 덕에 정권을 잡은 좌파정권에서 노동의 유연성을 확대하는 정책을 만들었다. 

권 원장은 "외환위기 당시에도 경고의 목소리가 있었으나 위기가 생기고 실업자들이 생겨날 때 정치인들은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며 "국가와 민족을 생각하는 게 정치인의 자세인데 지나치게 많은 권한을 이양받고도 정치인들이 자기 안위만 생각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꼬집었다. 

▶권태신 원장은? 
권태신 원장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와 대학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벤더빌트대에서 경제학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행정고시 19회로 재무부와 대통령비서실을 거치며 굵직한 경제 정책을 다뤘다. 재정경제부 제2차관과 OECD대표부대사, 국무총리실장, 국가경쟁력 강화위원회 부위원장 등 평생을 경제정책을 다루며 살았다. 2014년 부터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을 맡아 다양한 경제 이슈에 대해 민간 씽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다. 청조근정훈장, 녹조근정훈장, 재무부장관 표창 등을 수훈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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