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국제유가 폭락에 해외건설 '먹구름'…수주기근·영업실적 악화 우려

국내 건설사, 兆 단위 미청구공사 부담…대금회수 실패시 손실 전가
돈 빠지는 신흥국, 해외건설 대체 시장도 위축

(서울=뉴스1) 임해중 기자 | 2015-12-08 17:30 송고 | 2015-12-08 19:33 최종수정
그래픽=방은영 디자이너@ News1
그래픽=방은영 디자이너@ News1


하루가 다르게 급락하고 있는 국제유가 탓에 국내 건설업체들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해외건설 수주감소 등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역풍이 현실화하고 있어서다. 재정수지 악화로 발주처가 공사대금 지급을 미룰 경우 수 조원대의 미청구공사금을 안고 있는 국내 건설사들 손실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40달러 무너진 국제유가…해외건설 '보릿고개' 심화
8일 업계에 따르면 두바이유 가격은 현재 배럴당 36달러 안팎을 오가고 있다.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30달러대로 떨어진 것은 7년만에 처음이다.

OPEC(석유수출국기구)가 최근 원유 생산 감축 합의에 실패한 뒤 유가가 급락했다. 올해 5월 배럴당 65달러 안팎에 거래됐던 두바이유는 반년 사이 가격이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국제유가 하락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해외건설 수주 부진도 현실화된 모습이다.
국내 건설업체들이 현재까지 해외에서 수주한 공사는 계약금액을 기준으로 409억5670만 달러에 불과하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수주금액이 31% 줄어들었다. 이중 중동에서 따낸 수주금액은 147억2599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51% 이상 감소했다.

유가하락에 따른 재정수지 악화로 중동 국가들이 대형 공사 발주를 미루면서 국내 건설업체들의 수주실적 역시 급감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라크 주바이르 유전개발 사업과 카타르 알카라나 석유화학단지 프로젝트는 발주 일정이 무기한 연기됐다. 이중 사업비만 80억 달러가 넘는 알카라나 석유화학단지 공사는 국내 대형 건설업체들이 수주를 추진하던 사업이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도 20억 달러 규모의 라스 타누라 프로젝트 재입찰을 잠정 중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OPEC 회원국들이 감산 합의에 실패해 저유가 사태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중동을 중심으로 대형 프로젝트 발주가 연기되거나 취소되고 있어 해외수주 기근 현상은 더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신흥국 자금이탈 가속화…해외건설 대체 시장도 위축 우려
국내 건설업체들은 중남미 등 신흥국 시장에서 활로를 찾고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저유가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브라질과 러시아 등 원자재 수출 비중이 큰 신흥국 시장의 경제성장 둔화가 심화되고 있어서다. 산유국의 재정수지 악화가 신흥국 경제위기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신흥국으로 유입됐던 오일머니가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중동 주요 국가들은 벌어들인 오일머니의 상당량을 그동안 이머징 마켓으로 불리는 신흥국에 투자해왔다.

문제는 1년 이상 이어진 저유가로 재정수지가 악화된 중동 국가들이 신흥국에 투자했던 오일머니 회수에 나섰다는 점이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8월까지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 19개 국가에서 빠져나간 외국인 자금은 9402억 달러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1110조원에 달한다.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과 함께 저유가 장기화로 중동 산유국들이 오일머니 회수에 나서면서 자금 이탈이 가속화됐다는 분석이다.

신흥국에서 달러가 빠져나가면 현지 통화 가치(달러比)는 상대적으로 하락하게 된다. 이럴 경우 발주와 관련된 예산을 달러 기준으로 편성하는 신흥국은 재정수지 악화를 우려할 수밖에 없다.

예컨대 인도 정부가 1달러 당 63루피를 기준으로 발주 계획을 세웠다면 1억 달러 규모 프로젝트에는 63억 루피가 예산으로 반영된다. 루피/달러 환율이 1달러 당 65루피까지 상승하면 인도는 1억 달러 규모 공사에 65억 루피를 투입해야 한다.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글로벌 경기 불안이 해외건설 대체 시장으로 불리던 신흥국들의 발주물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산유국 재정악화에 공사대금 떼일라
1년 이상 이어진 국제유가 하락으로 재정수지가 악화된 중동의 발주처들이 공사대금 지급을 미룰 수 있다는 점도 리스크로 지목된다.

특히 대손충당금을 설정하지 않는 미청구공사가 영업실적 악화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앞으로 받아야할 공사대금인 매출채권에 비해 미청구공사는 떼일 가능성이 높아서다.

미청구공사란 발주처에 대금을 청구하지 못한 미수채권이다. 보통 발주처와 시공사간 공정률에 대한 의견 차이가 발생하면 건설사들은 해당 금액만큼을 미청구공사 항목으로 잡아놓는다.

올해 3분기 기준 현대건설, GS건설, 삼성물산, 대우건설, 대림산업, 포스코건설, 삼성엔지니어링 등 7개 대형 건설사의 미청구공사 잔액 합계(연결 기준)는 17조원에 육박한다.

각 업체별로 금액에 차이가 있지만 모두 조 단위의 미청구공사금을 보유하고 있다. 미청구공사는 발주처가 공정을 완료했다고 인정하지 않은 돈이기 때문에 재무제표에 자산으로 잡혀도 이를 돌려받지 못하면 손실로 전가된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급락한 상황에서 미청구공사금액까지 확대되면 실적에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라며 "발주처 예산 상황에 맞춰 공사 일정에 대해 협의하는 방식으로 관련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haezung2212@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