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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단추부터 꼬였던 고척스카이돔의 '험난한 앞길'

야구붐에 아마야구장서 복합돔구장으로 급선회
서울시의회·감사원 제동 걸었지만 이미 때 놓쳐
서울시 "내년 3월 프로야구 개막 전까지 보완"

(서울=뉴스1) 장우성 기자 | 2015-11-28 06:00 송고
4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5 서울 슈퍼시리즈 대한민국과 쿠바의 경기에서 관중들이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2015.11.4/뉴스1 © News1 양동욱 기자
4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5 서울 슈퍼시리즈 대한민국과 쿠바의 경기에서 관중들이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2015.11.4/뉴스1 © News1 양동욱 기자

건립이 거론된지 우여곡절을 거쳐 8년만에 문을 연 고척스카이돔이 '부실'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그러나 부실 우려 제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8년간 꾸준히 제기됐던 지적이었다. 첫단추부터 꼬인 고척돔의 한계는 이미 예견됐다는 게 중론이다.  
문제는 2006년 '디자인서울'을 내건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직후 서울시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건립을 추진하면서 동대문야구장을 철거하기로 결정한 때로 거슬러올라간다. 아마추어 야구의 산실이자 초기 프로야구의 역사적 유산인 동대문야구장이 사라질 처지에 놓이자 야구계의 반발이 터져나왔다. 서울시가 내놓은 대안은 동대문야구장을 대체할 아마추어 전용 야구장을 짓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도시계획이 이미 꽉 차있는 서울시내에는 동대문 만큼의 교통 편의성과 야구장 규모를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부지를 찾기 힘들었다. 결국 점찍은 곳이 현재 고척동 고척스카이돔 부지다. 이 부지는 교통면에서 뚜렷한 한계가 있고 학교와 아파트 단지 등 주거지역에 위치해 '체육시설이 들어서기엔 부적절한 부지'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였다. 이 때문에 이명박 시장 시절에도 복합체육시설 건립안이 검토되다 흐지부지되기도 했다. 비록 문제는 있어도 학생야구나 사회인야구 정도의 경기는 그런대로 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우세했다. 

여기에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 2008~2009년의 야구붐이었다. 2008년 북경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2009년 WBC대회 준우승의 쾌거를 올리자 열악한 야구 인프라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특히 화려한 도쿄돔에서 뛰는 일본 선수들에 견줘 한국야구는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야구계는 물론 언론까지 가세하면서 돔구장이 본격적으로 국민적 화두로 떠올랐다.

이때 오세훈 시장은 구로구의 건의를 받아들여 고척 야구장을 돔구장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2009년 4월 서남권(고척)야구장 기공식에서 "고척돔을 시작으로 3~4만명 규모의 돔구장을 추가 건립해 2013년 WBC대회를 서울에 유치하겠다"는 구상을 공개했다. 당시는 사업비 500억여원에 400~500억원을 추가하면 돔구장 건설이 가능하다는 낙관론도 나왔다. 그러나 그림이 커지다보니 사업비는 계속 늘어 지금까지 5배 가까운 1948억원으로 불었다. 설계도 돔구장 건축 관련만 6차례 변경하기에 이른다.
2010년에는 지방선거에서 승리해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한 서울시의회가 돔구장의 사업타당성이 의심된다며 건립을 재검토하려 했으나, 이미 기정사실이 돼버려 되돌리기엔 늦은 상태였다. 이후 재보궐선거로 당선된 박원순 시장은 2012년 초 감사원에서 고척돔구장이 어떻게 해도 수익성이 부족하다는 감사결과를 내놓는 등 운영비 문제가 제기되자 아마야구 중심 운영에서 프로야구단 유치로 방향을 바꿨다. 그러나 선뜻 나서는 구단이 없자 거듭해서 보완책을 만들어야 했다.

애초 일본 도쿄돔과 같은 돔구장을 기대하기엔 거리가 한참 멀었던 셈이다. 도쿄돔은 초기 단계부터 넥센 히어로즈 박병호 선수가 진출 예정인 메이저리그 구단 미네소타 트윈스가 쓰는 '메트로돔'을 모델로 추진됐다. 1982년 완공된 메트로돔은 당시로서는 세계에서 가장 최신식인 돔구장이었다. 도쿄돔은 부지도 기존 고라쿠엔 야구장을 비롯해 경륜장, 유원지가 있던 넉넉한 곳에 들어섰다. 도쿄의 중심부라 교통 인프라도 완벽했다. 27년전인 1988년 당시 우리 돈으로 3500억원의 거금을 투자했다. 일본 최고 명문구단인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홈구장으로 쓰는데다 복합오락시설이 들어선 곳이라 이후 운영비도 크게 걱정할 것이 없었다. 

[자료] 도쿄돔 © News1 양동욱 기자
[자료] 도쿄돔 © News1 양동욱 기자

이렇게 지어진 고척스카이돔은 개장 후 경기를 치르면서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서울시는 개장 이후 3개월을 시범운영기간으로 정하고 넥센 히어로즈, 위탁운영기관인 서울시시설관리공단과 함께 보완하겠다는 계획이다. 내년 3월 프로야구 개막 전까지 더그아웃의 지붕 설치를 비롯해 수십개가 촘촘이 붙어있어 화장실 가기도 힘들다는 지적을 받고있는 좌석 문제에 대해선 좌석을 일부 걷어내고 중간중간에 계단을 만들 예정이다. 이럴 경우 객석이 1000석 정도가 줄어들지만 홈구장으로 사용할 넥센 히어로즈 측도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산이 많이 투입되는 구조적인 문제는 좀 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고척스카이돔은 시립시설인데다 국제대회가 주목적이 아니라 국비 지원 대상도 아니다. 안전문제가 지적되는 4층 관람석 경사 문제는 애초 좁은 부지에 관람석을 올리다보니 구조적으로 경사가 급해질 수 밖에 없었다. 다만 잠실야구장보다는 급하지만 인천문학야구장과는 비슷한 35도 수준이라 일단 난간 등 안전장치와 안전요원을 추가해 보완할 방침이다.

허구연 MBC 야구해설위원은 "작은 병원 지을 자리에 종합병원을 지은 꼴이다. 개방형 아마야구장을 생각하고 잡은 자리에 돔구장을 건설했으니 근원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돔구장을 짓기로 했으면 늦게라도 프로야구 전문가들에게 충실히 자문을 구하고 즉각 반영했으면 지금보다는 나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허 위원은 또 "애초 오세훈 시장은 고척돔 외에도 3~4만명 규모의 복합돔구장을 더 짓겠다고 약속했다. 그사이 담당 공무원은 계속 바뀌고 시장도 바뀌니 책임소재도 불분명해져 버렸다"며 "잠실 등 접근성이 좋은 곳에 제대로 된 복합돔구장 건설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가 야구장 규모로 쓸 수 있는 부지는 산 아래 그린벨트, 삼림지역 외에는 없는 실정이라 그나마 부족하지만 찾아냈던 게 고척동 부지"라며 "잠실 돔구장 건설은 공론화가 돼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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