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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쉼표가 되어야할 황새와 독수리의 마지막 경기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2015-11-27 15:51 송고
황선홍 포항 감독(오른쪽)과 최용수 서울 감독. © News1 
황선홍 포항 감독(오른쪽)과 최용수 서울 감독. © News1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포항 스틸러스와 최용수 감독의 FC서울이 2015년 K리그 클래식 최종 38라운드에서 격돌한다. 만날 때마다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황새(황선홍)와 독수리(최용수)의 2015년 마지막 대결이다. 어쩌면 한동안 보지 못할 수 있는 아쉬운 맞대결이기도 하다.
포항과 서울이 오는 29일 오후 포항 스틸야드에서 만난다. 17승12무8패 승점 63으로 3위에 올라 있는 포항과 승점 1점이 부족해 4위(17승11무9패/승점 62)인 서울의 격돌이다. 승리한 팀은 1위 전북을 상대하는 2위 수원(승점 64)의 결과에 따라 2위까지 올라갈 수도 있다.

두 팀은 모두 다음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확정지었다. FC서울은 4위에 그쳐도 FA컵 우승 팀 자격으로 ACL에 나갈 수 있다. 요컨대 두 팀 모두 이 대결의 성패가 시즌 전체의 성적에 엄청난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마지막 대결'이라는 점, 유종의 미를 거둬야한다는 측면에서는 놓치기 싫다.

비단 올해의 최종전에 그치는 것도 아니다. 이 경기는 '포항 감독 황선홍'에게 남은 마지막 90분이다. 황 감독은 올 시즌을 끝으로 포항을 떠나기로 결정했고 구단은 차기 사령탑으로 최진철 감독을 발표한 상태다.

시간이 흐른 뒤 다시 포항의 지휘봉을 잡을 수도 있기에 지도자 황선홍 커리어의 마지막이라고까지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어쨌든 한동안 스틸야드에서 황새의 포효는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그 고별 경기의 파트너가 최용수 감독의 서울이라는 것은 꽤나 흥미롭다.
포항이나 서울은 모두 리그를 대표하는 강호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은 2010년과 2012년 K리그 챔피언이고 포항은 2013년 정규리그와 FA컵을 모두 거머쥐었다. 때문에 두 팀의 격돌은 자체만으로도 기대가 됐다. 여기에 감독들의 이름값이 흥미를 더했다.

1990년대를 풍미했던 대형 스트라이커 출신인 황선홍 감독과 최용수 감독은 지도자로서도 묵직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황 감독이 포항 사령탑으로 부임했던 2011년부터 포항과 서울, 서울과 포항의 대결은 늘 흥미진진이었다. 경기 전후 두 감독의 장외설전까지 합쳐지면서 서울과 수원의 슈퍼매치, 포항과 전북의 대결 못지않은 흥행카드가 됐다.

황 감독이나 최 감독 모두 '승부욕'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이들이다. 공히 만날 때마다 "무승부도 싫다. 누가 이기든 끝장을 보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누가 원인 제공인지 모를 이유 속에서 무승부 경기도 많았던 게 사실이지만 이는 그만큼 서로의 전력이 팽팽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사석에서는 누구보다 가까운 형동생이지만 필드에서 만큼은 양보가 없었다. 서로의 테크니컬에어리어를 향해 삿대질도 서슴없었다. 공과 사를 구분했기에 더더욱 멋진 승부가 나왔는데 아쉽게 한동안 황새와 독수리의 공중전은 볼 수 없게 됐다. 서로에게도 아쉽다.

최근 최용수 감독은 황선홍 감독에게 장문의 메시지를 보냈다. 곧바로 황 감독도 장문의 답신을 보냈다. 덕분에 많이 배우고 또 발전할 수 있었다는 격려와 감사였다. 경쟁을 통해 발전할 수 있었던 긍정적 관계였다는 뜻이다.

이런 구도가 잠시 깨진다. 황선홍 감독은 일단 '휴식'을 취하겠다고 공표한 상황이다. 팬들에게도 두 감독에게도 K리그 판 전체적으로도 아쉬운 이별이다. 때문에 더더욱 진짜 마침표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황선홍 감독의 지금 이별은 다음을 기약하는 쉼표가 되어야한다. 무대와 배경이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겠으나, 한국축구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황선홍과 최용수의 대결은 계속 이어져야한다.


lastun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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