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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시즌 끝나가는데…"지인 합격 소식에 페북 계정 삭제"

취업시장 끝자락, 결과 따라 엇갈린 '희비'
"포기하지 않으니 돼" vs. "난 당당해"

(서울=뉴스1) 사건팀 | 2015-11-28 08:00 송고
지난 2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B홀에서 열린 코스닥·코넥스 상장기업 취업박람회를 찾은 한 구직자가 면접을 보고 있다./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지난 2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B홀에서 열린 코스닥·코넥스 상장기업 취업박람회를 찾은 한 구직자가 면접을 보고 있다./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 절반 넘게 붙여주는 시험에도 떨어지니 '아 난 뭘 해도,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인간인가'라는 생각 때문에 온종일 괴로워요. 만약 그렇다면 진짜 왜 사나 싶기도 하고요.

#. 관련 계열로만 원서를 냈는데 생각지도 못한 곳에 덜컥 붙어서 얼떨떨하지만 기분은 좋아요. 평소에는 자격증을 틈틈이, 방학에는 스펙 만들기에 할애했어요. 공채 도전은 처음인데 덜컥 붙어 너무 좋아요.

또 한 번의 취업시장이 문을 닫으려 하고 있다. 2015년도 기업의 하반기 공개 채용 등 취업 시즌이 끝자락을 보이면서 결과에 따라 취업준비생(취준생)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따뜻한 겨울, 새로운 시작이 누군가에게는 유독 추운 겨울과 또 다른 도전의 시간이 될 전망이다.

◇"더는 부럽지도 않은 경지"·"친구들 입사 소식에 페북 계정도 삭제"

3년째 입사 준비를 하는 조모(29)씨는 올해 40여개의 기업에 입사지원서를 냈지만 모두 고배를 마셨다.

조씨는 "심혈을 기울여 원서를 내도 서류에서 탈락하기 일쑤"라면서 "이젠 친구들의 입사 소식에 더는 부럽지도, 초조하지도 않은 '경지'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그는 "(오랫동안 취업을 준비하다 보니) 내가 문제인지 사회가 문제인지 더는 판단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스스로를 '취업 재수생'이라고 밝힌 권모(26)씨는 연말을 맞아 "얼굴 한번 보자"는 친구들의 연락이 두렵다.

권씨는 "지난해보다 올해 더 많은 서류를 썼지만 모두 실패했다"면서 "친구들의 합격 소식이 올라오는 페이스북을 더는 볼 수가 없어 계정까지 삭제했다"고 말했다.

A(28)씨는 "성적이 좋아 대학에서 1등으로 졸업했지만 입사 후 회사 사정 등으로 퇴사를 반복하고 결국 다시 취준생으로 돌아왔다"면서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고 집안 사정도 좋지 않아 걱정이 태산이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눈을 낮춰 여기저기 모든 기업에 이력서를 보냈지만 연락조차 없다"면서 "갈수록 자신감은 낮아지고 집에서 눈치를 보는 스스로가 너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5 리딩 코리아 잡 페스티벌에서 구직자들이 등록을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뉴스1 © News1 손형주 기자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5 리딩 코리아 잡 페스티벌에서 구직자들이 등록을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뉴스1 © News1 손형주 기자

◇"'한 방'에 덜컥…얼떨떨해"·"포기하지 않으니 돼"

반면 이번 시즌에 취업에 성공한 취준생들에겐 기쁨과 함께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는 설렘이 가득했다.

유명 대기업 공채에 최종 합격한 김모(23·여)씨는 "올해 열 군데 정도 관련 계열로만 지원했다"면서 "생각지도 못한 곳에 붙어 얼떨떨하면서도 기분은 매우 좋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에 자격증 등 관련 계열에 필요한 자격증을 따고 방학에는 '스펙'에 집중했다. 학기 중에는 교수 연구실에 들어가 태양전지를 연구하는 연구보조활동도 했다.

그는 "특정 직군에 집중해서 준비했고 해당 직무를 정확히 파악해 응시한 게 주효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4년여 취준생 기간에 마침표를 찍은 이모(30)씨는 "한 분야를 포기하지 않고 잡고 있다 보니 결국은 됐다"면서 "그동안 다른 공부를 해볼까, 다른 직종에 도전할까 수많은 유혹에 빠졌지만 하고 싶던 일에만 전념한 게 결국 빛을 봤다"고 말했다.

이씨는 "다른 후배들도 쉽게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물론 힘들고 어려운 시간이지만 결국 다 될 수 있다"고 응원의 말을 전했다.

◇취업 성공과 재수 사이…"난 당당해"·"친구에 연락도 눈치 보여"

취준생 중에는 당차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겠다는 취준생도 있었다. 내년 공무원 준비를 한다는 김모(29)씨는 "어차피 서로 갈 길이 다른 것일 뿐"이라면서 "친구들과 비교하고 엄마 친구 아들과 비교하고 이러다 보면 이럴수록 자신만 초라해질 뿐"이라면서 덤덤히 웃었다.

김씨는 "취직에 성공하는 시간이 다른 것일 뿐이지 지금 절망할 필요 없다"면서 "그럴 시간에 더 노력해서 그 시간을 앞당기고 싶다"고 덧붙였다.

취업에 성공한 김모(26)씨는 취업의 기쁨을 말하기 무섭게 취업을 준비 중인 주변 친구들과 선·후배들에게 쉽사리 얘기를 못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최근에 가까웠던 동기들 몇 명에게 먼저 연락해 모임을 주선해 봤지만 아직 공부를 하거나 취업 준비 중인 친구들이 많아 부담스러워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면서 "사람들 사이의 관계도 위축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학창시절부터 '교사'를 꿈꿔왔던 김모(27)씨는 현재 '과외 선생님'으로 활동하고 있다. 비록 교단에 서지는 못했지만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에 보람을 느끼고 있다.

김씨에 따르면 서울·경기의 경우 평균 90:1에서부터 120:1까지 치열한 경쟁률을 자랑한다. 이러다 보니 교사가 되기란 '하늘에 별 따기'였다.

몇 번의 낙방을 거듭한 끝에 그는 전략을 바꿔 학원 강사로 활동하다 과외로 뛰어들었다.

수년간 강사를 해온 덕에 그는 학생들 사이에서 '강의를 잘한다'고 입소문을 타면서 수입도 강사 때보다 2~3배 정도 늘었다고 한다.

그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큰 그림에서의 꿈을 이뤘다"면서 "이 생활에 큰 보람과 행복을 느낀다"며 지긋이 웃었다.
지난 9월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 학생회관에서 열린 2015 KU 잡페어 취업박람회./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지난 9월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 학생회관에서 열린 2015 KU 잡페어 취업박람회./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ddakb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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