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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내린 조계사…경찰 "한상균도 추위도 밉다"

피신 열하루째 추위, 피로와 싸우는 경찰…한상균 잠시 모습 드러내

(서울=뉴스1) 차윤주 기자 | 2015-11-26 17:01 송고 | 2015-11-26 18:35 최종수정
지난 19일 오전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은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서울 종로구 조계사 관음전에서 한 위원장으로 추정되는 사람의 손이 창밖으로 보이고 있다. 2015.11.19/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지난 19일 오전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은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서울 종로구 조계사 관음전에서 한 위원장으로 추정되는 사람의 손이 창밖으로 보이고 있다. 2015.11.19/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동안거(冬安居)가 시작되는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 첫눈이 내렸다.
  
스님들이 석달간의 참선수행에 돌입하는 이날은 서울 도심에 본격적인 추위가 덥쳐 한낮 기온도 영하로 떨어졌다.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은거한 도심포교100주년기념관 관음전으로 이어지는 구름다리엔 고드름이 달렸다.
 
지난 16일 늦은 밤 한 위원장이 조계사에 숨어든 이래 열하루째, 절을 지키는 경찰들은 초긴장 상태다.
 
관음전 주위로 포진한 경찰들만 20여명. 사복차림을 한 이들은 하나같이 두꺼운 패딩 점퍼에 귀마개, 목도리를 둘렀다.
 
경찰은 전날부터 인력을 대폭 늘려 수사요원 100여명, 기동대 병력 250명 등 하루 350명이 넘는 경력을 투입하고 있다. 첫날 120여명에서 세배 가까이 병력이 불어났다.
 
지난 24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한 위원장을 직접 거론, "종교단체에 은신한 채 2차 불법집회를 준비하면서 공권력을 우롱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법치를 부정하고 정부를 무력화하려는 의도"라고 바짝 날을 세운 뒤 관음전 주위 긴장감이 부쩍 높아졌다.
 
경찰 관계자는 "VIP(대통령) 발언 이후 조금 더 집중해서 경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혹시라도 한 위원장이 도주를 시도할 경우 꼭 잡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더 커졌다"고 했다.
 
열하루째 조계사 주위를 맴돌고 있는 종로경찰서 한 정보과 형사는 새벽 6시 출근, 자정 퇴근이 일상이다. 지난 24일엔 비상이 떨어져 24시간 철야근무를 했다. 도주 우려가 있다는 첩보 때문이었다. 
 
그는 "23일부터 이틀간, 48시간 중 절을 벗어난 시간이 10시간이 못된다. 경찰 수십명이 추위에 떨며 밖을 지키는데 따뜻한 방에 있을 한 위원장을 생각하면 좀 억울하다"고 말했다.
  
조계사를 관할하는 종로경찰서 경찰들의 피로는 극에 달한 상태다. 일선 경찰들은 물론, 윤명성 서장을 비롯해 과장들 대부분이 열흘 넘게 경찰서를 집 삼아 생활하고 있다. 
  
서울 다른 경찰서에선 3개서가 돌아가며 하루 20명씩, 총 60명이 지원을 나오고 있다. 24일까지 2개 서에서 나오다가 어제부터 한곳이 늘었다.
  
이날 처음 지원을 나왔다는 한 경찰은 "(다음달 5일 예정된) 2차 집회 전에 한 위원장이 자진출두했으면 한다"며 "우리가 최선을 다하는 만큼 '뿅'하고 사라질 수는 없을 거다. 검거돼 연행되는 모습이 찍히면 그쪽도 곤란하지 않겠냐"고 했다. 
 
한상균 민주노총위원장이 23일 오후 서울 조계사에서 조계종 화쟁위 도법스님과 면담을 가진 후 밖으로 나와 인사를 하고 있다.2015.11.23/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한상균 민주노총위원장이 23일 오후 서울 조계사에서 조계종 화쟁위 도법스님과 면담을 가진 후 밖으로 나와 인사를 하고 있다.2015.11.23/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한 위원장은 이날 오후 1시45분께 잠시 모습을 드러냈다. 내리는 첫눈을 보러 나왔는지 3분가량 혼자 옥상을 거닐었다.
 
한편 한 위원장의 피신이 길어지면서 웃는 이들도 있다. 늘어난 경찰병력으로 인근 음식점 손님이 제법 늘면서다.
 
가까운 고깃집 사장은 "특수까지는 아닌데 손님이 늘긴 했다. 좋아할 일은 아니지만 불경기에 매출이 올라가니 나쁘진 않다"고 웃었다.



chac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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