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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격추해야 했나" 터키 '딴뜻' 의혹…IS 공조 균열

그간 러의 공습에 불만있던 터키의 의도성 배제 못해

(서울=뉴스1) 이준규 기자 | 2015-11-25 15:17 송고 | 2015-11-25 15:52 최종수정
터키가 24일(현지시간) 공개한 러시아 전투기의 영공침해 레이더 지도. 하늘색으로 된 지역이 터키 영토이며 붉은 색이 러시아 전투기의 이동경로이다.© 뉴스1
터키가 24일(현지시간) 공개한 러시아 전투기의 영공침해 레이더 지도. 하늘색으로 된 지역이 터키 영토이며 붉은 색이 러시아 전투기의 이동경로이다.© 뉴스1
급진 수니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격퇴에 나서고 있지만 시리아 내 지지세력이 전혀 다른 두 국가 터키와 러시아가 24일(현지시간) 충돌했다.

터키는 영공 침범을 한 러시아 수호이 24 전폭기를 교전수칙에 따라 격추시킨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일각에서는 IS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조분위기가 강화되는 시점에서 굳이 격추까지 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의문이 나온다.

물론 터키는 국경을 맞댄 시리아에서 강화되는 공습과 전투로 인한 피해를 줄곧 호소해왔다. 직전에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통해 러시아에 접경 공습을 줄여달라 요청한 바 있다. 러시아의 강화된 공습으로 터키 민간인 피해도 늘어 불만이 쌓일대로 쌓인 상황이다. 

특히 이번 러시아 전폭기가 추락한 장소인 라타키아주 북부는 터키계 투르크멘족 거주지이다. 이들은 시리아 반군 세력 중 하나로 시리아 정부를 지원하는 러시아로서는 자국 공군 기지가 설치된 지역 인근에 위치한 투르크멘족이 눈엣가시 같은 존재이다.
반면 터키는 시리아 투르크멘족을 '형제'로 보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의 이같은 움직임이 달가울 리 없다. 터키 외무부는 "러시아가 테러와 전쟁을 벌였을 뿐 아니라 투르크멘족 민간 지역에도 공습을 가해왔다는 것은 그간 여러 차례 강조돼 온 사실"이라며 "이는 언제라도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었다"고 지적해왔다.

터키는 사건 직후 러시아 수호이 전투기가 명백하게 자국 영공을 침범했으며 영공 진입 직전에 5분 동안 무려 10차례나 경고를 했음에도 이를 무시했기  때문에 격추시킬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주유엔 터키 대사는 러시아 전투기가 17초 동안 터키 영공에 머물다 격추됐다는 성명을 냈다. 완벽한 명분이 생긴 셈이다.

반면 러시아는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러시아는 추락기가 전혀 터키 영공에 진입하지 않았다는 반박 자료를 공개하며 터키의 행동이 지나쳤다고 비판했다. 러시아가 공개한 비행지도에 따르면 사고기는 시리아 서부 라타키아에서 출발해 시리아 영공에서만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테러리스트의 공범이 등 뒤에서 칼을 꽂았다"며 "이는 러시아와 터키의 관계에 심각한 결과를 야기할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그간 터키 스트림 파이프라인 건설 등 에너지 협력 등을 통해 다정했던 양국 관계에 파열음이 들리는 순간이다. 크림반도 병합 등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의 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터키에 공들였던 푸틴으로서는 진짜 비수를 맞은 심정일 법 하다.

러시아가 공개한 피격 전투기의 이동 경로. 파란색 선 북쪽이 터키 영토이며 빨간색 선이 전투기의 이동 경로이다.© 뉴스1
러시아가 공개한 피격 전투기의 이동 경로. 파란색 선 북쪽이 터키 영토이며 빨간색 선이 전투기의 이동 경로이다.© 뉴스1

이와관련, 뉴욕타임스(NYT)는 양국 간 갈등으로 인해 그간 프랑스 파리 연쇄 테러 이후 무르익어가던 IS 격퇴 국제 공조에도 균열이 초래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시리아 사태와 관련해 그간 러시아와 이란 등은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부를, 미국과 프랑스 등 서방은 시리아 반군을 각각 지지하면서 대립구도를 형성했다.

그러나 최근 IS가 러시아 여객기 격추, 파리 테러 등을 일으키면서 공공의 적으로 급부상하자 양측은 우선 IS 격퇴가 시급함을 공감하고 협력 무드를 조성했다.

특히 프랑스는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을 이끌어낸데 이어 미국과도 IS 격퇴 전선 강화에 합의하며 교량역할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구소련 시절부터 러시아와 대립각을 세워온 나토 회원국인 터키가 러시아의 전투기를 격추시키며 찬물을 끼얹은 셈이 됐다.

이에 일각에서는 터키가 의도적으로 러시아와의 IS 공동 대응전선 구축을 깨기 위해 이같은 군사대응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음모론마저 제기된다.

터키는 지난여름 이전까지는 동맹국들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IS 대응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지난 7월 남부 수루치에서 IS의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하고 나서야 인지를릭 공군기지 사용을 미국에게 허가하고 자국 전투기로 공습에 나서는 등 뒤늦게 무력 대응을 시작했다.

이후에도 IS가 장악한 시리아 북부와 맞닿은 터키 남부 국경지역을 통해 빈번하게 사람과 물류가 이동하는 정황이 알려지며 터키와 IS의 은밀한 관계에 대한 의혹의 눈초리는 걷히지 않았다. 격추소식에 격노한 푸틴 대통령은 터키를 아예 '테러 공범자'라고 지칭했다.

터키가 러시아 전투기 격추 후 해당 내용을 러시아와 대화하기보다 나토와 상의하려 한 점도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다.

푸틴 대통령도 이 부분을 지적하고 나섰다. 그는 "터키는 자신들이 우리 전투기를 격추시킨 것이 아니라 마치 우리가 자신들의 전투기를 격추시킨 양 이번 사건이 벌어지자마자 우리와 접촉한 것이 아니라 나토로 달려갔다"며 "나토가 IS의 편에 서는 것을 원하는 것 같았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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