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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내가 TK 적자…물갈이는 정치 퇴행"(종합)

"친박·비박 이름 싸움 유치한 짓"…"당 방향 두고 머리 터지게 싸워야" 노선 투쟁 예고
"증세없는 복지 불가능, 증세할 수 밖에 없어…가진 자들이 세금 더 내야"
경북대서 '대구 미래' 역설…강연 정치 재개

(대구=뉴스1) 김영신 기자 | 2015-11-24 21:17 송고 | 2015-11-24 21:56 최종수정
 
 


유승민 새누리당 전 원내대표는 24일 "스스로 TK 적자라고 생각하고, 한번도 당을 떠나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 없다"고 일각에서 제기되는 탈당설을 강경히 일축하고 여권 내 TK 물갈이론에 대해 "물갈이는 정치 퇴행"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부친상으로 외부 행보에 뜸했던 유 전 원내대표는 이날 대구광역시 경북대학교 인문대·사회과학대·자연과학대 초청을 받아 '대구의 미래'를 주제로 특강을 하며 활동을 재개했다.

유 전 원내대표는 이날 강연에서 본인의 '신보수' 노선을 거듭 천명하면서 향후 당내 노선과 관련해 "열심히 싸우겠다"고 했고, 박근혜 대통령과의 결정적 갈등 요인인 복지에 대해서도 "증세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다"고 역설했다.

유 전 원내대표는 강연에서 '새누리당은 기득권을 대변하고 민주화 수준은 낮은 정당'이라는 한 학생의 질문에 "당이 선거를 앞두고 공천도 신경써야하고 이 눈치, 저 눈치 봐야해서 좀 그렇긴 한다"면서도 "당 안에서 우리 보수가 재벌·가진 자·기득권 편을 드는 '늙은 보수' 이미지로 가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고 답했다.

유 전 원내대표는 이어 "요즘 친박, 비박 이렇게 사람 이름을 갖고 싸움하는데 그것은 정말 유치한 짓"이라며 "새누리당이 사회적 약자들에게 응답하고 그분들을 책임져야한다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유 전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저는 친박·비박 싸움보다는 당이 어느 쪽으로 갈 것이냐를 놓고 당 안에서 머리 터지도록 밤새 토론하고 싸우는 게 굉장히 건설적이라고 본다"며 "그런 싸움을 앞으로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유 전 원내대표는 중도 신당 합류설에 대한 질문에는 "이 지역에서 태어난 저는 스스로 TK 적자라고 생각한다. 한번도 당을 떠나서 어디를 가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며 "저는 새누리당이 변하면 대한민국이 변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절대 어디 바깥 분들과 그럴 생각이 없다. (신당을 창당한) 천정배 의원님이 자꾸 제 얘기를 하는데 한번도 안 만나봤다"고 말했다.

유 전 원내대표는 기자들로부터 'TK 공천 물갈이 논란' 질문을 받고 "새누리당의 공천은 시간이 갈수록 국민이 원하는 쪽으로 더 나아가야한다"라며 "그런 점에서 과거식의 물갈이를 또다시 되풀이하는 것은 우리 정치의 퇴행"이라고 분명히 했다.

이어 "이번(20대 총선) 공천은 TK이든 서울이든 어디든 당이 똑같은 원칙과 기준을 갖고 해야한다"며 "오픈프라이머리가 될지 안될지는 몰라도 기본적으로 국민과 당원에게 공천권을 돌려드리는 상향식 경선으로 공정하게 가면 그런 말(물갈이)이 나올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유 전 원내대표는 정치적 현안에 대해서는 이같이 선명한 목소리를 이어가는 동시에 복지, 통일, 사회 구조 등 '큰 주제'에 대해서도 본인의 신념을 역설했다.

유 전 원내대표는 현재의 우리 사회를 "희망의 사다리가 무너져 극심한 양극화를 겪는 사회", "공동체가 붕괴되고 있는 사회", "기성 세대가 가졌던 '코리아 드림'이 무너지고 계급화하는 딱딱하고 불평등한 사회"라고 비관적 전망을 하고 양극화 해소가 그 해법이라고 진단했다.

유 전 원내대표는 현 경제 지표와 전망 지표, 고령화 인구 구조 등을 거론하고 학생들에게 "한국 경제가 앞으로 100년 안에 설마 저렇게 나빠지겠느냐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저성장과 양극화가 합쳐지면 앞으로 대재앙이 온다"고도 했다.

그는 "이런 비관적 시나리오는 요즘 나오는 헬조선, 탈조선이라는 말들과 무관하지 않다. 결국 정도(正道) 밖에 없다"며 복지와 세금 체계의 대대적 개편을 주장했다.

유 전 원내대표는 "제가 '증세없는 복지'를 얘기해 상당히 시끄러워진 적이 있지만, 정부가 적은 세금으로 많은 복지를 하는 '증세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다"며 "앞으로 여러분 세대가 (복지·세금 체계가) 어디로 갈 것인지 합의를 해야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복지 지출은 굉장히 늘어나고 있고, 노령층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가 사회 안전망을 만들려면 복지 부담을 늘리는 쪽으로 갈 수 밖에 없다"며 "그러면 결국 증세로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증세 필요성을 제기했다.

유 전 원내대표는 "우리나라는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를 각각 5년, 4년마다 치르고 (여야도) 어긋나니까 선거를 앞두고 증세를 얘기하는 정당이 잘 없다"며 "그러나 언젠가는 증세를 한번 해야한다"고 했다.

유 전 원내대표는 우선적 증세 대상으로는 재벌과 대기업을 지목했다.

그는 "대기업 등 가진자들이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생각하면서 법인세든 소득세든 재산세를 더 내야한다"며 "가진 자들에게 누진과세를 적용하고 과세구간을 늘리는 방향으로 빠르든 느리든 갈 수 밖에 없다. 안그러면 국가 재정을 감당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유 전 원내대표는 자신이 대표발의했으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여당 의원들의 반대로 통과가 지연되고 있는 사회적경제기본법에 대해서 강하게 역설했다.

유 전 원내대표는 "사회적 경제는 자본주의와 시장경제가 진화하는 과정에서 국가와 시장이 다 책임질 수 없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경제 체제가 진화하면서 생겨난 것"이라며 "일부에서는 사회적 경제가 '사회주의 경제'라고 저를 공격하는데 절대 아니다"고 강조했다.

유 전 원내대표는 안보와 관련해서는 전통적 보수 기조를 전제했다.

그는 새누리당이 과도한 반공주의에 매몰돼 있다는 지적에 "종북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계속 철저하게 배격해야한다. 옛날 NL 운동권 사람들이 북한 옹호 발언을 하는 것을 참을 수가 없다"며 "정의당 같은 진보세력의 방법론과 가치는 맘을 열고 받아들여야하지만, 북한에 대해 이상한 태도를 취하는 데 대해서는 새누리당이 철저히 절연하는 게 맞다"고 했다.

통일과 관련해서는 "통일은 반드시 해야하고, 미국과 같이 본격적 이민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돼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인구 면에서 북한과 통일해 노동력과 경제력을 떠받치는 것은 좋은 점"이라며 "다만 우리가 부담해야할 비용이 굉장하다는 생각은 해야한다"고 밝혔다.

유 전 원내대표는 강연 말미에 학생들에게 적극적인 정치 참여와 헌법 일독을 권했다.

유 전 원내대표는 "사회가 어려우니까 젊은 이들로부터 나라를 떠나고 싶은 '탈조선' 얘기가 나오는데 여러분들이 떠나지 말고 남아서 시위도 하고 정치 참여도 하며 목소리를 내야한다"며 "세상을 바꾸겠다는 관심과 건전한 분노를 폭발시켜서 정치의 에너지를 만들어달라. 그렇게 정치를 바꿔야 양극화 해소를 위한 근본적 개혁이 가능하다"고 했다.

유 전 원내대표는 헌법과 관련해서는 "모든 조항들이 너무나 당연한 말들인데 우리 사회가 처한 현실과 비교해보면 괴리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요즘 많은 사람들이 개헌을 얘기하지만 지금 있는 소중한 헌법이라도 대한민국 현실에서 제대로 지켜지고 있느냐를 고민해야한다"고 언급했다.

이날 강연장에는 경북대 학생들과 교수진을 비롯해 일반 시민들까지 300여명이 모여 유 전 원내대표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200석 규모의 강연장은 좌석이 모두 꽉차 참석자들이 계단 바닥에 앉거나 통로에 서서 강연을 들었고, 일부는 자리가 없어 강연을 포기하고 떠나기도 했다.


eriwh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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