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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김시대'의 종언?…민주주의 화두 놓고 간 YS

"민주화 초석 다지고 정착" 백가쟁명식 재평가 줄이어…'진짜 민주주의' 논쟁 촉발

(서울=뉴스1) 박태정 기자 | 2015-11-24 16:49 송고 | 2015-11-24 18:43 최종수정
고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사흘째인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 마련된 국가장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2015.11.24/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고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사흘째인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 마련된 국가장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2015.11.24/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서거로 한국 민주화의 한 축이었던 '양김시대'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를 계기로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에 대한 담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YS 재평가'로 운명을 달리한 김 전 대통령이 되살아나는 모양새라고 했다. 

YS 서거 사흘째인 24일 정가에서는 YS에 대한 백가쟁명식 재평가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여야를 불문하고 공통분모는 '민주주의'다.

하루 전 빈소를 찾은 이회창 전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총재는 '음수사원'(飮水思源)이라는 말로 '민주주의의 거목'으로서의 YS의 역할을 축약했다.

그는 "요즘 우리는 민주주의가 생활화 돼 공기처럼 민주주의의 실제 존재나 민주주의가 오기까지의 어려웠던 많은 족적을 잊기 쉽다"고 했다.

고인에 대한 정치적 수사이긴 해도 울림이 컸다. 국민의정부, 참여정부, 이명박정부를 지나 박근혜정부를 살고 있는 2015년, 다시 '민주주의'를 사고하게 했기 때문이다.    

하루 뒤 대한민국 민주주의 안착에 있어 YS의 기여에 대한 재평가가 줄을 이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절차적 민주주의'의 완성이라는 평가였다.    

문민정부 초기 2년 동안 비서실장을 역임한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MBC라디오에서 "평생을 멀고도 먼 투쟁의 길을 걸어왔는데 그 투쟁이 민주주의의 실현이다"며 "그래서 절차적 민주주의는 사실상 그분이 완성했다"고 했다.  

정계 입문 초기 YS와 함께 한 정대철 새정치연합 상임고문은 이날 SBS라디오에서 "민주화를 위해 투쟁했고, 대통령이 된 후에는 민주화의 초석을 다지고 제도적으로 정착시킨 분"이라고 평가했다.

김부겸 새정치연합 전 의원도 KBS라디오에서 하나회 청산과 5.18특별법 제정, 금융실명제 도입 등 문민정부의 성과를 열거하면서 "큰 틀에서 우리는 늘 고마워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3일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빈소에서 조문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15.11.23/뉴스1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3일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빈소에서 조문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15.11.23/뉴스1

앞서 'YS의 민주주의'를 가장 먼저 입에 올려 화제를 주도한 건 여야 대표들이다.

YS 서거 당일 단숨에 빈소를 찾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재임 중 누구도 흉내내지 못한 위대한 개혁 업적을 만드신 불세출의 영웅"이라 했고,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고 했던 민주주의 정신과 철학을 기리고 계승할 때"라고 했다.

위대한 개혁이건 민주주의 정신이건 YS의 업적은 '민주주의' 한 단어로 수렴됐다.

여당 내에서는 저마다 'YS의 적자'를 자임하는 인증 발언이 난무했다. 대선을 앞두고 "나는 민주주의자'라는 작위를 받으려는 세례 요구처럼 보였다.

비박(비박근혜) 김무성 대표는 "김영삼 대통령의 정치적 아들"이라고 했고, 친박(친박근혜)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도 YS를 "정치적 대부"라고 했다.

야당에선 "한국에는 통치가 있을 뿐이고 정치가 없다. 정치가 없는 곳에 민주주의는 없다" 등 대중의 뇌리 속에서 지워진 YS의 어록을 끄집어 내어 대여 공세에 활용했다.

역시 키워드는 '민주주의'였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김 대표와 서 최고위원을 향해 "정치적 아들을 자처하려면 아버지에게 정치적 효도를 해야 한다"며 "YS라면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단식투쟁으로 반대했을 것이다"고도 했다.

야당의 한 부대변인은 SNS에 "차라리 '내가 유신(YS)의 적자'라고 주장하시라. 적자라는 자들이 YS가 그토록 싸웠던 유신의 후예가 되어버리지 않았는가"라고 일갈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앞줄 오른쪽부터)와 이종걸 원내대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김영삼 전 대통령 빈소에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15.11.22/뉴스1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앞줄 오른쪽부터)와 이종걸 원내대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김영삼 전 대통령 빈소에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15.11.22/뉴스1

새정치연합에서는 YS에 대한 재평가 움직임도 시작됐다.

창당 60주년 기념위원회는 YS 서거 하루 전인 21일 밤 늦게까지 생전 신민당 총재로서 YS의 민주화 업적에 대한 공과를 60년사에 자세히 기록하자는 논의가 있었다.

기념위원장인 전병헌 의원은 뉴스1과 통화에서 "1990년 '3당 합당' 이전까지 야당 총재로서의 발자취는 우리당의 역사"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김영삼 대통령이 민주화와 개혁, 역사 바로세우기를 한 점은 적극 평가해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YS에 대한 박근혜정부의 평가는 다소 인색해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은 해외 순방에서 돌아온 당일인 23일 빈소를 찾았지만 차남 현철씨 등 유족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했을 뿐 생전 YS의 업적에 대해서는 아무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대다수 정치인들은 이제 '양김시대'가 만들어 놓은 절차적 민주주의를 완성할 시점이라고 논의를 확장하고 있다.

박관용 의장은 "대통령 선거도 직선을 하고 다 완성을 했는데 절차적 민주주의는 이뤄졌지만 과연 지금 실질적인 민주주의가 이땅에 실현되고 있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김부겸 전 의원도 "국민들의 민주화 요구가 과거처럼 대통령 직선을 넘어서 이권이라든가 여러가지 권리를 요구하고 있다"며 "이제 민주화의 단계는 넘어섰다는 것은 아직 성급한 것 같다"고 했다.

YS가 마지막으로 남긴 메시지인 '통합과 화합'에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반응하면서 '진짜 민주주의' 담론은 더욱 확대될 기세다.

최근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서울도심 대규모 집회 강경진압에 대한 논란은 '진짜 민주주의' 논쟁이 불붙을 만한 공간이다.

이날 김 전 대통령의 빈소에는 5·18 기념재단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노근리 국제평화재단, 제주 4·3 평화재단 등 시민사회 단체도 조문했다.

이들은 조만간 김 전 대통령 측에 공로패를 전달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pt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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